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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진 대신 공간을 찍는 카메라 - 라이트로 일룸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필자가 정말 기대했던 카메라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바로 '라이트로 일룸'이다.

지난해 중순 해외 IT 매체를 훑어보던 중, 촬영 후 초점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카메라 리뷰 기사를 읽어보고 직접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해외직구 외에는 제품을 사용해볼 방법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라이트로 일룸이 국내 공식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리뷰용 제품을 대여했다. 라이트로 일룸은 어떤 카메라인지 자세하게 살펴보자.

라이트로 일룸

라이트로 일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공간을 찍는 카메라'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노출을 설정하교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누르면 한 장의 사진이 찍힌다. 이와 달리 라이트로 일룸은 설정을 맞춰 셔터버튼을 누르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장면의 정보를 파일 하나에 모두 담는다. 이 파일에 담겨있는 정보를 이용해 초점 위치를 자유롭게 바꾸는 것은 물론, 피사계 심도(초점이 맞은 것으로 보이는 범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셔터버튼 한 번만 누르면 공간 정보가 담긴 파일이 생성되고, 이 파일에서 원하는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라이트로 일룸으로 촬영한 사진은 초점을 맞춘 자리나 사진 구도를 바꿔가며 볼 수 있는 '리빙 픽쳐'라고 부른다. 다음 사진의 이곳저곳을 클릭하면 클릭한 부분으로 초점이 설정되고, 마우스를 움직이면 사진의 구도도 바뀐다.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roIceland/pictures/913925/embed>

물론 이 파일을 PC에서 직접 보기는 어렵다. 전용 소프트웨어인 '라이트로 데스크톱'을 이용하거나 앞서 본 사진처럼 라이트로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린 뒤 웹 브라우저를 통해 봐야 한다. 또, 아이패드 사용자라면 전용 앱을 통해 볼 수도 있다. 전용 앱의 기능과 사용법은 잠시 뒤 소개한다.

라이트로 일룸

라이트로 일룸의 외부 구조는 간단하다. 우측 전면과 후면에 조작 다이얼을 각각 하나씩 갖췄고, 셔터 버튼과 4개의 기능 버튼만 외부로 나와 있다. 후면 액정 화면은 터치스크린을 지원하기 때문에 화면에 나타난 각종 아이콘을 터치해서 여러 세부적인 조작을 할 수 있다. 제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조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노출된 버튼은 필수적인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터치스크린에 넣었다고 한다.

라이트로 일룸

사실 전문가용 카메라일수록 외부에 노출된 조작 버튼이 많다. 사용자가 일일이 세부 설정을 찾아 들어갈 필요 없이, 외부에 있는 버튼 몇 개를 조합해 원하는 설정으로 빠르게 촬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라이트로 일룸으로 촬영할 때는 세밀한 조작이 필요 없기 때문에 버튼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라이트로 일룸의 후면 버튼

예를 들어보자. DSLR 카메라에서 적절한 노출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리개, 셔터속도, 감도(ISO)를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조리개는 밝기뿐만 아니라 피사계 심도에도 영향을 준다. 조리개를 많이 열수록 심도는 얕아지고(아웃 포커스), 반대로 조리개를 닫을수록 심도는 깊어진다(팬 포커스). 이 때문에 촬영 시 밝기와 함께 심도도 신경 써야 한다. 반면 라이트로 일룸은 후보정을 통해 심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조작 버튼이 불필요하다.

조리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촬영 모드 중 A(조리개 우선 방식)가 없다. 대신 감도를 기준으로 나머지 노출 설정을 자동으로 맞추는 I(ISO 우선 방식)가 있다. P, I, S, M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조리개는 자동 조절된다.

촬영 모드

렌즈 초점거리는 30~250mm(35mm 환산, 약 8배 줌)며, 모든 구간에서 조리개를 최대 F2.0까지 열 수 있다. 렌즈는 일체형이다. 렌즈에는 두 개의 조작 링이 있다. 하나는 초점, 하나는 줌에 해당한다. 모두 빗살무늬가 들어간 고무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조작 시 미끄러질 일은 없을 듯하다. 초접사를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최대 광각에서 렌즈와 피사체 닿을 듯한 거리에 있어도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렌즈 초점 거리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일반적인 이미지 포맷이 아닌, LFR(혹은 LFP)라는 확장자의 파일이 생성된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Raw 파일을 편집하려면 전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처럼 LFR 파일도 전용 소프트웨어, 라이트로 데스크톱이 필요하다.

이 전용 소프트웨어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이 있다. 마치 사진 보정을 위한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듯하다. 촬영한 사진을 가져와 정렬해주는 라이브러리 기능은 물론, 색 온도 및 색조 조절 기능, 밝기 조절 기능, 채도 조절 기능 등이 있다. 라이트룸이나 어도비 카메라 로우 등과 인터페이스 비슷하기 때문에 평소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왔던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라이트로 데스크톱의 인터페이스

라이트로 데스크톱에는 사진의 조리개 수치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이 조리개 수치를 변경하면 사진의 심도를 조절할 수 있다(밝기는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초점 영역을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초점 스프레드' 기능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아웃 포커싱 사진보다 피사체를 더 또렷하게 표현하거나 배경을 완전히 날려버리는 등의 작업도 할 수 있다.

