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 게임 구조: 트릭 테이킹

안수영 syahn@itdonga.com

트릭 테이킹 게임
트릭 테이킹 게임

트릭 테이킹 게임은 주로 플레잉 카드(Playing Cards, 흔히 이야기하는 트럼프 카드)를 이용해서 플레이 됐고, 발달해왔다. <출처: divedice.com>

트릭 테이킹(Trick-taking)은 카드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다. 트릭 테이킹은 18세기와 19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고, 그 유행이 20세기 미국으로 전파되며 서양의 대표적인 전통 카드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트릭 테이킹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발달해 온 만큼 다양한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이 게임들은 세부 규칙은 다르지만, 대표적인 규칙만큼은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의 일반적인 진행

먼저 트릭 테이킹 게임의 장르적 특징을 정의하는 기본 시스템을 살펴보자.

트릭 테이킹 게임은 플레잉 카드처럼 다양한 수트와 여러 가지 계급으로 이뤄진 카드를 사용한다. 플레잉 카드에서는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럽(♣)과 같은 무늬를 수트(suit)라고 부르며, A, K, Q, J, 10…2와 같은 카드의 숫자나 문자는 그 카드의 계급을 의미한다. 게임 내에서 카드의 수트 구분과 카드의 계급은 중요한 정보다. 이렇게 카드마다 다른 수트와 계급을 반드시 가지고 있는 것은 하나의 장르적 특성을 낳았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매우 정형화된 차례를 가진다. 트릭 테이킹이란 이름을 그대로 풀어 보면 '트릭(Trick)을 따내는(Taking)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트릭이란, 일반적인 게임에서 한 라운드나 한 턴과 같이 한 번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로 이해하면 된다. 트릭 테이킹 게임에서의 한 차례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1. 트릭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한 장을 골라서 낸다. 시작 플레이어가 낸 카드의 수트는 리드 수트(Lead Suit)가 된다.

시작 카드는 아무 카드나 낸다.
시작 카드는 아무 카드나 낸다.

시작 카드는 아무 카드나 낸다. <출처: divedice.com>

2. 다른 플레이어들은 리드 수트에 해당하는 문양을 가진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해당 수트의 카드를 내야만 한다. 리드 수트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아무 카드나 낼 수 있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있다면 꼭 내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 시스템의
핵심이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있다면 꼭 내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 시스템의 핵심이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있다면 꼭 내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 시스템의 핵심이다. <출처: divedice.com>

3. 모든 플레이어가 돌아가며 카드 한 장씩을 내면, 리드 수트에 해당하면서 가장 높은 계급을 가진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이번 트릭에 나온 카드를 모두 가져간다. 이렇게 카드를 가져간 플레이어는 '이번 트릭을 따냈다'고 표현한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없다면, 원하는 카드를
낸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없다면, 원하는 카드를 낸다.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없다면, 원하는 카드를 낸다. <출처: divedice.com>

4. 카드를 가져간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새로운 트릭을 시작한다.

트릭에서 승리하면 카드를 모두 모아
가져간다.
트릭에서 승리하면 카드를 모두 모아 가져간다.

트릭에서 승리하면 카드를 모두 모아 가져간다. <출처: divedice.com>

위와 같이 게임을 진행하며, 보통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사용하면 한 게임이 끝난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트릭 테이킹 게임이 있고, 서로 다른 게임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트릭의 구조 자체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 구조를 지키느냐 아니냐가 다른 종류의 카드 게임과 트릭 테이킹 게임을 구분 짓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이처럼 전형적이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 트릭마다 '이 카드를 내서 트릭을 따내는 것이 내게 유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카드를 내서 상대가 트릭을 따게 해 상대방을 불리하게 만들 것인가'와 같은 선택의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처음 받은 카드만을 사용하므로 점점 카드가 줄어들어 선택 가능한 옵션이 줄어드는 긴장감, 그에 따른 선택의 기로,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란 점 등이 트릭 테이킹 게임만의 묘미다.

