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니PC의 새로운 발견, 델 옵티플렉스 9020 마이크로

이문규 munch@itdonga.com

PC는 이미,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그러면 상당히 불편할) 중요한 전자기기가 됐다(이제는 사실상 생활가전이다). PC 시장이 한창 무르익을 90년 대에는 오로지 성능 만이 PC 선택의 유일한 기준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PC 성능은 높아질 만큼 높아져서 '성능 상향평준화'를 이룬 상태다. 또한 PC 용도도 예전에 비해 매우 다양하고 폭 넓어져서, 막연한 성능보다는 활용성, 확장성, 유연성 등에 중점을 둔 PC가 그나마 둔화된 PC시장에 활력이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PC 형태가 크기를 대폭 줄인 이른 바 '미니PC'다. PC가 반드시 클 필요가 없다면, 아니 최대한 작으면 유리할 상황/환경이라면 이런 미니PC가 제격이다. 이를 테면, 병원 병동이나 공장 생산라인, 고급 카페/미용실, 학교 교실 실 등의 환경이 그러하다. 이러한 시장 요구에 따라 미니PC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생산, 판매되었지만, 소비자가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일반 데스크탑에 비해 성능이 턱 없이 낮아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나곤 했다.

세계적인 PC제조사인 델(dell)에서 최근 출시한 미니PC 옵티플렉스(OptiPlex) 9020 마이크로(이하 옵티플렉스)은 그냥 미니 PC라고 하기에는 철철 넘치는 매력이 많은 제품이다. 본 리뷰어도 그동안 다양한 미니PC를 접했지만, 옵티플렉스는 '역시 델! 아직 살아 있네!'라는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미니PC에 대한 편견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려 한다. 미니PC는 탁월한 성능, 특히 화려한 그래픽 성능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제조사도 그런 환경을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미니PC는 어디까지나 작업 환경을 고려해, 협소한 공간에서도 PC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시된다. PC는 이제 더 이상 '게임기'가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델은 (지금은 PC시장점유율이 좀 떨어졌지만) HP와 더불어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PC뿐 아니라 서버, 워크스테이션,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전산 환경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그런 델에서 만든 미니PC인 만큼 제조력, 완성도, 품질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옵티플렉스는 작은 크기임에도 델의 샤시(케이스) 제조력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버 엔지니어 경험이 있는 본 리뷰어에게 델의 '샤시 기술력'은 아주 선명하게 각인돼 있는데, 옵티플렉스 역시 그러한 샤시 완성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옵티플렉스의 기본 크기는 가로 x 세로 x 높이(전면 기준), 18cm x 17.5cm x 4cm이며, 무게는 1.3kg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일반 외장 하드디스크 박스 같다. 이 작은 샤시 안에 CPU, 메모리,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등이 모두 들어 있다. 뭐가 있을지 뻔히 짐작되지만, 케이스를 열어 보고 싶은 욕구가 앞 선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케이스 윗 커버는 뒤쪽 나사를 돌리면 손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커버를 열자 '아, 역시 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PC 케이스에서는 효과적인 발열이 관건인데, 델은 고유의 샤시 제조력으로 이를 훌륭히 처리했다. 무엇보다 드라이버 등의 공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제품을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를 배려한 모습이 역시 인상적이다(서버나 워크스테이션도 마찬가지다). 정말 어디 한 구석 허투루 만들어 진 곳이 없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내부 발열 처리에 대한 노하우 때문인지 옵티플렉스는 사용하는 내내 별열로 인한 불편한, 불안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본체에 손을 올려 놓아도 식은 커피처럼 냉랭하다. 그리고 역시 조용하다. 밀실이 아닌 이상 작동 소음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테다.

