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들과의 교감' 엔비디아 터치 비주얼 전시회

강형석 redbk@itdonga.com

엔비디아 터치비주얼 전시회.
엔비디아 터치비주얼 전시회.

[IT동아 강형석 기자] 엔비디아 코리아는 한국화가협동조합,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과 함께 7월 6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쿱(서울 서초 소재)에서 터치 비주얼 전시회를 연다. 지난 7년간 132명의 터치 비주얼 서포터즈와 281명의 시각장애 학생이 이룬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인 셈이다. 비록 장소의 제약으로 일부 작품만 전시하게 되었지만, 그들이 노력한 결실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자리다. 이와 별개로 시각장애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삼청동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엔비디아는 지포스와 쿼드로 등 눈으로 보는 분야에서 활약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누리지 못한다. 이런 점에 착안, 그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는 없어도 사물을 느끼게 하고 느낀 것들을 자유롭게 상상해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 주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터치 비주얼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약 1주일 남짓 진행되는 전시회이고, 갤러리의 지리적 한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일부 전시 작품을 이 자리에 소개하고자 한다. 모든 작품을 실어주고 싶지만, 가급적 어렵더라도 더 보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정하영 한빛맹학교 학생 '얼굴들'

이 작품은 정하영 양이 회전그네를 탈 때의 느낌을 형상화한 것이다. 회전하면서 반복적으로 전해지는 몸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떠올린 얼굴들이라고. 본래 정하영 양은 소리를 지르며 온 몸으로 수업을 거부할 정도로 미술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전해진다. 그러나 터치 비주얼 서포터즈가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고, 다음 학기가 진행될 때 기적처럼 색연필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다.

한빛맹학교 정하영 학생의 작품
<얼굴들>
한빛맹학교 정하영 학생의 작품 <얼굴들>

이 작품은 전국 시각장애학생 미술 공모전인 프리즘 프라이즈 2015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진 티칭 아티스트는 하영이와 마음에서 마음으로 소통하려 했던 노력이 없었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성현 서울맹학교 학생 '성을 지켜라'

한성현 학생은 처음부터 시각장애를 겪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왔는데, 이 작품은 그가 과거에 만져봤던 레고를 추억하며 완성한 것이라고. 단지 추억으로 빚어낸 작품이지만 완성도와 섬세함은 어린 학생의 것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

한성현 서울맹학교 학생의 작품 <성을
지켜라>
한성현 서울맹학교 학생의 작품 <성을 지켜라>

"어릴 때 레고를 제일 좋아했어요. 시력은 점점 사라져갔지만, 그때 만져본 레고사람의 기억은 아직 그대로예요. 기억이 시력보다 더 센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머리 속에 있는 추억의 형상이 더 의미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 작품은 2008년에 완성된 것이다.

황채연 청주맹학교 학생 '기형코끼리'

2012년, 원전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황채연 학생은 방사능에 노출된 생물이 기형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에 착안해, 다리가 짧고 눈은 없지만 귀가 세 개인 기형 코끼리를 창조했다. 여기에 색을 노란색으로 입혀 다른 코끼리와 다름을 표현했다.

황채연 청주맹학교 학생의 작품 <기형코끼리>
황채연 청주맹학교 학생의 작품 <기형코끼리>

황채연 학생은 노란색이 어루만져주는 색이라고 설명한다. 이 노란색으로 기형 코끼리를 위로하고 싶다고.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자신과 이 코끼리를 연결해 서로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것을 표현했다.

제 3의 눈으로 본 아이들의 세상

이진 티칭 아티스트는 "보는 것은 충분히 개인의 행위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옆 사람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시각적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터치 비주얼 서포터즈 활동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못 보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감하는 능력은 창의력의 다른 이름이다' 맥신 그린이 한 말이란다. 이 문구는 전시회 한 쪽 벽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공감하고 다른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 분명 의미 있는 행동이리라. 132명의 서포터즈와 281명의 시각장애 학생들이 이룬 성과는 서로 공감하며 만들었기에 더욱 빛나는 듯 했다.

엔비디아 터치 비주얼 전시회는 오는 7월 12일까지 갤러리 쿱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해당 작품들의 이해를 돕고자 전시장 내에는 터치 비주얼 서포터즈가 직접 도슨트(전시 해설)도 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소정의 기부를 받고 있다. 기부금은 장애학생을 돕는데 쓰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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