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PC는 우리가 직접] (8) PC 수리도 직접!

이상우 lswoo@itdonga.com

이 캠페인은 일상의 중요한 디지털 기기인 PC를 직접 조립, 설정, 관리해보는 기획연재를 통해, PC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냄과 동시에 실제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우리집 PC는 우리가 직접' 캠페인은 국내 대표 컴퓨터 쇼핑몰, 컴퓨존(www.compuzone.co.kr)과 함께 합니다.

[IT동아 이상우 기자]

"지금까지 컴퓨터 부품을 사고, 조립하고, 윈도우를 깔고, 복원하는 방법을 알아봤지(문제가 생긴 PC, 복원 방법은 - http://it.donga.com/21925/)? 이제 마지막으로 컴퓨터가 똑바로 안 켜질 때, 점검하는 방법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와! 그럼 고장나도 컴퓨터 아저씨 안 불러도 되겠네?"
"응. 새 부품이 필요한 고장 말고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우선 비프음으로 증상을 파악하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우리가 컴퓨터 조립할 때 메인보드에 작은 스피커를 끼웠지?"
"응. 이 스피커로 경고음을 낸다고 했어."
"맞아. 이 경고음만 들으면 컴퓨터에 생긴 문제를 가늠할 수 있어."
"어떻게?"
"소리가 조금씩 다르거든. 짧게 몇 번 울리기도 하고 길게 계속 울리기도 해."

비프음 스피커
비프음 스피커

<메인보드용 스피커. 고급 메인보드에는 LED를 이용해 오류 코드를 문자나 숫자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예전에는 어떤 회사의 바이오스를 쓰느냐에 따라서 같은 증상이라도 비프음의 종류가 달랐어. 대표적인 회사는 아미(AMI, American Megetrends INC)와 어워드(Award)가 있었지. 그런데 대부분의 메인보드가 통합형 바이오스인 UEFI 모드를 지원하게 되면서, 이 비프음도 통일됐어."

아미 바이오스와 어워드 바이오스
아미 바이오스와 어워드 바이오스

<아미 바이오스(왼쪽)과 어워드 바이오스(오른쪽)>

" UEIF 바이오스를 지원하는 메인보드 에서 전원을 켰을 때 짧게 '삑'하고 한 번 울리는 소리는 모든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야. 그런데 전원을 켜도 비프음이 나지 않는다면 CPU나 메모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야. 길게 세 번 울리면 메모리가 장착되지 않은 경우고, 길게 다섯 번 울리면 그래픽 카드가 장착되지 않은 경우야."
"정리하면 소리가 없으면 CPU 혹은 메모리 문제, 한 번은 정상, 세 번은 메모리 미장착, 다섯 번은 그래픽 카드 미장착이지."

참고
아미 바이오스 비프음*
한 번: 정상
두 번: 메모리가 장착 불량 혹은 슬롯 불량
세 번: 메모리 불량
네 번: 메인보드 배터리 손상
다섯 번: CPU 장착 불량 혹은 자체 불량
여섯 번: 키보드 연결 불량 혹은 자체 불량
일곱 번: CPU 손상
여덟 번: 그래픽 카드가 장착 불량 혹은 자체 불량
아홉 번: 바이오스 설정 오류
열 번: 메인보드 불량
열한 번: CPU나 메인보드 L2 캐시 손상

어워드, 피닉스/어워드 바이오스 비프음
짧게 한 번: 정상
짧게 두 번: 바이오스 설정 오류
짧게 세 번: 키보드 연결 불량 혹은 자체 불량
길게 한 번 짧게 한 번: 각종 부품 장착 불량
길게 한 번 짧게 두 번: 그래픽 카드 장착 불량 혹은 자체 불량
긴 평탄음: 시스템 오류
소리 없음: 전원 공급 불량 혹은 CPU/메모리 불량. 동일 현상 지속 시 메인보드 교체 필요

"비프음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나면, 어떻게 처리해?"
"부품이 정말 고장났다면 새 부품으로 사서 교체해야지. 하지만 많은 경우, 접촉 불량일 확률이 높아.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를 뽑아서 접점을 지우개로 닦은 다음에 똑바로 끼우기만 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돼."
"지우개로?"
"응. 이런 접점은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으로 돼 있는데, 여기에 습기랑 산소 때문에 산화막이 생길 때가 있어. 쉽게 말해 녹이 슨 거야. 그래서 메인보드에 꽂아도 전기가 통하질 않으니 접촉 불량이 생기는 거고."
"그럼 지우개로 이 산화막을 벗겨내는 거네?"
"맞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우개 가루는 다 털고 끼워야 해."

