[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껍데기만 상륙한 아마존 비디오
[IT동아] 18. 넷플릭스와 쌍벽을 이룬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국내에 상륙했다고?
아마존이 비디오 서비스도 하나요?
<미국과 한국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 수량 비교, 오리지널은 밀리지만 영화, TV, 드라마 등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넷플릭스에게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앗, 한국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전 세계 200개국에 동시에 출시되었습니다. 14일 오후 12시(한국시간)부터 안드로이드, 애플(iOS), 삼성/LG 스마트 TV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만 제공하는 회사라고 알고 계셨나요? 사실 맞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탄생 배경도 인터넷 쇼핑 서비스 아마존닷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마존닷컴 사용자를 위한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연 99 달러) 멤버를 위해 시작한 무제한 비디오 서비스가 바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단 5개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넷플릭스에 밀리지 않는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왜 '프라임' 비디오인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프라임'만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존의 사이트인 'Amazon.com' 대신 'PrimeVideo.com'이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서비스하고 있었던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와 이번 달에 서비스를 시작한 캐나다, 네덜란드, 인도는 Amazon.com을 통해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은 PrimeVideo.com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용 비용? 처음 6개월은 2.99 달러(3,500원), 그 후엔 5.99 달러(7,000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달리 한다. 이것은 쇼핑을 통해서 서비스 제공 국가 확대한다는 아마존의 기존 전략을 수정한 것입니다. 글로벌 서비스라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지난 1월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처럼, 아마존도 아마존닷컴 대신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 것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고 있던 기존 고객들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프라임 비디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에 새로 가입해야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의 이용 비용은 처음 6개월은 2.99 달러(3,500원), 그 후엔 5.99 달러(7,000원)입니다. 넷플릭스가 월 9,500/12,000/14,5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입니다.
하지만, 직접 프라임 비디오에 가입해보니 저렴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넷플릭스가 제공 중인 콘텐츠는 현재 1,540개 (TV 드라마 342개 포함)인데, 프라임 비디오는총 300개 정도(TV 드라마 70개)의 콘텐츠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공하는 콘텐츠의 양이 적다는 단점은 계속 프라임 비디오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한글 자막이 없다? 있기는 하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과 달리 프라임 비디오는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숫자가 적을 뿐이지요.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 콘텐츠는 현재 총 42개로, 전체 콘텐츠에 가운데 14%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아마존이 자랑하는 아마존 오리지널 콘텐츠(다음 이미지 상단)는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 유무를 친절하게 'Korean Subtitled'라는 영어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미상을 수상한 '트랜스페어런트', '모차르트 인 더 정글', 그리고 책으로도 유명한 '보쉬' 등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서 탑 기어로 유명한 3인방이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그랜드 투어'도 미국과 영국에서는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아마존 비디오 출시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들 아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어떤 메뉴에서도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다
1) IMDb의 데이터와 X-Ray가 통합된 아마존만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장점이 IMDb와 X-Ray입니다.
IMDb를 아시나요? IMDb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영화/TV 시리즈, 방송/배우/감독들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메타데이터 서비스입니다. 다만 IMDb 자체는 알아도, IMDb가 아마존의 소유라는 사실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마니아들이 항상 들어가 본다는 IMDB.com, IMDB의 핵심 서비스인 IMDB 평점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럼 아마존 X-Ray는 뭘까요? X-Ray 서비스가 무엇인지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로 든 것은 소니가 제작한 'Startup'이라는 콘텐츠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감상하던 도중, 지금 화면에 나오는 배우가 누구인지 궁금하거나, 흘러나오는 노래가 무엇인지 궁금한적 있으시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감상 도중 화면을 한번 클릭하면 다음 사진과 같이 X-Ray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아담 브로디가 화면에 나오고 있군요. 닉 탈만이라는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이제 아담 브로디란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클릭해 보도록 하죠.
<아담 브로디가 어떤 인물인지 IMDb 데이타를 활용해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글을 읽은 후 바로 드라마나 영화를 이어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명은 여전히 영어투성이네요>
X-Ray 메뉴를 실행하면 Scenes(장면 검색), Cast(배우 정보), Music(음악), Trivia(일반 상식) 등의 메뉴가 나옵니다.
Scenes(장면 검색)를 클릭해 보겠습니다.
Scenes(장면 검색)은 보고 싶은 장면이 있는데 어딘지 기억나지 않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그럼 Cast(배우 정보)를 클릭해 볼까요
Cast(배우 정보)를 선택하니 배우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나옵니다. 배우들의 정보는 사진에 나온 아담 브로디처럼 더욱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감상 도중 언제든지 출연 배우들의 정보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IMDb의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Music(음악)은 어떨까요?
