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15] 디자인을 취하고 확장성을 놓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흐림'이었다. 10조 원을 넘던 영업이익이 4조 원 수준으로 추락해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 4분기 영업이익 5조 2,900억 원을 달성해 간신히 최악은 면했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었다. 위기라고 말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는 IM 사업부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IM 사업부는 왜 부진한 성적을 거둔걸까? 실적을 견인하는 주력 모델 갤럭시S5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서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갤럭시S5의 판매량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갤럭시S5의 초기 판매량은 전작 갤럭시S4의 75% 수준에 불과한데, 생산량은 1.2배 더 많아 재고 부담이 삼성전자의 수익 악화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에서 기대만큼 판매량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최종 판매량 역시 갤럭시S4만 못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갤럭시 언팩 2015 행사를 개최하고, 회사의 위기를 헤쳐나갈 새로운 돌파구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공개했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전작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떤 차별점을 제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걸까.
플라스틱을 버리고 금속을... 아니 촌스러움을 버리고 세련됨을 입다
갤럭시S6는 플라스틱 재질인 전작과 달리 알루미늄(메탈)과 강화 유리(글래스)를 사용해 본체를 구성했다. 제품 테두리에 알루미늄을 둘렀고, 전면과 후면에 코닝 고릴라 글래스를 채택했다. 애플 아이폰4, 4S와 유사한 구성이다. 디자인은 극적으로 향상됐다. 전작 갤럭시S5는 후면 디자인을 혹평받았다. 구멍이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것이 마치 '반창고'를 두른 것 같다고 평가 받았다. 외신, 소비자 모두 일치 단결해서 혹평했다.
갤럭시S6는 조금 다를 모양이다. 미국의 IT매체 씨넷은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을 바탕으로 아이폰6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며, "갤럭시S6는 최고급 제품에 걸맞는 디자인과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품의 디자인을 언제나 혹평하던 미국의 IT매체 더버지조차 "갤럭시S6의 디자인은 이전 갤럭시 시리즈와 전혀 다르다"며, "값싼 느낌을 주던 플라스틱 대신 '프리미엄'의 느낌을 주는 메탈과 글래스를 활용함으로써 애플과 경쟁할 준비를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네티즌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IT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말 구매하고 싶은 디자인이다", "삼성전자 디자인팀이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이폰6 못지 않은 뛰어난 디자인이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던 전작과 180도 다른 반응이다. 갤럭시S6의 디자인이 혁신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갤럭시S6 엣지는 여기서 한층 더 놀라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화면 양 끝을 곡선으로 구성해 잡는 느낌을 향상시켰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좌측만 곡선으로 구성했지만, 갤럭시S6 엣지는 양쪽을 다 곡선으로 구성해 화면이 자연스럽게 대칭되도록 했다(듀얼 엣지). 갤럭시노트 엣지는 갤럭시노트4의 화면에 곡선 부분이 더 붙은 '더하기' 형태의 화면 구성을 보여줬다. 반면 갤럭시S6 엣지의 화면은 갤럭시S6와 동일하다. 둘 다 크기 5.1인치 QHD 해상도(2,560x1,440)의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때문에 손이 작은 사용자도 아무런 부담 없이 제품을 쥘 수 있다.
안녕 퀄컴, 어서와 삼성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오랜만에 삼성의 독자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를 탑재한 제품이다. 갤럭시S1, S2 시절만 해도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만 사용해서 제품을 제작했다. 엑시노스는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호평받았고, 이는 자연스레 갤럭시 시리즈의 경쟁력이 됐다. 하지만 LTE 시대가 열림에 따라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보다 통신 칩셋의 기능이 더 강조되면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보다 퀄컴 스냅드래곤 위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스냅드래곤은 최신 통신 기술을 빠르게 지원함으로써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너도 나도 스냅드래곤을 채택했다. 갤럭시조차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갤럭시S3, S4, S5까지 퀄컴 스냅드래곤의 탑재 비중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퀄컴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10이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고 발열이 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다시 스냅드래곤보다 엑시노스의 비중을 높인다는 결정을 내린다. 엑시노스에 포함된 통신 칩셋의 기능이 광대역 LTE-A(LTE Cat.6)를 지원하는 등 스냅드래곤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결정에 한몫했다.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
전작 갤럭시S5는 쉬어가는 느낌이 강했다. 사용자에게 갤럭시S4와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알려주지 못했다. 갤럭시S5보다 갤럭시노트4가 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최고급 모델)'다웠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갖춘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화면은 크기 5.1인치 QHD 해상도의 AMOLED를 투입했다. 선명함이 577ppi에 이른다. 비록 화면 화소 배치가 RGB 방식이 아닌 다이아몬드 펜타일 방식이지만, 선명함이 500ppi가 넘어가면 펜타일 방식이어도 화면의 선명함이 RGB 방식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7420을 채택했다. 고성능 쿼드코어 프로세서(2.1Ghz)와 저전력 쿼드코어 프로세서(1.5Ghz)를 동시에 탑재한 옥타코어 프로세서다. 64비트를 지원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5.0 '롤리팝'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고, 모바일 프로세서 가운데 최초로 14나노(nm) 핀펫 공정으로 제작돼 발열이 경쟁 모바일 프로세서보다 적다.