트릭 테이킹의 계보

휘스트
휘스트

휘스트 (Whist, 1663). 사진은 1853년에 출판된 게임박스 <출처: boardgamegeek.com>

트릭 테이킹의 원조 격으로 알려진 게임으로는 '휘스트'가 꼽히지만, 휘스트 역시 다른 게임을 개량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트리옴프(Triomphe)가 바로 휘스트의 전신이라고 한다. 휘스트는 18, 19세기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중 휘스트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작품도 있어, 그 유행의 흔적을 살펴볼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19-1849.10.7)의 소설인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소설의 도입 부분에 인간의 분석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넣었다.

"휘스트는 원래부터 소위 계산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고 지성의 소유자까지도 체스는 시시하다고 경멸하면서도 휘스트에는 납득이 안 갈 정도로 정신 없이 몰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사실 이런 유의 것으로 휘스트만큼 과도히 분석 능력이 요청되는 것도 없다. 세계 제일의 체스 명인은 결국 세계 제일의 체스 명인일 뿐이다. 그러나 휘스트에 능숙하다는 것은 지력과 지력이 서로 맹렬히 우열을 겨루는, 보다 중요한 다른 인간 활동의 여러 분야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 에드거 앨런 포,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

휘스트의 뒤를 이어 트릭 테이킹 게임의 유행을 연장시킨 게임으로는 단연 '브리지(Bridge, 1925)'를 꼽을 수 있다. 20세기를 강타한 게임 중 하나인 브리지는 역시 20세기 소설에 그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9.15-1976.1.12)의 소설 중에도 브리지 클럽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캐릭터 등을 볼 수 있다.

브리지는 많은 파생 게임을 낳았는데, 옥션 브리지(Auction Bridge), 콘트랙트 브리지(Contract Bridge), 러버 브리지(Rubber Bridge), 듀플리케이트 브리지(Duplicate Bridge) 등이 그 파생 게임이다. 서양에서 브리지는 매우 대중화된 게임 중 하나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에서 시범 경기로 채택되기도 했다.

1980년대에 한국의 몇몇 대학가에서는 '마이티'가 유행했다. 마이티의 등장 배경에는 한국 자생 게임이라는 설과 일본에서 만들어져 전파된 게임이라는 설이 맞서고 있다. 한국에 트릭 테이킹 게임의 전통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외부에서 유입된 게임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보인다.

바겐헌터
바겐헌터

독일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Uwe Rosenberg)의 트릭 테이킹 게임, 바겐헌터(Bargain Hunter, 1998). 사진은 2010년 재판된 버전이다. <출처: boardgamegeek.com>

물론, 위의 계보를 잇지 않은 트릭 테이킹 게임들도 많다. 20세기 후반 독일식 보드게임의 유행은 수많은 변종 트릭 테이킹 게임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19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트릭 테이킹 게임은 1,000여 종에 이르며, 트릭 테이킹 게임은 마치 유명 작가가 한 번씩은 다뤄보는 장르와도 같았다. 보난자(1997)와 아그리콜라(2007)로 유명한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 디 마허(die Macher, 1985)의 작가 칼 하인츠 슈미엘(Karl-Heinz Schmiel), 줄로레또(2007)의 미하엘 샤흐트(Michael Schacht) 등이 각각 트릭 테이킹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출판된 게임들

위저드
위저드

위저드(Wizard, 1984) <출처: divedice.com>

트릭 테이킹 게임은 다양한 작품으로 출판됐는데, 출판된 게임들 중 대표작은 '위저드'다. 위저드는 카드 게임의 명가 아미고(Amigo) 사에서 출판했으며 오랫동안 인기를 모았다.

게임은 첫 라운드에 1장, 두 번째 라운드에 2장 등, 매 라운드마다 1장씩 카드를 추가해 모든 카드가 분배되는 라운드까지 플레이를 한다. 각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진 카드를 통해 "이번 라운드에 몇 번 트릭을 가져올지" 예측하게 된다. 처음에는 1장의 카드로 예측하기 때문에 운의 요소가 강하지만, 점차 카드가 늘어나면 전략적인 예측이 필요해진다. 예측을 잘 할수록 점수를 획득하게 되며, 마지막 라운드 종료 후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2006년에는 수트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바꾸고 숫자를 1에서 8까지로 낮춰 어린 아이들이 플레이 할 수 있게 한 '위저드 주니어(Wizard Junior, 2006)'가 출시됐다.