크기는 작지만 있어야 할 건 거의 다 있다. 전면에는 전원 버튼에 이어, 마이크/이어폰 단자와 USB 3.0 단자가 각각 달려 있다. USB 3.0 포는 후면에도 4개나 있다. 그 옆에는 유선 랜 단자, 그리고 모니터 연결 단자인 DP(디스플레이포트)와 D-Sub 단자가 배치돼 있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그렇다. 요즘 모니터 연결에 주로 사용되는 DVI 단자나 HDMI 단자가 없다. 이건 그럼 단점이 아니냐고? 물론 아쉽긴 하지만 단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작은 공간에 모든 모니터 단자를 다 넣을 수 없었을 테고, 두 개를 선택해야 했을 게다. 델 관계자는 옵티플렉스를 주로 사용할 환경에서는 D-Sub과 DP가 유용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일반 사용자보다는 기업적, 업무적 용도로 사용될 테니까(참고로 옵티플렉스 주문 시 HDMI 단자나 DP를 하나 더 추가 구매할 수 있다). DVI 단자만 있는 모니터라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단자 변환 젠더만 하나 마련하면 된다. 키보드나 마우스는 일반적인 USB 제품을 사용하면 되겠고.

본 리뷰어는 옵티플렉스에는 당연히 스피커가 없을 거라 예상했다. 그 동안의 미니PC가 대부분 그랬으니까. 하지만 스피커가 있다. 소리가 난다. 앞쪽으로 작은 스피커를 하나 달아 뒀다. 그런데 왜 비좁은 공간에 굳이 스피커를 달아 뒀을까? 이 역시 이 제품을 주로 사용할 환경과 공간을 고려한 거다. 그런 환경이라면 스피커를 따로 두기가 쉽지 않을 테니, 크기는 작을지언정, 그래서 양질의 사운드는 듣지 못할지언정 작은 스피커라도 내장한 거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소리도 그리 나쁘지 않다. 작은 스피커임에도 용케도 제법 크게 들리고 제법 명확하게 들린다. 이 대목에서 본 리뷰어는 '역시 델!'이라는 생각을 한번 더 가졌다.

그리고 전면 중앙에 부착된 'DELL' 로고도, 본체의 가로 사용 혹은 세로 사용에 따라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무릎을 탁!치게 하는 디테일이다. 자사 로고가 어느 형태로든 제대로 보이게끔 한다... 이건 웬만한 자부심이 아니면 적용하기 어려운 '잉여적 디테일'이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이런 미니PC라면 노트북처럼 가지고 다니며, 모니터/마우스/키보드만 따로 연결해 어디서든 자신만의 작업 환경을 꾸려 보는 건 어떨까?

서두에, 미니PC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지만, 옵티플렉스는 어느 정도는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물론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진 않았으니, 탁월한 그래픽 품질은 발휘하기 어렵지만, 요즘은 CPU 성능이 워낙 높으니 PC의 기본적인 데이터 처리에는 부족함 없으리라 판단된다.

리뷰에 사용된 옵티플렉스 9020M의 사양은 인텔 코어 i7-4785T(2.2GHz, 하즈웰) 프로세서에 메모리 8GB, 하드디스크 1TB와 SSD 128GB(메인보드 내장, 운영체제 설치용) 등이 들어 있다. 웬만한 고급 데스크탑에 준하는 사양이다. 인텔 내장 그래픽 칩인 'HD 4600'도 동영상 재생, 온라인 게임 실행 등의 일반적인 PC 사용 범위에서는 적당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참고로 델 PC는 오로지 델 홈페이지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여기서 원하는 부품 사양을 변경 구성할 수 있으니 필요한 성능 만큼 추가하면 된다. 당연히 가격은 그만큼 오른다. 리뷰에 사용된 이 사양으로 주문한다면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미니PC로는 보기 드물게 높은 사양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미니PC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관념을 깰 만하다. 적어도 옵티플렉스 미니PC는 기본 성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그래픽 제외).

