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공책 만한 크기에 결집된 첨단기술 - 노트북

김영우 pengo@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년 개정판] 오늘날의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를 형태별로 분류하자면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등이 분리된 데스크톱(Desktop)과 이들이 모두 합쳐진 노트북(Notebook)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때는 데스크톱이 PC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지만, 2015년 현재의 PC 시장에서는 노트북이 데스크톱의 판매량을 완전히 넘어섰다. 이는 데스크톱의 보급률이 이미 정점에 달한데다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가세로 휴대용 기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과 달리 요즘 나오는 노트북은 데스크톱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 여러모로 활용성이 높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휴대용 PC 전반을 ‘노트북’이라고 부르지만 외국, 특히 서양권에서는 노트북 보다는 ‘랩탑(Laptop)’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인다. 이는 무릎(Lap)의 위(Top)에 올려 놓고 쓰는 PC라는 뜻이다.

컴퓨터를 휴대용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컴퓨터라는 기기가 처음 개발되던 20세기 중반부터 계속 있어왔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단순히 구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의 컴퓨터는 크기가 최소 차 한대, 어떤 것은 집 한 채만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휴대용 컴퓨터를 만든다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용도로 쓸 것인지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혼란을 겪었다.

대학 노트 만한 컴퓨터? 그런 것이 가능한가요?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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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케이가 ‘다이나북’의 프로토타입을 들고 강연하고 있는 모습(2008). 앨런 케이는 1968년 지금의 노트북과 유사한 다이나북을 제시했다. <출처: (CC)Marcin Wichary at Wikipedia.org>>

현대적인 노트북에 가까운 구체적인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미국 전산학자인 앨런 케이(Alan Kay, 1940~)다. 미국 제록스(XEROX)사에서 근무하던 케이는 1968년,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저렴한 휴대용 컴퓨터의 개념을 발표하고 이를 ‘다이나북(Dynabook)’이라고 이름 붙였다. 케이는 다이나북을 제시하면서 이 기기가 대학 노트만한 크기에 키보드와 모니터를 갖추고 있으며, 단순한 계산 작업뿐 아니라 영상이나 음향도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물론,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꿈에서나 실현할 수 있는 기기였지만, 실제로 현재 쓰이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컴퓨터는 케이의 다이나북과 놀랍도록 유사한 외형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이나북의 개념이 발표된 이후에도 수많은 컴퓨터 기업들이 휴대용 컴퓨터의 개념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실험적인 제품을 내 놓았지만, 모두 ‘휴대용’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크기가 컸고 실용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었다. 특히, 휴대용 컴퓨터라면 중앙처리장치(CPU), 기억장치(메모리), 입력/출력 장치(키보드/마우스) 등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제품을 이뤄야 하는데,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이를 실현하기가 힘들었다.

1975년, ‘이동이 가능한 컴퓨터’가 등장하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휴대용 컴퓨터는 1975년, 미국 IBM사에서 출시한 ‘IBM 5100 포터블 컴퓨터(Portable Computer)’다. 이 제품은 1.9MHz로 작동하는 CPU와 64KB의 주기억장치, 그리고 5인치 크기의 CRT 모니터와 테이프 드라이브 형식의 보조기억장치까지 하나의 본체에 갖추고 있었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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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출시된 ‘IBM 5100 포터블 컴퓨터’는 무게가 25kg에 달했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휴대용 컴퓨터였다>

IBM 5100 포터블 컴퓨터는 제품 무게가 25kg에 달해서 지금의 노트북에 비하면 ‘휴대용’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지만, 1960년대에 나온 동급 성능의 컴퓨터의 무게가 500kg에 달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동이 가능한 컴퓨터’가 나왔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최대 2만 달러 정도였으며,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1976년, 다이나북의 개념을 처음 발표한 케이가 일하던 제록스사에서 ‘제록스 노트테이커(Xerox NoteTaker)’라는 휴대용 컴퓨터를 공개했다. 제록스 노트테이커는 1MHz의 CPU와 128KB의 주기억장치, 그리고 플로피디스크를 갖췄다. 제록스 노트테이커는 시제품만 공개되고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후에 나온 휴대용 컴퓨터의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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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본 1(1981년)은 일반인 대상으로 출시된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다>

일반 시장에 출시된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는 1981년에 오스본(Osborne)사에서 내놓은 ‘오스본 1(Osborne 1)’이다. 제록스 노트테이커와 상당히 유사한 외형을 갖춘 오스본 1은 4MHz의 CPU(중앙처리장치)와 64KB의 주기억장치를 갖췄으며, 1,795달러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팔렸다. 이와 함께 무게도 12kg 정도로 이전의 휴대용 컴퓨터에 비해 훨씬 가벼워서 매월 1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다만, 이후에 유사한 제품이 다수 등장하면서 오스본 1은 인기를 잃게 되었고, 결국 1983년에 오스본사는 도산하게 된다.