위저드 익스트림
위저드 익스트림

위저드 익스트림(Wizard Extreme, 2003) <출처: divedice.com>

위저드 시리즈 중에서 위저드보다 더 유명한 게임이 '위저드 익스트림'이다. 이 게임은 포 세일(For Sale, 1997)의 작가 스테판 도라(Stefan Dorra)의 또 다른 명작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이 게임이 처음부터 위저드 시리즈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본래 이 게임은 '디 지벤 지겔(Die Sieben Siegel)'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판됐으며, 카드를 나눠 받은 뒤 게임 시작 전에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트릭을 토큰 형태로 가져오는 게임이었다. 이 토큰을 '봉인'이라 하는데, 플레이어들은 트릭을 따오면서 이 봉인을 풀어냈다. 더욱 재미있는 요소는 배신자의 존재였다. 토큰을 가져오는 대신 배신자 말을 가지고 오면 배신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데, 배신자는 다른 상대방을 방해해서 원치 않는 봉인을 풀게 하면 점수를 획득했다.

레이지
레이지

레이지(Rage, 1983) <출처: divedice.com>

위저드가 1장에서 점차 많은 카드를 받으며 진행하는 게임이라면, 반대 방식의 게임도 있다. 바로 '레이지'가 그런 게임이다. 레이지는 처음 10장의 카드를 받고 시작해서 매 라운드마다 1장씩 카드를 줄여간다. 때문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번 라운드에 몇 번 트릭을 가져올지' 예측하기가 쉬워진다. 다만, 이 게임에서는 리드 수트와 다르게 카드를 내는 '속임수'를 쓸 수 있고, 이를 다른 플레이어들이 의심하고 '고발'할 수 있다.

이런 규칙 때문에 쉬운 예측 속에서 의심과 블러핑이 난무하게 된다. 레이지는 트릭 테이킹의 기본 규칙인 '다른 플레이어들은 리드 수트와 같은 문양의 카드가 손에 있다면, 리드 수트의 카드를 내야 한다'를 비튼 게임이다. 때문에 상대방이 리드 수트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를 항상 의심하게 되고, 이를 돕는 특수 카드들 때문에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슈티헤른
슈티헤른

슈티헤른(Sticheln, 1993) <출처: divedice.com>

트릭 테이킹 게임 중 특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슈티헤른'은 고통의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드를 나눠 받은 후 손에 있는 카드를 한 장 골라서 내려놓는데, 이 카드와 같은 색상의 카드를 트릭으로 가져오면 카드의 숫자만큼 감점을 받게 된다. 때문에 이 내려놓는 카드를 '고통의 색상'이라고 부른다. 이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들은 1장 당 1점이기 때문에, 고통의 색상을 피해 점수를 많이 따고자 노력해야 한다.

재미있게도, 이 게임에서 리드 수트 외의 다른 카드들은 모두 으뜸패(트럼프, trump: 리드 수트보다 강한 패)로 취급되기 때문에, 다른 게임에 비해 카드를 내서 트릭을 가져가기가 수월한 편이다. 간단한 규칙으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어 트릭 테이킹 게임의 입문용으로 많이 추천되는 게임이다.

보틀 임프
보틀 임프

보틀 임프(Bottle Imp, 1995) <출처: divedice.com>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트릭 테이킹 게임으로 '보틀 임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보틀 임프는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잘 알려진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1,13~ 1894.12.3)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2인용 보드게임의 명작 카후나(Kahuna, 1998)의 작가 귄터 코넷(Gunter Cornett)이 게임을 디자인했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은 악마가 들어있는 호리병을 손에 넣고 막대한 부를 얻는데, 이 호리병은 자기가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지 않으면 악마와 함께 지옥으로 가게 되는 저주를 지녔다. 주인공은 이 호리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문제로 괴로워한다. 호리병을 처분했더니 아내가 아프더라는 식으로 주인공의 근심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호리병을 사고 팔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호리병의 가격은 1센트까지 내려가고, 마지막에는 숭고한 자기 희생의 마음과 행운이 겹쳐 위기를 빠져나간다.