조리개 조절 기능과 초점 영역 조절 기능

앞서 말한 것처럼 LFR 파일은 전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포맷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트로 데스크톱은 이러한 리빙 픽쳐를 동영상으로 제작해주는 '애니메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사진 초점이 바뀌는 모습이나 초점 범위를 재조정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팬, 줌 등 동영상 편집 시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환효과도 넣을 수 있으며, 여러 장의 사진을 나열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제작 기능

하지만 이렇게 만든 동영상에서 이를 보는 사람이 직접 초점을 옮기거나 하는 등의 조작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리빙 픽쳐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이트로 데스크톱을 이용해 파일을 라이트로 홈페이지에 올리면 된다.

라이트로 홈페이지

간단한 회원 가입 과정을 마치고 라이크로 데스크톱에서 로그인을 하면, 홈페이지에 생성된 자신만의 전용 앨범에 리빙 픽쳐를 올릴 수 있다. 앨범에 올린 사진 링크를 친구에게 전달하면, 친구는 이 링크를 통해 앨범을 열어볼 수 있다.

이렇게 전송한 사진은 홈페이지에서 바로 보는 것 말고도, 엠베디드 태그 형태로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시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의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다만 SNS 공유의 경우 엠베디드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영상 형태로 바뀐 뒤 게시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SNS에 공유하는 기능

모든 후보정을 마쳤으면 JPEG 같은 이미지 파일로 출력할 수도 있다. 이 때 출력 당시 초점을 맞춘 한 장면만이 파일로 출력된다. 스테레오 스코픽(사이드 바이 사이드 형태의 3D 이미지) 파일 형식인 JPS로도 출력할 수 있으며, 또 다른 3D 표시 방식인 레드-시안(Red-Cyan) 방식의 JPG 파일로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3D 기능을 지원하는 모니터가 있다면 3D 사진으로 출력해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레드-시안 등 3D 이미지로 출력할 수 있다

<레드-시안 방식으로 출력한 이미지>

라이트로 일룸이 모든 상황에서 유용한 것은 아니다. 아웃 포커싱이 어울리지 않는, 일반적인 풍경 사진에서는 리빙 픽쳐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풍경 사진이라도 앞에 피사체 하나를 세워놓고 촬영하거나, 풍경을 뒤에 둔 인물 사진을 촬영한다면 리빙 픽쳐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

<풍경 사진의 경우 카메라 가까이에 피사체가 있으면 리빙 픽쳐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4054>

반대로 리빙 픽쳐에 가장 어울리는 사진은 아웃 포커싱에 적합한 구도로 피사체를 배치한 사진이다. 각 피사체가 적당한 거리에 놓여있으면, 초점 위치에 따라 사진이 변화하는 모습을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시 이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셔터 버튼 옆에 있는 '라이트로 버튼'을 꾹 누르면 된다. 이 버튼을 누르면 액정 화면에 기존 메뉴는 사라지고, 히스토그램이 생긴다. 또한, 액정 화면에 나타나는 피사체에는 주황색과 파란색의 테두리가 생긴다. 파란색은 피사체에서 카메라와 가까운 거리의 초점 영역이며, 주황색은 먼 거리에 있는 초점 영역이다. 히스토그램이 이 모든 영역에서 넓고 풍부하게 나타나면 후보정 시 초점 영역을 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라이트로 버튼을 누르면 히스토그램이 나타난다

제품 자체의 콘셉트는 아주 흥미롭다. 하지만 기능이나 조작면에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먼저 후드의 디자인이다. 후드는 촬영 시 플레어나 고스트 현상을 줄여주는 부품이다. 일반적인 카메라의 경우 돌려서 고정하는 '트위스트 바요넷' 방식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라이트로 일룸은 버튼을 누르면 핀이 움직이면서 후드를 렌즈에 고정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방식과 비교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게다가 보관을 위해 후드를 반대로 끼워도, 렌즈 밖으로 돌출되는 부위가 많아 아주 투박해 보인다.

아쉬운 후드 디자인

전자식 뷰파인더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피사체를 보는 방법은 후면 액정뿐인데, 대낮에 야외에서 사용하면 이 액정이 아주 어둡게 보인다. 만약 전자식 뷰파인더를 내장했거나 보조 액세서리처럼 따로 판매한다면 주간 촬영 시 더 유용할 것이다.

오랫동안 카메라를 만들어온 기업이 아닌 만큼, 액세서리가 다양하지 못 한 부분도 아쉽다. 현재 호환하는 액세서리는 서드파티 제조사의 스피드라이트 하나뿐이다. 다양한 액세서리는 카메라를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라이트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라이트로 일룸은 어떤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카메라일까? 필자는 고화질 사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사려는 사람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우선, 결과물의 해상도가 일반적인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 너무 낮다. 이미지 파일로 출력할 경우 최대 해상도는 2,450 x 1,634에 불과하다. 고급 DSLR 카메라와 비교하면 화소 수가 1/4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특히 연사 속도나 노이즈 억제 등 고화질 사진을 위해 필요한 고급 기능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런 사람이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DSLR 카메라를 사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울 것이다.

라이트로 일룸

라이트로 일룸은 2차원의 사진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사진 한 장만 찍어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편집한 듯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면 일반적인 카메라나 캠코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웨딩 사진처럼 조금 더 특별해야 하는 사진이나 광고 제작 등 새로운 촬영 기법이 필요한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제품 가격은 2015년 4월 초 기준으로 169만 원이다. 고급 DSLR 카메라와 맞먹는 가격이지만, 직접 사용해본다면 이 카메라를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있으리라.

다음은 라이트로 일룸으로 촬영한 리빙 픽쳐다(해당 사진은 IT동아 홈페이지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 http://it.donga.com/20887/).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2786>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3561>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3562>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3571>

<이미지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99442128911967/pictures/964068>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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