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공짜? 기업이 자사 SW를 무료로 푸는 이유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다들 알다시피 세상에 공짜는 드물다. 소프트웨어(SW)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하드웨어 개발 못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의 SW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MS 오피스, 한컴 오피스, 포토샵, CAD 등 우리가 이른바 필수 SW라고 부르는 프로그램도 사실은 10만~1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은 예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토데스크, 어도비같은 해외 기업부터 유니닥스같은 국내 기업까지 많은 SW 기업이 자사의 유료 SW를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왜 자사의 SW를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걸까. 어떤 회사가 어떤 SW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왜 무료로 제공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일단 기업이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SW는 한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용 SW 또는 업무용 SW라는 것이다. 사용법을 제대로 알아두면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나, 혹은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MS 오피스365와 비주얼 스튜디오, 오토데스크 3ds 맥스(Max)와 오토캐드(AutoCAD), 유니닥스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 등을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MS는 대학과 협약을 맺거나 '이매진'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자사의 유료 SW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MS와 협약을 맺은 대학교의 재학생(대학원생 포함)과 교직원은 '오피스365 포 에듀케이션' 계정을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오피스365 포 에듀케이은 최대 2대의 PC에 최신 MS 오피스 프로그램(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발급을 원하는 학생은 학교 교무처(혹은 정보보안처)에 문의하거나, MS에 협약을 맺은 대학의 재학생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사용 기간은 해당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다. 현재 연세대학교, 이화대학교, 중앙대학교, 부산대학교 등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MS와 협약을 맺고 재학생들에게 오피스365 포 에듀케이션을 제공 중이다.

다니는 대학의 협약 여부와 별개로, 대학생(대학원생 포함)들은 MS 이매진(구 드림스파크)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MS의 개발용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부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매진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MS 애저 포 스튜던트(MS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비주얼 스튜디오 2015 커뮤니티(MS의 앱 개발용 프로그램), 자마린 커뮤니티(MS의 플랫폼 통합 개발 프로그램), SQL 서버 2016(SQL DB 솔루션), 윈도우 서버 2016(윈도우10 기반 서버용 운영체제. 사실 일반 PC용 운영체제로 이용해도 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당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매진 프로그램은 MS 이매진 홈페이지(https://imagine.microsoft.com/ko- KR/Home)에 가입한 후 대학생임을 인증받으면 이용할 수 있으며, 사용 기간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이다(1년 단위로 갱신 필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오토데스크

대학생에 대한 지원을 논할 때 오토데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오토데스크는 대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자사의 SW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3ds 맥스(3D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 오토캐드(도면 설계 프로그램), 마야(Maya, 3d 그래픽 렌더링 프로그램), 레빗(Revit, BIM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생들은 오토데스크 교육 커뮤니티(http://www.autodesk.co.kr/education/home)에 가입한 후 학생 인증을 받으면 학생용 라이선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라이선스로 3년 동안 오토데스크의 유료 SW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도 졸업할 때까지 라이선스를 계속 연장할 수도 있다.

오토데스크
오토데스크
<오토데스크가 대학생들에게 무료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목록>

유니닥스

MS, 오토데스크 같은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유니닥스 같은 국내 기업도 대학생과 대학교에 자사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니닥스는 PDF 파일 편집 도구를 개발하는 중견 SW 기업으로,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등 PDF 편집 프로그램을 개발/배포하고 있다.

국내 대학생과 대학교 교직원은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을 내려받아 교육용으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PDF 파일은 어떤 기기에서든 동일한 형태의 문서 서식을 보여준다는 특징 때문에 강의용 자료를 만들거나, 논문을 제출해야 할 때 유용하다.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은 단순히 기존 문서 파일과 이미지 파일에서 PDF 파일을 생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생성한 PDF 파일을 다시 편집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은 네이버 소프트웨어 홈페이지(http://software.naver.com/software/summary.nhn?softwareId=GWS_001463&categoryId=A0100000)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유니닥스가 무료로 제공하는 대상은 대학생과 대학교 교직원으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타 교육기관에서는 유료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
<유니닥스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

어도비

어도비의 경우 현재 자사의 SW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기존 가격의 60%에 제공하는 학생 및 교직원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신이 학생 또는 교직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어도비의 월정액 서비스)를 월 2만 3,100원, 연 27만 7,2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SW를 제공하는 이유?

기업이 대학생들에게 자사의 SW를 제공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회공헌이다. 경제력이 있는 기업과 사회인들은 SW를 유료로 구입할 수 있지만, 한창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대학생들은 SW를 유료로 구입할 여력이 없다. 때문에 이들이 불법 SW를 이용하게 두는 것보다 차라리 기업 차원에서 무료로 SW를 제공해 안심하고 SW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생들이 특정 SW에 익숙해지게 만들어 사회에 나간 후에도 해당 SW를 찾게 만들려는 것이다. 일종의 경쟁자 견제다. MS의 경우 대학생들이 MS 오피스와 비주얼 스튜디오 등에 익숙해지도록 해서 경쟁자인 구글앱스, 에버노트, XCODE,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다. 오토데스크, 어도비, 유니닥스 등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양광완 유니닥스 상무는 "대학생들이 저품질 PDF 편집 도구 대신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을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SW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 이지 피디에프 에디터 3.0, 워크플로우 등 유니닥스의 SW를 찾게 되길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대학생들은 무료로 유료 SW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자사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고 SW를 무료로 공개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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