이 게임의 장점은 원작 소설의 설정이 게임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악마의 호리병을 가지고 있으면 카드를 많이 따서 점수를 모을 수 있으나, 마지막까지 악마의 호리병을 들고 있다면 모든 점수가 무효가 되고 치명적인 감점을 받는다. 따라서 적당한 타이밍에 악마의 호리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이렇게 소설을 바탕으로 게임 구조와 잘 결합한 트릭 테이킹 게임을 찾는다면, 작가 귄터 코넷이 세운 밤부스(Bambus Spielverlag) 사에서 출시된 '지킬박사와 하이드(Dr. Jekyll & Mr. Hyde, 1997)'도 눈여겨볼 만하다.

캐년
캐년

캐년(Canyon, 1997) <출처: divedice.com>

'캐년'은 트릭 테이킹과 레이싱이 결합된 형태의 게임이다. 트릭을 얼마나 얻어올 것인지 예측하고, 그 예측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았는가에 따라 계곡을 전진한다. 계곡의 끝에 도착한 후, 다시 출발 지점까지 돌아오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지형 조건에 따라 길이 막히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등 게임 판을 잘 읽어야 승리할 수 있다. 이 게임은 1998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1998 Spiel des Jahres)에서 추천하는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 앤 랏츠 모어
뮤 앤 랏츠 모어

뮤 앤 랏츠 모어(Mu & Lots More, 2007) <출처: divedice.com>

'뮤 앤 랏츠 모어'는 4가지의 트릭 테이킹 게임이 한 박스에 들어 있어 '4 in 1'으로도 불린 게임이다. 여기에 포함된 게임들은 도리스 매튜스(Doris Matthaus)의 '뮤(Mu, 1995)', 칼 하인츠 쉬미엘의 '바스 스티치?(Was Sticht?, 1994)', 스테판 도라의 '녯(Njet!, 1997)', 귄터 바크하트(Gunter Burkhardt)의 '마인즈(Meinz, 1999)' 등이다. 이 게임들은 모두 트릭 테이킹 게임의 수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포펜, 스티히 마이스터, 파이브
쿠쿰버스
포펜, 스티히 마이스터, 파이브 쿠쿰버스

포펜(Foppen, 1995), 스티히 마이스터(Stich-Meister, 2010), 파이브 쿠쿰버스(Five Cucumbers, 2013) <출처: divedice.com>

보드게임 작가들 중 괴짜로 널리 알려진 프리드만 프리제(Friedemann Friese)의 트릭 테이킹 게임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특이하다. 포펜은 매 라운드 꼴찌를 정해 다음 라운드를 쉬게 하는 형식의 트릭 테이킹 게임이다. 손에 있는 카드가 그대로 마이너스 점수가 되기 때문에, 꼴찌가 되지 않으려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스티히 마이스터는 60장의 규칙 카드를 게임 참가자의 숫자만큼 뽑아, 매번 새로운 규칙으로 즐길 수 있는 트릭 테이킹 게임이다. 트릭을 얻는 방식, 으뜸패 규칙, 점수를 얻는 방식 등 다양한 규칙 카드가 있다. 이 게임은 작가가 2015년 개발하고 있다는 모듈 조합 보드게임 '504(504, 2015)'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회사에서 출판한 게임인 '파이브 쿠쿰버스'도 주목할 만하다. 파이브 쿠쿰버스는 스칸디나비아의 유명 게임을 현대적으로 바꾼 것으로, 마지막 7번째 트릭을 이기면 벌점인 오이를 가져가는 게임이다. 오이를 5개 이상 가져가면 탈락하기 때문에, 마지막 트릭에서 이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6번의 트릭 동안 손에 있는 카드를 관리해, 다른 플레이어보다 높은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눌 운트 니히티히, 우고!
눌 운트 니히티히, 우고!

눌 운트 니히티히(Null & Nichtig, 2006)와 우고!(Ugo!, 2013) <출처: divedice.com>

'눌 운트 니히티히'는 승리해서 가져온 트릭을 색상별로 분류해 점수를 획득하는 형식으로, 트릭 테이킹 게임 구조에서 득점 방식을 살짝 변형했다. 가져온 카드들을 색상별로 분류해 기존 카드 위에 올려두기 때문에 가져온 트릭에 따라 내 점수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어 흥미롭다.

2013년 발매돼 화제를 모은 게임, '우고' 또한 이런 방식의 득점 구조를 취하고 있다. 우고는 여기에 적당한 게임 배경을 버무리고 농부라는 요소를 통해 더 복잡한 점수 계산 방식으로, 눌 운트 니히티히보다 전략적이다.

