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구축이 막막한 스타트업, 구글 앱 엔진으로 오라

강일용 zero@itdonga.com

구글이 국내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에는 지메일, 구글앱스 등 애플리케이션 서비스(SaaS) 제공에 주력했지만, 이젠 인프라(IaaS)와 개발도구(PaaS)까지 함께 제공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18일 역삼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글 톰 커쇼(Tom Kershaw) 클라우드 플랫폼 관리 총괄, 레진코믹스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위고인터랙티브 하상백 이사가 동석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장점이 무엇인지 들려줬다. 그들이 밝힌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장점은 무엇일까.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서버는 구글 컴퓨트 엔진, 개발도구는 구글 앱 엔진

3명의 얘기를 듣기에 앞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구글의 임대형 클라우드 플랫폼(퍼블릭 클라우드)은 크게 2가지다. 웹 사이트나 서비스를 호스팅할 수 있도록 서버를 임대해주는 '구글 컴퓨트 엔진'과 다양한 개발도구를 제공해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구글 앱 엔진'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란 회사가 서버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서버가 이미 구축된 IDC에서 서비스나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컴퓨팅 자원을 빌려오는 서비스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IBM 소프트레이어 등이다. 구글 역시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에 한발 걸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장점은 뭘까. 이를 이해하려면 퍼블릭 클라우드가 탄생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시작은 미국의 초대형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연말 성수기(블랙프라이데이)에 몰리는 사용자를 감당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서버(IDC, 서버팜)를 구축했다. 문제는 평상시다. 평상시 발생하는 트래픽은 성수기 1/10 수준에 불과했다. 90%의 컴퓨팅 자원이 잉여로 남게 됐다. 남아도는 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그때 아마존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평소엔 남아도는 컴퓨팅 자원을 타인에게 임대해줘 수익을 거둔다는 발상이다. 그렇게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AWS가 탄생했다.

자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IDC를 구축한 IT 기업들이 이 아이디어를 놓칠리 없다. 엑스박스 라이브를 제공하기 위해 전세계에 IDC를 구축한 MS나 기업용 앱을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IDC를 보유 중인 IBM과 오라클 등이 속속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용 앱 시장의 새로운 강자 세일즈포스도 그 근간은 퍼블릭 클라우드다. 지메일, 유튜브 등을 통해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쥐락펴락하는 구글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사의 IDC와 내부에서 사용하던 개발도구 등을 공개하고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 들었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과 신속함이다. 기존에는 서버를 최대 트래픽을 기준으로 설치해야 했다. 사용자가 몰린다고 해서 홈페이지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만큼 평상시엔 컴퓨팅 자원이 남게 되고, 곧 서버 관리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다르다. 트래픽 변동에 맞춰 가상머신(VM)을 임대하고, 사용한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특정 시간에만 트래픽이 폭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 유리하다. 또한 가상머신을 임대하는 즉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다. 직접 서버를 구축할 때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애용되고 있고, 쟁쟁한 대기업도 신규 서비스를 개시할 때에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모든 플랫폼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했습니다"

구글 톰 커쇼 이사
구글 톰 커쇼 이사

먼저 커쇼 총괄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구글의 지난 15년간의 노력의 결정체이며,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해 개발에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이 뭘까요? 네트워크, 서버 등을 물리적으로 '직접' 갖추는 것입니다. 개발자가 본업인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프라 관리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거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면 모든게 달라집니다. 개발자는 인프라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은 여력을 본업인 서비스 개발과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래폼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컴퓨트,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스토리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앱 서비스와 앱 호스팅 등이 있습니다. 개발자는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세리눅스, 레드햇리눅스, 리눅스 우분투, 윈도 서버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 머신을 생성할 수 있고, 자바, 파이선, 노드JS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합니다. 당연히 데이터 애널리스트도 가능합니다. 소규모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부터 대기업까지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서버를 구축할 때 자체 구축(온프레미스)와 임대(클라우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 받습니다. 구글은 둘을 섞어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도 지원합니다. 이름은 매니지드VM입니다. 원래 사용하던 것과 다른 DB, 운영체제와도 연결할 수 있도록 턴키방식의 개발자 패키지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지(저장공간)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스토리지는 유연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입니다. 높은 내구성, 신뢰성, 가용성을 제공하며, 데이터 복구성도 뛰어납니다. 데이터 관리를 위해 여러 형태의 SQL DB도 지원합니다. 산드라 등 개방형 DB도 접목 가능하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구글 빅 쿼리와 DB API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엔드포인트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두 구글 내부에서 실제로 사용되며 검증된 도구들입니다.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로비오, 베스트바이, 스냅챗 등 여러 고객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앱 데이터 호스팅도 400만 건이 넘습니다."

