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구, 어디까지 왔나?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최근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기계나 컴퓨터가 단순히 프로그래밍 된 작업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학습한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과 네트워크 연결 기능을 더하면 컴퓨터의 학습 능력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이런 영화같은 이야기가 어디까지 실현됐을까(참고기사: 영화 속 인공지능, 실현 가능할까 - http://it.donga.com/23648/)?

인공지능
인공지능

인공지능에 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기업은 IBM과 구글이 대표적이다. IBM은 자사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을 기업용 솔루션으로 내놓고 있으며, 구글은 자율주행 자동차나 구글 나우 등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내놓았다.

인간의 언어를 인지하고 생각한다, IBM 왓슨

IBM 왓슨은 지난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에 출연하면서 주목받았다. 출연자가 서는 자리에는 왓슨 로고가 나온 디스플레이가 서있고, 출연자의 이름을 쓰는 곳에는 컴퓨터 폰트('인간' 출연자는 자필 서명을 사용한다)를 사용했다. 왓슨은 이 퀴즈쇼에서 무려 74연승을 거뒀다.

사실 수많은 데이터가 담긴 컴퓨터가 정해진 답을 맞히는 퀴즈쇼에서 우승한 것을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왓슨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문제 제출자가 하는 말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질분 내용을 파악한 뒤, 거기에 대한 답을 저장장치에서 찾는 점이다. 또한, 정답을 맞힐 때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정답에 가장 근접한 답을 골라 내놓는다. 만약 왓슨이 인터넷에 연결돼 저장된 데이터 이외의 것까지 얻을 수 있다면 '지식'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관련 영상: https://youtu.be/P18EdAKuC1U).

퀴즈쇼 제퍼디에 출시한 IBM 왓슨
퀴즈쇼 제퍼디에 출시한 IBM 왓슨

실제 적용 사례를 보면, 미국의 요리 전문 잡지 본아뻬띠(Bon Appétit)와 IBM이 지난 2015년 협력해 만든 '쉐프 왓슨'은 사전에 학습한 1만 가지 레시피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재료와 조리 방법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닭고기, 당근 등의 재료를 선택하면 쉐프 왓슨은 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선별해 보여준다. 특히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재료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재료의 향이나 맛이 얼마나 조화로울지 예상 결과를 보여준다.

쉐프 왓슨
쉐프 왓슨

인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왓슨이 제안한 재료와 레시피를 선택하거나 여기에 다른 몇 가지 재료나 조리법을 추가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지식의 영역은 왓슨이, 최종 선택에 해당하는 지혜의 영역은 인간이 담당하는 셈이다. IBM 관계자는 셰프 왓슨에 대해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특정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선택하는 데 제한이 있지만, 셰프 왓슨에서 해당 재료를 배재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재료나 조리법을 발견할 수 있다.

의료 같은 전문분야에서도 쓰인다. 미국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는 '왓슨 헬스'를 도입했다. 왓슨은 여기서 전문의와 함께 암 환자를 치료를 돕는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문의에게 객관적인 의료 정보를 준다. 전문의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증상에 대한 정확한 치료법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진료도 가능하다.

왓슨 헬스는 전문의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왓슨 헬스는 전문의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준다

IBM 왓슨은 특정 전문직의 교육을 받아 그 사람의 직책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가 장기간에 걸쳐 왓슨을 학습시키면 왓슨은 관련 지식을 그대로 학습한다. 또한, 왓슨은 결과를 '정답'이 아닌 '신뢰도'를 바탕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결과를 모두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프로 바둑 기사와 대결한다, 구글 알파고

구글은 머신러닝 기술의 일종인 딥러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신러닝이란 말 그대로 기계가 학습을 한다는 의미다. 기계(컴퓨터, 알고리즘 등)가 현실 세계에 있는 수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이러한 정보를 종합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 머신러닝 기술에 사람의 뇌와 구조가 유사한 프로그램, '인공신경망'을 적용한 것이 딥러닝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형상화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형상화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구글의 딥러닝 연구는 간단한 *번역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 '알파고'를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구글 번역 결과를 사용자가 직접 수정하면 이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더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가 나오며, 향후에는 은어나 유행어(줄임말 등)까지 올바르게 번역할 수도 있다

사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IBM이 개발한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대국에서 두 번의 승리를 거둔 바 있다(결과는 4:2로 가리 카스파로프가 이겼다). 이 결과를 두고 딥블루가 버그로 인해 잘못 둔 수에 가리 카스파로프가 심리적으로 흔들렸다거나, 육체적으로 피로해진 탓이라는 등의 추측이 나왔지만, 2승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체스 게임을 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의 수에 맞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찾고, 여기서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당시 딥블루는 이런 연산을 통해 최대 12수 앞을 내다보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딥블루와 가리 카스카로프
딥블루와 가리 카스카로프

<딥블루와 대결하는 가리 카스파로프>

그런데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로 19줄이 있으며, 첫 수를 두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361가지다(물론 오늘날 바둑에서는 효율적으로 집을 확보하기 위해 화점에 첫 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다음 수를 두는 사람은 360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때문에 단 두 수만으로 약 12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긴다.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하면 361팩토리얼(361!)로,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숫자다. 여기에 '패(覇)'라고 불리는, 상대의 집에 다시 착수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경우의 수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때문에 바둑은 오늘날 인공지능 연구에서 '넘어야할 산'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구글은 알파고에게 약 3,000만 가지의 수를 학습시켰으며, 이를 통해 57%의 확률로 다음 수를 예상할 수 있다. 단순히 입력된 기보를 흉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는 '강화 학습'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수를 무작위로 대입해 최선의 수를 선택하던 딥블루와 달리, 남은 대국을 프로그램으로 여러 번 두고 미리 예상하며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알파고는 이미 바둑 기사(판 후이, 2단)을 상대로 한 5번의 대국에서 5승을 거둔 바 있으며, 조만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실제 '인간'인 바둑 기사는 대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굳이 하지 않을 창의적인 수를 두면서 심리전을 펼친다. 따라서 실제 사람과 인공지능이 대국한다면 인공지능의 인식 범위 밖에 있는 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인간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

인간과 컴퓨터의 자존심을 건 승부는 오는 3월 9일 펼쳐진다. 이번 대국은 단순히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벗어나 인공지능 연구의 도전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하고,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을 기후 예측,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로서 의미도 크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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