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1조' 팬택 사겠다는 중견기업 옵티스, 실현 가능?

김영우 pengo@itdonga.com

누가 봐도 명백한 '시한부 인생'이었던 팬택(대표 이준우)에게 아마도 마지막이 될 듯한 동아줄이 내려왔다. 거의 1년 간 계속된 기업회생절차 기간 동안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팬택은 지난 5월 25일부로 기업회생절차를 포기하고 사실상 파산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지난 27일에는 모 일간지에 사실상의 '고별 광고'도 냈다.

하지만 어제(16일),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가 팬택이 옵티스 컨소시엄과 기업 인수합병(M&A) 양해각서 체결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양해각서 체결이 반드시 인수 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이번 제안이 이전의 인수 건에 비해 비교적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팬택
팬택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컨소시엄의 중심에 있는 중견기업 옵티스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의 이주형 대표가 2005년에 설립한 ODD(광학디스크드라이브) 제조업체다. 옵티스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의 ODD 사업부(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 TSST)의 지분 49%를 인수하며 사실상 삼성전자의 ODD 생산 사업를 이어받았다.

그동안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몇 군데 있었으나 대부분 진정성을 의심 받곤 했다. 팬택과 법원 입장에선 제 값을 주고 팬택을 사서 회사를 정상 괘도로 올려놓을 만한 인수자가 절실했으나, 그동안 등장한 인수 희망자들은 적당히 팬택의 '단물(부동산, 특허 등의 자산)'만 빼 먹은 후에 팽개쳐버릴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기업 사냥꾼'의 인상이 강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번번히 이들 인수 희망자들을 내치곤 했다.

하지만 옵티스 컨소시엄의 경우는 자못 다르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IT 관련 제조업체라는 팬택과의 공통점이 있고 중견기업 치고는 비교적 규모가 크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인수를 한다는 목소리만 크고 구체적인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이전의 인수 희망자들과 달리, 옵티스 컨소시엄은 제법 체계적인 계획까지 내놨다. 팬택의 김포공장 및 전국 A/S 센터를 제외한 인력과 특허권 등을 4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제의했고 보증금 20억원도 납부를 완료했다.

만약 이번 인수가 이루어진다면 이후의 전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팬택을 인수해 스마트폰 및 사물 인터넷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제품 개발과 생산, 판매와 서비스까지 모두 국내에서 하고 있는 현재의 팬택의 체질도 바꿀 계획이다. 제품 개발은 국내에서 하지만 생산은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유력)에서 하는 외주 생산 방식으로 전환이 예상된다. 참고로 옵티스는 삼성 ODD를 생산하던 필리핀 세필 공장도 보유한 상태다.

필리핀 세필 공장 내부 전경
필리핀 세필 공장 내부 전경

< 옵티스가 보유한 필리핀 세필 ODD 공장 내부 전경>

다만, 예전의 인수 희망자보다는 상황이 낫다고는 하나 그래도 옵티스 컨소시엄의 팬택 인수 과정에 불안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김포공장과 전국 A/S 센터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에 해당하는 일부 인력의 고용 승계가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특히 A/S 센터의 향후 운영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기존의 팬택 제품을 사용하던 고객들에 대한 A/S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관건이다.

또한, 옵티스가 상당한 규모의 중견기업이라고는 하나, 팬택을 원활하게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느냐의 여부도 관심사다. 옵티스의 작년 매출 규모는 5,995억 원, 영업이익은 150억 원 수준이었으며 이들이 인수하고자 하는 팬택의 작년 매출은 5,818억 원, 영업손실은 313억 원 수준이었다. 특히 팬택의 총 부채는 1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옵티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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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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