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 in 보드게임] 감성 보드게임 '딕싯', 살벌한 데스매치로 변신하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는 다양한 직업군을 대표하는 도전자들이 게임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리얼리티 쇼다. 그렇다면 더 지니어스에 등장하는 각종 게임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니어스 in 보드게임'에서는 방송에 등장한 게임과 모티브가 된 게임의 진행 방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소개한다.
<지난 연재>
1부- 방송에 등장한 게임, 실은 보드게임이다? (http://it.donga.com/21647)
2부- TV 속 장면이 보드게임으로, '호러 레이스' (http://it.donga.com/21718)
더 지니어스의 시즌 1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은 2013년 4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더 지니어스 시즌 1에서 코리아보드게임즈는 공식적으로 게임 자문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방송에는 보드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임이 다수 등장했다. 오늘 다룰 '이미지 게임'도 그렇다. 시즌 1의 8화 데스매치 게임인 '이미지 게임'은 보드게임 '딕싯(Dixit)'과 매우 유사하다.
마음을 읽는 보드게임, '딕싯'
딕싯은 그림 카드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고 즐길 수 있는 감성형 보드게임이다. 참신한 게임 방식으로 2008년 발매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게임상을 휩쓴 바 있다. 이 보드게임 딕싯은 더 지니어스 제작진의 눈에 들어왔다.
우선 보드게임 딕싯에 대해 알아보자. 딕싯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심리가 어떤지 짐작해볼 수 있어,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파티 보드게임으로 곧잘 사용되는 게임이다.
딕싯에는 84장의 그림카드가 있다. 각 카드에는 동화적인 상상력이 샘솟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보는 이의 상상력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각 플레이어들은 그림 카드를 6장씩 손에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이야기꾼이 된다. 이야기꾼이 된 사람은 자기 손에서 카드를 1장 고르고, 그 카드를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그림을 설명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림 설명은 단어나 문장이어도 좋고, 속담이나 영화, 소설, 만화 제목으로 설명해도 좋다. 그림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누구나 정답을 맞힐 테니, 함축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이야기꾼의 설명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손에 든 카드 가운데 이야기꾼의 설명과 비슷한 그림을 골라 이야기꾼에게 준다. 이야기꾼은 모은 카드들은 잘 섞은 뒤 모두에게 공개한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꾼이 설명한 카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이야기꾼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이야기꾼이 왜 그런 설명을 했을까?'를 고민하며 여러 장의 카드들 중 이야기꾼의 카드를 찾아야 한다.
이야기꾼의 설명이 너무 쉬워서 모두 다 정답을 맞추거나, 너무 어려워서 아무도 정답을 맞추지 못한다면 이야기꾼은 혼자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즉, 누구는 맞추고 누구는 못 맞추도록 적당하게 설명해야 한다. 게임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이 그림으로 왜 이런 설명이 나오는 거야!' 싶을 정도의 4차원적 발상을 제시하는 이야기꾼들은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이러한 발상을 정확히 읽어내는 플레이어들의 추리도 재미를 돋운다.
이야기꾼이 아닌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진 카드들 중 이야기꾼의 설명에 가장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카드를 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낸 카드를 정답이라고 선택한 플레이어들의 수만큼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이 낸 정답을 찾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카드를 선택하도록 고심하다 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게임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게임을 연속으로 해 보면 상대방의 생각과 심리가 어떠한지도 짐작할 수 있다.
딕싯, 더 지니어스의 '데스매치' 게임으로 변신하다
파티 보드게임 '딕싯'은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을까? 보드게임 '딕싯'은 시즌1 8화 데스매치 게임으로 소개됐다. 이름하여 '이미지 게임'이다. 더 지니어스에서는 '메인매치'와 '데스매치'로 2개의 게임을 진행하는데, 데스매치는 탈락 후보자 2명이 겨루어 탈락자를 정하는 게임이다.
딕싯은 친목 파티에 적합한 부드러운 보드게임이기 때문에, 더 지니어스의 대결 구도와 긴박한 극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실제 방송에서는 다른 요소가 추가됐다. 방송에서 '이미지 게임'은 2명의 탈락 후보만이 출제자(이야기꾼)가 되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연합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8회의 탈락 후보인 차유람과 박은지의 대결에 홍진호, 이상민, 성규 등이 참가해 각자 응원하는 후보를 지원하면서, 이미지 게임은 딕싯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더 지니어스 출연자들은 서로 연합하거나 견제하면서 게임을 진행했다. 연합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한 박은지-성규-이성민은 박은지의 카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다른 카드를 선택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차유람을 지원하는 홍진호는 최후의 반전을 노렸지만, 다수의 아군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전략을 취한 박은지-성규-이상민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보드게임 딕싯은 서로의 상상력과 창의력, 표현력을 뽐낼 수 있는 파티형 보드게임이지만, 더 지니어스의 이미지 게임은 게임의 승리를 위한 연합과 전략, 그것을 실행할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으로 변화한 셈이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