<드라마와 영화 감상 도중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어 저 음악 좋은데, 그런데 어떤 음악이지?'라는 걱정은 이제 그만. X-Ray
Music을 활용하면 스마트폰과 PC에서 바로 해당 음악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Music(음악)은 사실 X-Ray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현재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또한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 그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으로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마존 뮤직에서 바로 구매(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줍니다.
<미국 계정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X-Ray를 사용하는 모습. 음악의 이름, 작곡가, 앨범아트 등이 나옵니다>
<특정 음악을 아마존 뮤직에서 따로 감상하거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뮤직은 한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때문에 X-Ray를 활용한 음악 다운로드 기능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아마존이 X-Ray Music을 위해 국내 음원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Trivia(일반 상식)는 영화와 드라마 감상에 재미를 더해주는 기능입니다.
이런 기능을 X-Ray를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2) 넷플릭스보다 훌륭한 다운로드 기능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또 다른 장점은 얼마 전 넷플릭스가 한국에도 선보인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입니다. 아마존은 모든 콘텐츠를 다운로드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콘텐츠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합니다. 원래 이 기능은 아마존이 넷플릭스보다 먼저 선보인 기능입니다.
<영화는 Download라는 메뉴를, 드라마는 에피소드마다 다운로드 아이콘을 제공합니다. 화질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고화질과 일반화질 딱 두 가지 옵션만 제공하는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사용자 인터넷 환경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넷플릭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외장 메모리에 콘텐츠를 저장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모든 콘텐츠를 외장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다운로드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에 관련된 다양한 옵션도 제공하고 있네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장점은 이게 전부인가요?"라고 물으신다면, 네, 이게 전부입니다.
반면 아쉬운 점은 눈에 많이 띄네요.
스마트TV에서 이용하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국내에서 이용하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1) 읽기 힘든 자막
<아마존 비디오 '사인펠드' 실행 화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이용하면 먼저 이것부터 느끼실 겁니다. 자막이 너무 작습니다. 사인펠드의 자막이 보이시나요? 사실 이것도 자막 크기를 키운 것입니다. 기본 자막 크기는 훨씬 작습니다. 자막 크기를 최대로 키운 것이 저 정도입니다. 이걸 본 지인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몽골인(눈이 정말 좋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깨진 자막도 보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자막도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중간중간 자막이 깨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폰트 이슈로 보이는데, 폰트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자체 폰트 대신 스마트 TV(콘텐츠 감상용 디바이스) 시스템 폰트를 사용하는 느낌입니다.
2) X-Ray를 사용할 수 없다
국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메뉴가 너무 단출합니다. X-Ray 같은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사진에 나온 메뉴가 전부이고, 자막을 활성화시키려면 화면 오른쪽 하단의 CC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유튜브 메뉴도 이것보다는 복잡할 것 같네요.
3) 자막에서 국가를 선택할 수 없다
<화면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자막 언어가 프랑스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CC(Closed Caption) 메뉴에서 자막을 활성화시킬 수는 있으나, 국가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Startup의 경우 프랑스어로 고정되어 있고, 한글 자막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 사용자 대부분이 자막이 없으면 콘텐츠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4) HD급도 못되는 화질, 버퍼링은 왜 이리 잦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와 같이 인터넷 속도에 따라 화질은 변화시키는 어뎁티브 스트리밍(Adaptive Streaming) 기술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감상 시 많은 버퍼링(콘텐츠 전송 속도가 재생 속도보다 느려 재생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재생이 어렵다는 문구도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LG유플러스 망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으나, 넷플릭스는 별 다른 이상 없이 잘 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문제로 사료됩니다.
버퍼링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화질도 급격히 저하되었습니다. HD급도 안 되어 보일 정도입니다. 4K는 커녕 풀HD급 화질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도 불가능했습니다.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구축된 모든 나라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문제 없이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느려서 재생할 수 없다는 문구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200개국, 전 세계 동시 출시'가 불러온 참사
이제 결론을 내리지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현재 껍데기만 국내에 상륙한 상태입니다.
파격적인 가격은 흥미로웠지만, 부족한 콘텐츠 그리고 자신들의 강점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한글 자막 부재 등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다가 가입 시 주소를 입력하는 부분부터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TV에서 메뉴는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신들의 장점인 X-Ray는 어디로 갔나요? (물론 IMDb가 영문 서비스이다 보니 추후 한국어로 제공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한국어 자막의 부재는 VPN을 활용해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이용하던 분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줄 지경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 출시를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놀랍다는 생각마저듭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고객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고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과연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해외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넷플릭스가 얻은 노하우를 아마존은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도 아마존이라는 네임 밸류가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지요.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