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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대, 넷플릭스의 시대

강일용

[IT동아] 넷플릭스가 4분기 실적 발표를 했다. 역대 가장 많은 83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추가해, 총 1억 17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작년 매출만 110억 달러가 넘는다.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1년에 12조 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유료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동영상 서비스이자 콘텐츠 제작, 수급에 이제는 가장 큰돈을 쓰는 회사가 된 넷플릭스. 그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콘텐츠 제작, 수급에 75억 달러에서 80억 달러까지 쓰겠다는 발표를 했다.

미국의 ESPN, 영국의 SKY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콘텐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미디어 회사가 된 것이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루머의 루머의 루머, 옥자, 디펜더스, 마인드헌터, 기묘한 이야기가 넷플릭스의 2017년을 이끌었다>

넷플릭스는 작년 2분기 이후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그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성장 원동력은 명실상부 해외가 되었으며, 이제 넷플릭스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1억 명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라면 가입자수가 올해 미국 포함 1억 4000만 명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영화와 기묘한 이야기의 힘

넷플릭스는 지난해 두 편의 영화가 가장 화제였다. 한편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또 다른 한편은 지난해 말에 공개된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 '브라이트'이다. 브라이트는 12월 22일에 공개되었음에도 신규 가입자 유치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당연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위의 그래프를 보자면, 4분기만 유료 가입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 수 있다. 신규로 유입한 고객들이 다른 분기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기존 고객들의 재 가입이 아닌 완전 신규 고객들, 특히 브라이트의 효과가 일부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1월에도 신규 가입자는 계속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효자 오리지널 드라마이자 2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가 그 뒤를 받쳤다. 이러한 이유로 기묘한 이야기의 프로듀서인 숀 레비는 넷플릭스가 전적으로 권한을 가지는 오버롤 딜(Overall Deal)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을 더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글로우'를 제작한 젠지 코핸과도 비슷한 계약을 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구글이 발표한 2017년 가장 많이 검색한 TV 프로그램. 넷플릭스 오리지널만 3편이 올라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역사는 겨우 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를 신규 가입자의 유치에, 오리지널 드라마를 기존 고객들의 이탈을 막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급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니라면, 최근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효과가 적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북미, 유럽 유료 방송 사업자와 손을 잡은 넷플릭스

2016년 앙숙이었던 넷플릭스와 컴캐스트의 파트너십 발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넷플릭스가 이야기한 20년 후에 실시간 방송의 미래는 없다고 이야기한 것과도 맞물려 어두운 전망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윈윈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밝혀졌다. (물론 실시간 방송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들 여전히 회의적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분기에도 미국 1위 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과 거래를 이끌어 냈고, 3위 케이블 TV 사업자인 콕스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유럽 가장 큰 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도이치 텔레콤과의 파트너십도 2018년 가입자 유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미하게 보일 순 있지만, 한국에서도 최근 LG유플러스와 합병에 관해 이슈가 있는 CJ헬로비전도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의 망 중립성 이슈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소규모 회사에겐 더 큰 리스크를 주는 만큼 망중립성 이슈는 넷플릭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유럽의 큰 손 중 하나다)>

2019년을 준비해야 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2018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오리지널을 더욱 많이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4분기에 공개된 멕시코 오리지널 '클럽 디 쿠에르 보스', '엘 차포를 만난 날 등은 멕시코를 제외한 국가에서도 많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시즌3까지 전세계적으로 많은 시청을 이끌어낸 클럽 디 쿠에르 보스>

특히 독일에서 제작된 첫 번째 오리지널인 '다크'는 넷플릭스가 더 이상 북미에서 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까지 많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독일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크>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에서 유례없이 디즈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디즈니의 영화는 2019년부터 북미 넷플릭스에서 사라지게 된다.

넷플릭스도 이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오리지널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제작된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을 포함한 30개의 글로벌 오리지널이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국 콘텐츠가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성공한 오리지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향후 한국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넷플릭스는 모든 오리지널을 TV 방송사, 영화사 이상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또한 오리지널 드라마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으면, TV 프로그램과는 달리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13억 달러에서 20억 달러(2조 원)까지 확대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발표한 '빈지 뷰잉' 이후의 '빈지 레이싱'과 같은 마케팅도 그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단기간에 빠르게 소비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넷플릭스는 마케팅 전략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넷플릭스의 성장과 별개로, 경쟁 플랫폼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디즈니는 최근 HBO Now, MLB at Bat을 운영하는 밤 테크(BamTech)를 인수했고, 애플 아이튠즈와 삼성전자 밀크비디오/뮤직을 담당했던 케빈 스윈트를 영입해 넷플릭스 킬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게다가 디즈니는 전 세계 TV와 영화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21세기폭스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디즈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도 애플 뮤직을 이용해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동영상과 뮤직 서비스가 혼합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 페이스북도 미디어 플랫폼 구축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더욱 자신만의 플랫폼을 공고히 해야 한다. 2019년에도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사드 이슈 이후 생겨난 넷플릭스 사랑 그 결말은?

넷플릭스는 이제 우리 돈으로 100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가 되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폐장후 8% 이상의 주식 상승으로 시가 총액이 1천억 달러가 넘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넷플릭스의 사랑은 남다르다. 가입자들을 모으는 데는 아직은 미흡하지만, 콘텐츠 제작사 확보 측면에서는 잘하고 있다. 중국을 목표로 했던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사드 이슈 이후, 대부분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었다.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우리가 작년에 사랑했던 드라마들. CJ의 블랙, 화유기, 슬기로운 감방생활, 비밀의 숲 등이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맺었거나 오리지널이란 타이틀을 달고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 공개되었거나 공개될 예정이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JTBC의 예능도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 중이다.

영화 분야에서는 'NEW'가 주요 파트너로 보인다. 다음 웹툰으로 유명한 '강철비', '반드시 잡는다' 뿐만 아니라 곧 개봉할 류승룡 주연의 '염력'도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었다. 대부분 중국을 제외한 국가를 기준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 모두가 부담스러워했던 넷플릭스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 형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성공은 중국 사업 진출의 파트너이자 미래의 경쟁자인 아이치이(iQiyi)의 IPO에도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치이는 중국 내에서 5억 4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OTT 플랫폼이다. 이번 4분기에 유럽과 중남미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아시아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의 아이플릭스, 뷰 같은 현지 OTT 회사들에게도 추가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미디어 업계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경쟁자들의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미래는 우리에겐 암울할 것이다. 동남아, 유럽에서 지속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콘텐츠도 더 좋게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중국이 성장하는 만큼 우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Rovi에서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 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을 역임했고, KickSubs CSO를 거쳐 곰앤컴퍼니에서 미래사업실 이사로 있다. '플랫폼전쟁'의 저자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이다.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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