‘이동’이 아닌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는 언제 즈음?

제록스 노트테이커나 오스본 1은 휴대용 컴퓨터라는 것을 내세우긴 했지만, 부피가 크고, 외부 전원이 필수였기 때문에 실제로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엡손(Epson)에서 1981년에 발표하고 1983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엡손 HX-20(일본 판매명 HC-20)’은 LCD 모니터와 내장 배터리를 갖춘데다가 무게도 1.6kg에 불과했기 때문에 실제로 휴대하며 사용이 가능했다.

엡손 HX-20은 614KHz로 작동하는 CPU와 16KB의 주기억장치를 갖춰 다른 휴대용 컴퓨터에 비해 성능은 낮은 편이었지만, 도트 매트릭스 방식의 프린터를 기본 내장하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문서 출력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또한, 제품 가격이 795달러 정도로 싸서 큰 인기를 끌었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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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출시된 엡손 HX-20은 내장 배터리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간단히 휴대가 가능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휴대용 컴퓨터가 등장했지만 이들은 내부구조나 운영체제가 각기 다른 경우가 많아서 소프트웨어나 주변기기가 다른 컴퓨터와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82년에 미국 컴팩(Compaq)사에서 출시한 컴팩 포터블(Compaq Portable)은 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고 있던 IBM의 PC(Personal Computer)와 같은 기본구조를 갖추고,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 운영체제를 탑재해 호환성이 높았다.

컴팩 포터블은 무게가 12.5kg으로 다소 무겁고 가격도 3,590달러로 비싼 편이었지만 9인치의 비교적 넓은 CRT 모니터를 갖췄고, 4.77MHz로 작동하는 인텔의 8088 CPU와 640KB의 주기억장치, 그리고 2개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CGA 그래픽카드 등을 갖추는 등, 당시의 휴대용 컴퓨터로서는 매우 높은 사양을 갖췄다.

1985년, 진정한 ‘노트북’의 등장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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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T1100(1985년)의 등장으로 현대적인 '노트북'의 시대가 열렸다>

컴팩 포터블의 출시로 인해 이후에 나온 휴대용 컴퓨터들은 거의 IBM PC 호환 구조를 갖추게 되어 한층 활용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모니터와 키보드만 내장하고 있을 뿐이지 데스크톱과 다름 없이 크고 무거웠으며, 배터리를 내장하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라 휴대용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일본 도시바(Toshiba)가 1985년에 출시한 ‘T1100’은 현대 ‘노트북’의 형태와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한 제품이라고 할 만하다.

휴대 시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4.7인치의 흑백 LCD(해상도 640 x 200)화과 83키 키보드를 갖추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MS- DOS 운영체계를 탑재하였다. 그리고 4.77MHz의 인텔 80C88 CPU, 그리고 256KB의 램과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그리고 내장 배터리를 갖추고도 7cm의 두께에 4.1kg의 무게를 실현하여 1,899달러의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노트북의 분류

오늘날 사용하는 대부분의 노트북은 1985년에 나온 도시바 T1100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성능 면에서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크기나 용도에 따라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노트북을 분류할 때는 일반적으로는 화면 크기에 따라 나누는 경우가 많지만 비슷한 화면 크기의 노트북이라도 CPU의 처리속도나 각종 부가 기능 등에 따라 분류가 나뉘기도 한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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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위)과 서브노트북(가운데), 그리고 데스크노트(아래)의 크기 비교>

1) 표준형 노트북(Notebook)
화면 크기가 14인치 남짓인 노트북을 가리킨다. 무게는 2~2.5kg 사이인 경우가 많다. 성능과 휴대성 사이의 균형이 잘 잡힌 제품이 많으며, 실제로도 가장 많이 팔리는 노트북 제품군이기도 하다. 다양한 제조사에서 다수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휴대용은 물론, 데스크톱 대체용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그 어느 쪽에도 특화되어 있지 않아 완전한 휴대용, 혹은 완전한 데스크톱 대체용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2) 넷북(NetBook)
화면 크기가 11인치 이하인 초소형 노트북이다. 2008년 전후, 인텔에서 아톰(Atom)이라는 저전력 CPU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성능 보다는 높은 휴대성과 싼 가격을 강조하는 제품으로 ‘미니 노트북’이라 부르기도 한다. 무게는 1kg 남짓으로 가벼우며, 인텔 아톰을 비롯한 저전력 CPU를 탑재하므로 배터리 유지시간이 길다. 다만, 성능에 한계가 있으므로 문서 작업이나 인터넷 서핑 정도의 용도로 쓰는 것이 적합하다.