그리고...
본 리뷰어가 옵티플렉스를 리뷰하면서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액세서리'다. 서두에 '델은 살아 있다'고 평가한 결정적인 이유도 액세서리다. 델은 옵티플렉스를 사용할 업무 환경, 작업 환경, 장소 조건 등을 고려해 그에 딱 맞출 수 있는, 확장 샤시를 액세서리로 제공하고 있다(물론 무료는 아니다).

즉 모니터 뒤의 부착 구멍(VESA 마운트)에 부착할 수 있는 확장 샤시, 모니터 뒤에 안정적으로 세워 둘 수 있도록 한 확장 샤시, ODD를 사용할 수 있는 데스크탑 형태의 샤시 등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충실하게 제공한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본체와 함께 배송된 여러 개의 박스를 다 뜯어보고 나서야 각 파트(부속품)의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고, 델이 단순히 미니PC 한 대를 개발, 생산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옵티플렉스 확장 샤시를 활용하면 미니PC가 사용될 장소와 환경, 사용자 요구 등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이를 테면, VESA 마운트 샤시를 장착해 책상 상판 아랫면에 부착할 수 있다(사진 참고). 델은 이를 위해 목재용 나사까지 챙겨 넣은 꼼꼼함을 보여 준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여러 확장 샤시 역시 완성도에 있어 칭찬할 만하다. 전원 케이블까지 확실하게 수납할 수 있는 공간, 각종 연결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는 케이블 고정대 등, '아, 이래서 델 PC가 전세계에서 업무용 PC로 많이 사용되는구나'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델은 이러한 확장 샤시를 통해 기본 본체의 부족한 부분, 예를 들어, ODD의 부재, 무선랜의 부재, DVI/HDMI 단자의 부재 등을 메우도록 했다. 본 리뷰어는 옵티플렉스 자체의 기능, 성능보다는 미니PC의 활용성을 배가시키는 이들 액세서리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옵티플렉스에는 이 밖에도 델 서버 시스템에 적용되는 보안 기술인 '샤시 침입감지 스위치' 등도 적용됐고, 업무 용도로 주로 사용될 것으로 고려해 데이터 보호/보안 프로그램 등도 윈도 운영체제에 포함돼 있다.

리뷰를 정리하자. 델 옵티플렉스는 그동안 미니PC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다. 미니PC라면 응당 성능이 낮을 거란 예상을 깨고 여느 데스크탑 못지 않은 탄탄한 성능을 보여 줬다. 본 리뷰를 작성하며 사용했던 문서 프로그램, 사진 편집 프로그램, 온라인 게임, 고해상도 동영상 등을 거침 없이, 막힘 없이 실행해 냈다. 사실상 이 정도면 업무용, 가정용 PC로서 손색 없는 성능이다.

옵티플렉스를 잠깐이나마 사용하면서 현재 본 리뷰어가 사무실에서,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스크탑을 떠올렸다. 엄청난 화질의 고사양 게임을 즐길 것도 아니고, 성능이 '빵빵'해야 하는 음악/영상 편집 작업을 할 것도 아닌데, 이제는 굳이 음식배달통 같은 데스크탑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 자문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향후에 PC를 바꿔야 한다면 옵티플렉스를 선택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델 미니PC 옵티플렉스

옵티플렉스는 크기가 작은 PC가 필요한 환경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물론 가격은 제외하고). 앞서 언급한 대로, 병원 차트 실행 PC, 생산제조 설비 제어 PC, 전시용 디스플레이(키오스크) 실행 PC, 대형 카페나 미용실 등의 고객용 PC 등 활용 범위는 대단히 넓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는 모니터 뒷면 VESA 마운트에 부착해 사용하면, 모니터 하나 올릴 공간만 있으면 되니 책상 위아래 공간을 활용하기 좋다.

델 옵티플렉스 시리즈의 가격대는 부품 사양에 따라 각각 달라 60~100만 원 범위에서 구성을 선택할 수 있다(샤시 액세서리 별도). 제품 구매 정보는 델 홈페이지 를 참고하라.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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