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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담는 카메라 등장, 라이트로 일룸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사진 촬영에서 '초점'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아름다운 피사체라도 초점이 맞지 않으면 무엇을 찍었는지 알기 어렵다. 또한,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촬영 기법) 같은 기법에도 초점 영역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초점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촬영한 뒤, 초점 위치나 피사계 심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어떨까?

후보정을 통해 초점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카메라, 라이트로 일룸(Lytro Illum)이 국내 시장에 등장했다. 국내 공식 유통사인 두리코씨앤티가 2015년 3월 31일 간담회를 열고 라이트로 일룸 카메라 출시를 알렸다.

라이트로 일룸

라이트로 일룸의 가장 큰 특징은 촬영 후 초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한 후보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후보정을 통해 조리개 수치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촬영 후 피사계 심도를 조절할 수 있다. 초점거리와 이미지 센서 크기가 같을 때 피사계 심도는 조리개를 많이 열수록 얕아지는데(아웃 포커스), 라이트로 일룸은 후보정을 통해 이 피사계 심도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 촬영 후 후면 액정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초점 위치를 다양하게 바꿔볼 수 있다
<사진 한 장을 찍은 후 초점 위치를 바꾼 모습>

우선 다음 사진을 보자. 다음 사진은 조리개 개방 값을 일일이 변경해가며 9장의 사진을 찍고, 포토샵을 통해 한 장으로 만든 사진이다. 라이트로 일룸을 사용한다면 사진을 한 장만 찍어도, 후보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9장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피사계 심도 비교 사진
<일반 카메라로 심도가 다른 사진 9장을 촬영한 모습, 라이트로 일룸은 사진 한 장만으로 다양한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범위는 작지만) 카메라의 위치까지 조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진은 촬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촬영한 사진 1장만 기록되지만, 라이트로 일룸으로 촬영한 리빙 픽쳐(Living Picture)는 촬영한 사진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다른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까지 담을 수 있다. 다음 사진은 라이트로 일룸으로 촬영한 사진의 예시다. 마우스로 사진의 각 부분을 클릭하면 초점 위치가 바뀌며, 마우스를 움직이면 카메라의 위치까지 이동한다. 다만 이러한 리빙 픽쳐는 웹 브라우저, 전용 소프트웨어,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등에서만 볼 수 있다.


<사진 링크: https://pictures.lytro.com/lytro/collections/41/pictures/920249>

이날 한국을 방문한 라이트로 제프 한센 부사장은 "사진의 역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2D에 국한돼 있다. 라이트로 일룸은 디지털카메라를 뛰어넘은 3세대 카메라다"고 강조했다.

라이트로 제프 한센 부사장

이러한 촬영 방식의 핵심은 라이트로가 개발한 '라이트 필드 마이크로 어레이 렌즈'에 있다. 센서 앞에 부착된 렌즈를 통해 촬영 당시 빛의 정보와 공간 정보를 파일 형태로 변환해 저장한다. 때문에 이 파일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다른 각도에서 다른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라이트 필드 마이크로 어레이 렌즈
<라이트 필드 마이크로 어레이 렌즈가 빛을 받는 방식>

전용 소프트웨어는 피사계 심도 및 초점 위치를 변경하는 기능 외에도 고급 색 보정 기능까지 갖췄다. 보정을 마친 사진은 JPEG 혹은 TIFF 등의 단순 이미지로 출력할 수 있으며(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파일 형식에서는 리빙 픽쳐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레드-시안(Red-Cyan), 렌티큘러,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 등의 3D 형식으로도 출력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리개 수치를 변경하는 모습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리개 수치를 변경하는 모습>

사진 한 장으로 애니메이션 파일을 만드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면 사진 한 장만으로 초점을 이동하는 모습, 아웃 포커스를 조절하는 모습, 카메라 위치를 옮기는 듯한 모습 등을 동영상 파일 형태로 출력할 수 있다. 즉 사진 한 장만 찍으면 별도의 합성 없이도 다양한 촬영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기존의 카메라는 사진 한 장에 '추억'을 담았다면, 라이트로 일룸은 사진 한 장에 촬영하는 순간의 모든 것을 남길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제품에는 조리개 조절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카메라는 조리개 우선, 셔터 속도 우선, 수동, 프로그램 자동 등의 촬영 방식을 지원하는데, 이 제품은 조리개 우선 대신 감도 우선 방식이 있다. 조리개를 촬영 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듯하다.

라이트로 일룸

렌즈는 바디 일체형이며, 초점 거리는 30-250mm(35mm 환산)다. 후면 액정 화면은 터치 스크린을 지원한다. 라이트로 관계자는 외부 조작 다이얼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버튼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터치스크린을 통해 작동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제품은 기존의 전문 사진가에게는 성능이 많이 모자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2D 변환 이미지 기준 화소 수는 약 400만 화소며, 연사 속도는 초당 3프레임에 불과하다. 스틸 사진이나 인쇄용 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은 만족하기 어려운 성능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카메라에 연사 속도나 해상도 등의 성능은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 디지털 카메라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용도 역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의미다. 고해상도 사진 한 장을 만드는 작업에는 고급 DSLR 카메라가 어울리며, 독특한 효과나 일반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광학적 효과를 표현하려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카메라가 어울린다. 즉 기존의 디지털카메라를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촬영 장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라이트로 일룸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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