"뛰어난 안드로이드 호환성과 이미지 자동 변환 기능이 인상적입니다"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레진코믹스 권정혁 CTO

이제 국내에서 실제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들을 차례다. 얼마전 사용자가 110만 명을 돌파한 유료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다. 권정혁 CTO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최적의 선택이라고 얘기했다.

"레진코믹스는 웹툰이라는 서비스의 특징상 밤 10~12시에 트래픽이 폭증합니다. 가상머신이 50~100대는 필요하죠. 하지만 새벽에는 5대만으로 충분합니다. 트래픽이 폭증하면 서버를 추가 임대하고, 감소하면 반환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필수 불가결했죠. 저희에게 구글 앱 엔진은 최적의 개발 플랫폼이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에는 서버개발자가 1명,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1명 근무 중입니다. 이 인원으로 작년 4월 개발을 시작했고, 2개월만에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 앱 엔진을 사용해서 인프라 관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개발에만 집중한거죠."

"제 생각에 구글 앱 엔진의 장점은 3가지 입니다. 일단 이미지 변환(리사이즈) 비용이 무료라는게 마음에 듭니다. 이미지를 서버에서 변환하면 그만큼 서버 프로세서를 혹사하게 됩니다. 그게 다 비용 증가로 이어지죠. 그런데 구글 앱 엔진은 이미지 변환 비용을 받지 않더라고요?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구글 앱 엔진만의 강점입니다."

"이미지 변환 비용 그까짓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웹툰을 서비스하는 저희 입장에선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레진코믹스는 무료 사용자와 유료 사용자에게 웹툰의 화질을 다르게 제공합니다. 작가분들에게 원고를 초고화질로 받고 회원별로 다르게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자바 지원도 뛰어납니다. 국내에 많은 자바 개발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파이선, 노드JS도 지원합니다."

"배포 및 버전 관리도 용이합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특정 사용자에게만 서비스 상위 버전을 제공하는 베타테스트가 가능했습니다. 베타 버전에 문제가 생기면 잽싸게 버튼 하나로 기존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안드로이드 앱 개발도 손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국내 점유율이 높은 만큼 개발자들에게 희소식이죠. 물론 그렇다고 iOS 개발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레진코믹스도 안드로이드, iOS 둘 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웃음)."

권 CTO는 이외에도 1. API가 편하다, 2. 문서와 예제가 다양하다, 3. 유용한 빌트인 제공, 4 강력한 오토스케일링(자동 트래픽 변환 기능) 등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강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가 필요했습니다"

위고인터랙티브 하상백 이사
위고인터랙티브 하상백 이사

마지막으로 레이싱 게임 리볼트(우리가 어린 시절 즐긴 그 레이싱 게임이 맞다)를 전세계 시장에 서비스중인 위고인터랙티브의 하상백 이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저희가 게임을 출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적의 네트워크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입니다. 예전에는 국내의 한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를 임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러자 유럽과 북미 사용자들이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클라우드 플랫폼을 찾았습니다.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고 저희에겐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최적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4월 구글 컴퓨트 엔진을 도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서버 8대와 테스트 서버 2대를 임대했죠. 유럽, 북미 사용자들이 접속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됐고, 곧 출시할 예정인 리볼트2 멀티플레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볼트2 멀티플레이에는 구글 빅쿼리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면 막대한 유저 데이터가 발생합니다. 구글 빅 쿼리는 유저 데이터를 가공하기 편하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통계를 보고 적재적소에 프로세스 자원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문제도 금방 찾아낼 수 있고요."

"구글 IDC는 대륙간 연결이 잘되어 있습니다. 게임 멀티플레이용 서버로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인 인터뷰가 끝나고 마무리로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의 비전을 들려줬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목표는 혁신적인 기업(스타트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안정적인 인프라를 보유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으며, 많은 게임 개발사와 앱 개발사가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마존, MS, IBM, 이동통신 3사에 이어 구글마저 국내 시장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개발자들은 신규 고객(스타트업) 쟁탈을 위한 각사의 마케팅 정책을 예의주시하는 편이 좋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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