지우개로 접점을 닦는 모습
지우개로 접점을 닦는 모습

<300원 짜리 지우개로 수리비 1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컴퓨터 부품을 빼거나 꽂을 때는 반드시 전원을 완전히 꺼야 해. PC 본체 전원을 끄는 것은 물론이고, 파워 서플라이에 있는 전원 케이블도 빼야 해. 그리고 케이블을 뺀 상태로 전원 버튼을 몇 번 눌러서 본체에 남아있는 잔류 전기까지 확실히 빼줘야 해."
"왜? 감전이라도 되나?"
"그래. 그리고 잔류 전기가 튀어서 부품을 고장 낼 수도 있거든."

전원 버튼
전원 버튼

<전원 버튼을 몇 번 눌러 잔류 전기를 방전시키자>

"그런데 부품이나 장치가 정말 고장 났을 수도 있잖아. 어떻게 판단해야 해?"
"사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를 들어 메모리 2개를 꽂았는데, 둘 중 하나만 고장났을 수도 있고, PCI 익스프레스 슬롯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그래픽 카드를 인식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복잡하네."
"그래. 하지만 부품을 하나씩 빼거나 끼우면서 점검해보면 언젠간 문제를 찾을 수 있어. 메모리 같은 경우는 둘 중 하나만 끼워보기도 하고, 슬롯을 바꿔서 끼워보기도 하는 거지. 그래픽 카드도 다른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끼워보거나, 그래픽 카드를 뽑고 내장 그래픽 포트에 모니터를 연결했을 때 올바르게 켜진다면 문제를 찾을 수 있겠지."

메모리를 제거하는 모습
메모리를 제거하는 모습

"여기서도 문제를 못 찾았다면 이제는 키보드, 마우스, ODD 등의 기타 장치를 모두 뺀 다음, 하나씩 끼우면서 전원을 켜보는 거야. 만약 키보드에 문제가 있었다면, 키보드를 뺀 상태로 전원을 켰을 때 올바르게 부팅되겠지? 만약 문제를 찾았다면 각 부품이나 장치 제조사에서 해당 부품에 대한 A/S를 받아야지"

"그런데 컴퓨터 전원이 아예 안 켜지면 어떻게 해?"
"콘센트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1단계야. 콘센트가 뽑혀있는 걸 모르고, 전원이 안 켜진다며 수리기사를 부르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콘센트나 멀티탭이 고장나지는 않았는지, 파워 서플라이의 전원 버튼이 켜져 있는지 확인해야 해."

PC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면 콘센트부터
확인하자
PC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면 콘센트부터 확인하자

<농담이 아니다. 멀티탭 전원을 꺼놓고, PC가 안 켜진다면서 주변 사람을 부르지 말자. 제발>

"1단계에서 이상이 없다면 부품에 이상이 있거나 부품 장착이 잘못 된 경우야. 아까 말한 것처럼 잔류 전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컴퓨터 내부를 청소해."
"청소는 갑자기 왜?"
"내부에 먼지가 많으면 전기가 잘 흐르지 않을 수도 있거든. 그래서 접촉 불량이 생길 수도 있고."

먼지가 쌓인 부품
먼지가 쌓인 부품

"내부를 청소했으면 부품을 뺐다가 다시 끼우는 3단계야. 부품이 잘 장착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지. 메인보드에 부착된 주전원/보조전원 케이블은 물론, 프로세서,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도 다 분해했다가 다시 꽂아. 메모리와 그래픽 카드는 지우개로 한 번 닦아주면 좋고. 여기까지 해도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면 파워 서플라이나 메인보드 문제일 확률이 높아."

보조전원 단자를 확인하는 모습
보조전원 단자를 확인하는 모습

"이렇게 까지 해도 전원이 안켜진다면… 컴퓨터 아저씨를 불러야겠지?"
"그래. 하지만 컴퓨터 고장 중 절반 이상은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태반이야. 수리비 10만 원을 아끼는 셈이지. 그리고 자기가 점검해봤던 것들을 수리기사한테 말하면 더 빨리 고칠 수도 있고."

"컴퓨터 조립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알았으니, 왠지 전문가가 된 느낌인데? 그리고 이제 웬만한 고장은 나 혼자서도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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