메모리는 LPDDR4를 채택해 LPDDR3를 채택한 다른 스마트폰보다 처리 속도가 뛰어나고 전력 소모가 적다. 무엇보다 내부 저장공간에 차세대 내장 메모리 규격인 UFS 2.0를 채택한 점이 눈에 띈다. UFS 2.0 규격 저장장치는 기존의 eMMC 5.1 방식보다 연속읽기속도는 1.4배, 연속쓰기속도는 1.6배 빠르다. 임의읽기속도는 2.7배나 더 뛰어나다. 외장 메모리와는 속도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약 12배 이상 더 빠르다. 때문에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대용량 파일을 기존 스마트폰보다 더욱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다.
최신 스마트폰에 강력한 셀카 기능은 기본이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후면 1,600만, 전면 500만의 고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렌즈도 매우 밝다(조리개 값 F1.9). 덕분에 어두운 환경에서도 바르고 선명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역광 상태에서도 색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시간 HDR(High Dynamic Range) 기능을 적용했다. 실시간 HDR은 후면뿐만 아니라 전면 카메라에도 적용되어 있다.
후면 카메라는 화소수에선 전작과 큰 차이가 없지만,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가 한층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전면 카메라는 화소수를 500만으로 향상시켜 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셀카'를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과 편리함을 잡다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는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KNOX)'와 지문 인식 센서를 통해 뛰어난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녹스'는 스마트 기기의 하드웨어, 운영체제, 앱 등 각 계층별로 최적화된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에서 스마트폰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을 위한 다양한 보안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지문 인식 센서는 홈 버튼에 내장돼 있다. 사용자는 이를 활용해 원하지 않는 이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결제 기능인 '삼성 페이(Samsung Pay)' 서비스를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통해 처음으로 제공한다. 삼성 페이는 NFC 방식뿐 아니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Magnetic Secure Transmission)과 바코드 방식을 지원한다. MST 기술은 기존 마그네틱 신용카드 리더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시중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 페이는 결제시 카드 번호 대신 임시 번호인 토큰 정보를 사용하고, 거래 정보를 스마트폰과 앱 속에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을 선택한 대가, 일체형 배터리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기존 갤럭시S 시리즈가 교체형 배터리를 채택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는 디자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후면에 금속 또는 유리 재질을 투입하면 교체형 배터리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탄성이 강한 플라스틱과 달리 탄성과 복원력이 약해 뒷판을 뜯어낼 수 없기 때문(물론 강도와 감촉은 금속과 유리 재질이 월등하다). 실제로 후면에 금속, 유리 재질을 채택한 애플 아이폰의 경우 꾸준히 일체형 배터리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아쉽지만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사용자는 전원 어댑터와 보조 배터리를 함께 들고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할 듯하다. 물론 삼성전자는 일체형 배터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급속 충전 기능을 추가했다. 전작 갤럭시S5보다 1.5배 빠르게 충전되며, 10분만 충전해도 약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무선충전 기능을 기본 제공해 사용자들이 제품을 보다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무선충전 기술인 WPC(Wireless Power Consortium)와 PMA(Power Matters Alliance)를 모두 지원한다. 다만 둘 다 자기유도 방식이라 충전기와 제품을 밀착해야 해 불편한 것이 사실. 과거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 충전(약 2~3m 거리까지 무선 충전 가능)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돼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다.
저장공간 추가도 불가능하다. 갤럭시S 시리즈에 개근한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서 사라졌다. 처음 제공하는 32/64/128GB에서 더 이상 확장할 수 없으니 처음 제품 모델을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한다. 일체형 배터리야 디자인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는 왜 사라졌는지 의문이다.
가상현실로 경험 확장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갤럭시노트4와 마찬가지로 가상현실을 지원한다. 기어VR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기어VR은 갤럭시노트4에 최적화된 기기이기 때문. 삼성전자는 대신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최적화된 가상현실 기기 '기어VR Innovator Edition for S6(기어VR2)'를 출시한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사용자는 갤럭시노트4 사용자처럼 기어VR2를 구매해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하얀색, 검은색, 금색 등 세 가지 공통 색상과 푸른색(갤럭시S6), 녹색(갤럭시S6 엣지) 등 두 가지 전용 색상으로 출시한다. 4월 10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판매를 시작하며, 정식 출고가는 아직 미정이다. 유럽에서 공개한 가격을 바탕으로 출고가는 약 86만 원부터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