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표준 결정, 시끌시끌한 이유는?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2017년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시작합니다. 지상파는 콘텐츠 보급에 있어 무료, 보편성을 원칙으로 합니다. 즉 내년이 되면 국내서 지금의 풀HD 콘텐츠보다 더 좋은 품질의 UHD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최근 조금 시끌시끌합니다. UHD 방송 표준을 정하는 일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4일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총회를 열고 '지상파 UHD TV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식(ATSC 3.0) 표준에 콘텐츠 암호화를 적용한 방식입니다. TTA에 표준을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결정 나는 건 아닙니다.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UHD방송표준방식협의회가 미국식(ATSC3.0) 표준과 유럽식(DVB-T2) 표준을 비교, 검토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국내 방송 환경에 적합한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을 미래창조과학부에 건의하게 됩니다. 협의회의 공청회는 지난 7월 4일 진행되었으며, 우리나라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으로 미국식(ATSC 3.0) 표준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후 미래부가 행정예고 등 관련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 국내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을 확정합니다. 7월 중에는 표준이 결정될 계획입니다. UHD 방송표준방식협의회는 내년 2월 도입되는 지상파 UHD 방송을 앞두고 산학연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출범한 협의체입니다.

지상파 UHD
지상파 UHD

이번 UHD 표준 결정에서 시끌시끌한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입니다. 우선 표준 방식입니다. 현재 대세는 미국식 표준인 ATSC3.0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제조사는 유럽식 표준인 DVB-T2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미국식 표준이 결정되면, 이미 판매된 UHD TV는 방송 수신을 할 수 없어 별도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주파수 이용 효율, 다양한 전송 모드, 긴급 재난 방송 기능, 인터넷망 연동 서비스 지원, 모바일 방송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식 표준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단 방식은 미국식 표준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합니다.

그나마 표준 방식에 대해선 덜 시끄러운 편입니다.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콘텐츠 보호시스템과 안테나 내장입니다. 먼저 콘텐츠 보호 시스템은 이름 그대로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을 장착하는 것입니다. 지상파는 시청자의 볼 권리와 관련 산업 보호를 위해 UHD 방송에 콘텐츠 보호 기술 장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UHD 콘텐츠 보호는 방송 신호를 암호화하는 기술과 저장된 콘텐츠를 관리하는 DRM 기술, 저장된 콘텐츠 추적을 위한 워터마크 기술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된 것은 방송신호 암호화 기술입니다. 방송 신호 자체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암호화 해제 시스템이 없음 TV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지상파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100kb 용량의 작은 소프트웨어다'며 'TV에 설치해 출시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아무런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적용 비용 또한 방송사가 부담할 예정이라 시청자는 어떤 비용도 부과되지 않습니다.

콘텐츠 보호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콘텐츠 불법 유통이 근절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 또한 방송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하려는 걸까요? SBS UHD추진팀장 김도식 부장은 "최소한의 담장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지금은 중학생, 고등학생도 콘텐츠를 마음껏 녹화해 올리고 있는데, 최소한 울타리를 치면 이런 유출은 막을 수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헤비 업로드만 남게 됩니다. 중학생 잡자고 경찰 수사를 할 수 없지만, 헤비 업로드는 수사를 통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IPTV나 케이블 TV 가입자는 어떻게 될까요? 이에 대해선 변화가 없습니다. 이미 IPTV나 케이블 TV는 콘텐츠 보호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상파에서는 이들에게 암호화를 하지 않은 콘텐츠를 제공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미 판매된 UHD TV입니다. KBS 전력기획실 UHD 추진단 조태흠 기자는 "무작정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사와 협의해 기존 UHD TV에서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차피 표준 자체가 바꿔야 하므로 이미 팔린 UHD TV는 지상파 UHD 수신을 할 수 없습니다.

지상파 UHD
지상파 UHD

또 하나 논란은 안테나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TV에는 안테나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려면 별도의 안테나를 사야 합니다. 무료 부편 서비스인 지상파이기에 TV만 있다면 지상파를 시청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는 안테나를 TV에 내장하거나, TV 외부에 기본적으로 장착하기를 원합니다. 특히 내장 안테나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KBS UHD 추진단 임중곤 팀장은 "스마트폰에도 몇 개의 안테나가 들어가는데, TV에 안테나를 내장 못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고 밝혔습니다.

TV에 안테나를 장착한다고 난시청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UHD 방송에서는 디지털 방송보다 수신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안테나만으로 시청할 수 있는 사용자는 더 많아집니다. 하지만 안테나 비용은 고스란히 사용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TV 안테나를 스마트폰과 비교했는데, 스마트폰은 안테나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TV는 유료 방송을 시청한다면, 안테나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쓰지도 않을 안테나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낼 필요는 없는 셈입니다. 무작정 안테나를 장착하기보다는, 소비자가 구매할 때 안테나 장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UHD 방송의 미국식 표준은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넷망 연동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IP망을 통해 양방향 서비스를 할 수 있으므로 유료 방송에서나 이용하던 VOD 같은 서비스도 지상파에서 구현됩니다. 이런 IP망을 통한 서비스는 광고 기반의 무료 또는 일부 유료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지금은 없던 부가 매출을 올릴 기회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 수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상파는 TV 안테나 기본 장착에 대해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려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광고비와 케이블 채널의 약진을 고려한다면 마냥 곱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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