크로니클
크로니클

크로니클(Chronicle, 2009) <출처: divedice.com>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트릭 테이킹 게임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모은 게임은 '크로니클'이다. 이 게임은 각 라운드마다 스토리 카드가 펼쳐져 득점 방식이 달라지며, 각각의 카드에 특별한 기능이 있고, 심지어 카드에 선악의 개념도 있다. 때문에 카드의 기능이 강력하고, 진행 방식이 색달라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맛이 있다.

네비게이터
네비게이터

네비게이터(Navigaator, 2003 추정) <출처: boardgamegeek.com>

캐나다에서 제작돼 오직 한국에서만 팔린 트릭 테이킹 게임도 있다. 바로 '네비게이터'다. 항해를 테마로 한 이 게임은 무조건 이기는 항해사 카드와 무조건 지는 닻 카드를 동, 서, 남, 북 풍향과 힘이 그려진 카드와 섞어 첫 라운드 1장, 매 라운드마다 1장씩 더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특수카드를 활용해 정확한 예측을 해야 점수를 얻는 방식의 게임이다. 당시 방문판매 직원을 통해 보드게임 카페에 많이 비치됐고, 저렴한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번 배우면 밤을 새는 게임 구조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2014년 화제를 모은 트릭 테이킹 게임 다이아몬드(Diamonds, 2014)는 카드를 쓸 때마다 할 수 있는 간단한 특수 행동으로 게임의 흐름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았다. <출처: boardgamegeek.com>

트릭 테이킹 게임들은 매년 쏟아져 나온다. 특히 독일 에센 박람회에서 가장 뜨거운 신작 게임을 가리는 페어플레이 차트에서 '우고', '다이아몬드'와 같은 게임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트릭 테이킹 게임 구조가 고전이라는 편견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트릭 테이킹 게임이 오랜 역사에 걸쳐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게임이 가진 운과 전략의 수준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카드 운이 크게 작용하지만, 카드 운을 전략으로 승화시키는 재미가 있다.

지금까지 사용된 카드와 상대방이 손에 들고 있을 카드를 예측하는 카드 카운팅(Card Counting), 카드의 서열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를 누르는 힘의 대결, 시작 플레이어를 잡는 타이밍, 예측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재미 등 카드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재미가 이 게임 구조에 모두 담겨 있는 듯 하다.

인터넷 스페이드
인터넷 스페이드

Windows에서 제공하고 있는 게임, 인터넷 스페이드

이 글에서는 출판된 트릭 테이킹 게임들을 주로 소개했지만, 플레잉 카드만 있다면 즐길 수 있는 공개 게임들도 많다. 윈도우에서 기본 제공하는 스페이드(Spade)나 하트(Heart)도 이 트릭 테이킹 게임 구조를 가진 게임이며, 위에서 소개한 휘스트, 브릿지도 어렵지 않게 인터넷을 통해 규칙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 유커(Euchre, 1848), 나인티나인(Ninety Nine, 1967), 스카트(Skat, 1810)와 같은 게임이 있고, 2인용으로도 슬램(Slam, 1951), 피켓(Piquet, 1534), 슈납센(Schnapsen,1715)과 같은 게임들이 있어 약간의 영어 실력만 있다면 접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적으로 많은 트릭 테이킹 게임이 있지만, 앞서 설명한 일반적인 진행 방식만 이해하고 있다면 다른 게임들의 규칙을 익히는 것은 비교적 쉽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한번 익혀두면 다른 게임들을 익히는데
수월하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한번 익혀두면 다른 게임들을 익히는데 수월하다.

트릭 테이킹 게임은 한번 익혀두면 다른 게임들을 익히는데 수월하다. <출처: divedice.com>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에서 이 게임들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다른 나라의 경우 주변 지인들을 통해 이 게임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3~5명이 모이면 플레잉 카드를 가지고 밤새 놀이를 즐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 게임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 드물고,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 즐기기가 어렵다.

이 때문인지, 과거 야심차게 개발된 몇몇 국산 트릭 테이킹 게임은 그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트릭 테이킹 게임들이 많이 확산되어, 이 장르에 대한 전망은 점차 밝아질 것 같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권성현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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