3) 울트라씬(Ultra-Thin) / 울트라북(UltraBook)
넷북의 낮은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높은 휴대성은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나온 소형 노트북 제품군이다. 11 ~ 13인치 남짓의 화면을 갖춘 제품이 대부분이며, 무게는 1 ~ 1.5kg 사이다. 울트라씬이라는 용어는 2010년, 인텔에서 기존의 표준형 노트북에 탑재되던 ‘코어(Core)’ 시리즈 CPU의 저전력 모델을 출시하며 제창한 것으로, 넷북 수준의 작업 외에 고화질 동영상 감상이나 캐주얼 게임 등을 할 수 있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고 두께가 얇은 노트북을 지칭한다. 성능이나 휴대성, 가격 면에서 넷북과 표준 노트북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인텔에서는 2011년에 2세대 코어 시리즈의 저전력 모델을 출시하며 기존의 울트라씬 보다 성능을 높인 ‘울트라북’ 규격을 발표했다.

4) 서브노트북(SubNotebook)
본래는 13인치 이하의 화면을 가진 소형 노트북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였지만 넷북과 울트라씬 등의 새로운 소형 노트북 규격이 등장하면서 의미가 다소 변화했다. 2011년 현재의 서브노트북이란 11 ~ 13인치 남짓의 화면을 가지면서 표준 노트북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소형 노트북을 지칭한다. 휴대성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추구하므로 넓은 범위의 사용자군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크기가 작으면서 고성능을 낼 수 있는 부품이 많이 들어가므로 울트라씬은 물론, 비슷한 성능의 표준형 노트북보다도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넷북과 울트라씬의 등장 이후, 서브노트북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5) 데스크노트(DeskNote, 데스크톱 대체형 노트북)
15인치 이상의 큰 화면 및 데스크톱에 준하는 고성능을 갖춘 대형 노트북을 지칭하는 용어다. 키보드도 데스트탑용에 준하는 106키 모델을 탑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양한 포트 및 입출력 장치를 갖추고 있어 폭넓은 작업을 할 수 있다. 다만, 무게가 일반적으로 3kg이상, 일부 제품의 경우 5kg을 넘는 경우도 있으므로 휴대가 불편하며, 전력 소모가 심한 고성능 부품이 다수 사용되므로 배터리 유지 시간도 길지 않다. 따라서 다른 노트북과 달리 휴대용 PC라기보다는 이동이 가능한 데스크톱 PC와 같은 개념으로 주로 사용한다. 단순히 표준형 노트북에서 화면만 늘린 제품부터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 전문가용 컴퓨터)급의 성능을 갖춘 제품까지 있어서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다.

6) UMPC(Ultra-Mobile PC)
화면 크기 9인치 이하, 무게 900g 이하의 휴대용 PC를 지칭하는 것으로, 성능이나 기능이 아닌 휴대성만을 극한으로 추구한 초소형 노트북이다.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이 많으며, 운영체제는 다른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윈도우 시리즈를 탑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소니, 도시바, 후지쯔, 고진샤 등의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제품이 출시되었으나 느린 구동 속도 및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이 보급되지는 못했다. 넷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08년 이후부터 UMPC는 거의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

7) 2-in-1 (컨버터블 PC)
단어 뜻 그대로 두 가지 기능을 하나에 넣은 노트북 제품군으로, 노트북과 태브릿PC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한 제품이다. 즉 노트북처럼 키보드를 갖추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키보드를 떼어 내 터치스크린을 통해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노트북이 선보이긴 했지만, 2-in-1(투인원)은 기능뿐 아니라 두 제품군의 형태, 사용 패턴/환경 등까지 완전히 흡수된 노트북이다. 2-in-1의 일반적인 형태는 키보드 부착/제거형 제품이며, 각 제조사에 따라 키보드를 화면 뒤로 접거나 화면 아래로 포개는 형태 등도 있다. 2-in-1은 ‘컨버터블 PC’ 또는 ‘하이브리드 PC’로 불리기도 했다. 참고로 인텔에 따르면, 2-in-1 노트북은 반드시 키보드와 MS 윈도 운영체제를 포함해야 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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