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삼각김밥', 친환경 전기차량 '스카이큐브' 탑승기

이문규 munch@itdonga.com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이동통신의 혁신은 이제 다양한 산업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가장 긴밀하게 대응하는 분야가 바로 '탈 것'에 관한 교통이동수단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차량의 운행 정보를 수집, 분석하거나 차량간 통신 교류(V2V)을 통해 주행 안전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전기차와 같이 매연을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차량도 (시작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나) 머지 않아 도로를 장악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탈 것'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전남 순천에서 먼저 솔솔 불기 시작했다. 전남 순천시와 포스코(POSCO) 계열사인 (주)순천에코트랜스가 합작해 순천만에 건설한 친환경 교통수단 '스카이큐브(Sky Cube)'가 그것이다.

스카이큐브01
스카이큐브01

스카이큐브는 PRT(Personal Rapid Transit)라 불리는 미래형 소형 무인 궤도차량을 말한다. 즉 운전자 없이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운행되는 전기 차량이다. 도심의 모노레일이나 경전철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차체 크기를 줄여 4인~6인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PRT는 이미 몇몇 국가에서도 도입하여 관광용 및 대중용 교통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울트라(Ultra)', 네덜란드의 '투겟데어(2getthere)'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개통한 순천만 스카이큐브는 총 4.6km의 거리를 왕복 운행하면서 순천만정원을 비롯해 순천만 습지, 순천문학관 등을 약 10m 높이에서 편안히 관람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35~45km. 관광용 이동수단인 만큼 순천만 일대를 천천히 둘러 보기에 적합한 속도다.

참고로 순천만은 26.5km에 달하는 자연 갯벌과 약 5.6제곱평방킬로미터의 갈대 군락지에 120여 종의 습지식물과 230여 종의 철새가 서식하고 있어 세계 5대 연안습지로 평가 받는 생태보존 지역이다. 여기에 전세계 각 나라의 정원 풍경을 한 곳에 조성하여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던(2013년) 순천만정원까지, 순천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자연이라 할 만하다. 그런 면에서 공해가 없는 친환경(무매연, 저소음, 저진동) 스카이큐브는 자연관광자원을 보존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이큐브02
스카이큐브02

스카이큐브, 어디서 어떻게 타나
스카이큐브는 현재 전남 순천시 순천만 일대에만 구축돼 있다. 순천만 지역 두 개 정거장(순천만정원역 <--> 순천문학관역) 간 4.6km를 순회 운행된다. 탑승 정거장인 순천만정원역은 순천만정원 안에 있으며 정원 입장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순천만정원역 매표소에서 왕복 승차권을 구매하면, 순천문학관역에서 내려 문학관과 순천만생태습지공원을 둘러 본 후 다시 순천만정원역으로 스카이큐브를 타고 돌아올 수 있다. 스카이큐브 개통 후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매표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오후 즈음이면 탑승권이 조기 매진되는 경우가 잦으니 가급적 서둘러 구매해야 한다. 탑승비는 대인, 소인 모두 5,000원이며, 탑승자의 수요에 따라 총 40대의 스카이큐브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행된다.

스카이큐브03
스카이큐브03

달리는 '삼각김밥', 스카이큐브 타보니…
스카이큐브의 외형은 윗부분을 한입 베어 먹은 삼각김밥과 같다. 멀리서 보면 더욱 그렇다. 전철 탑승 플랫폼 같은 출입구를 통해 스카이큐브에 들어서면, 2~3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좌우측으로 배치돼 있다. 체격 좀 있는 성인 3명이 앉으면 딱 맞다.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아 아담한 정도며(그래도 유모차나 휠체어 등을 위한 공간은 있다), 좌석이 지정되는 건 아니니 탑승 시 운행방향에 맞게 좌석을 선점하는 게 좋다.

스카이큐브04
스카이큐브04

스카이큐브에 탑승하면 출입문 쪽의 버튼을 눌러 출입문을 직접 닫아야 한다. 전철과 같이 출입문 자동 개폐로 인한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출입문을 닫으면 이내 삼각김밥이 출발한다.

정규 속도는 약 시속 40km.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리 빠르지 않은 듯하지만, 내부에서는 속도감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순천의 자연풍경을 바라 보고 있자니 속도에 대한 감각은 사라지는 듯하다.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이라 소음이나 진동은 그다지 크지 않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평평한 곳을 서행하는 정도다. 실내에서 서로 두런두런 대화하기에 아무 지장 없다.

운행 거리와 속도 등의 정보는 실내 화면을 통해 표시되며, 화면 옆에는 비상 통화 장치가 있어 이를 누르면 운행본부와 긴급 통화가 가능하다. 이외에 스카이큐브 내부에는 안전 확인을 위한 CCTV가 장착돼 있다.

스카이큐브05
스카이큐브05

스카이큐브는 경전철처럼 철로 위를 달리도록 되어 있으며, 철로는 지상으로부터 약 10m 높이에 설치됐다. 더 높으면 전경 관람에 유리하겠으나, 10m 높이로도 순천의 자연 환경을 만끽하는 데는 부족함은 없다.

순천만정원역을 출발해 문학관역까지 약 10여 분이 소요된다. 남해와 연결되는 순천동천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라 드라이브하듯 편안하게 앉아 관람할 수 있다.

'미래의 탈 것'으로서 확장 가능성 높은 PRT
앞서 언급한 대로 순천만 PRT인 스카이큐브는 관광용 이동수단으로, 현재 4.6km 왕복 거리를 약 20여 분 동안 운행된다. 선로가 인근 지역으로 확장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코스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또한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교통 혼잡과 주차시설 부족 문제,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대중 이동수단으로 확장된다면 새로운 교통환경이 조성되리라 기대한다.

스카이큐브06
스카이큐브06

스카이큐브07
스카이큐브07

PRT가 기존의 경전철이나 모노레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경전철과 모노레일은 지정된 운행 시간표에 따라 운행되는 반면, PRT는 마치 엘리베이터와 같이 탑승자들의 요청에 따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스카이큐브는 운행 시간(오전 9시~오후 7시)이 제한돼 있지만, 필요에 따라 24시간 운행할 수도 있어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정거장 구간에 측선을 설치해 승하차 시 다른 PRT에 영향을 주지 않아 무정차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PRT 만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인터뷰] 순천에코트랜스 남기형 대표

남기형 대표
남기형 대표

PRT 스카이큐브는 어떤 취지로 기획, 구축됐나?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에 차량 배기가스나 소음 등으로 인한 환경공해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적용하고자,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순천시가 제휴하여 착공,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스카이큐브 개통 후 순천만으로 직접 접근하는 차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환경보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PRT는 경전철과 모노레일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
차량 크기나 정거장 구조물/건축물 등이 기존의 철도설비에 비해 간소하여 건설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차량과 주행선로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건설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고, 공사기간에도 주변 도로 교통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승객 안전에 대단히 민감한 시기다. 최대 시속 40km라 해도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인데, 스카이큐브는 어떤 안전 시스템이 도입됐고, 어떤 안전관리 활동을 하고 있는가?
IEC, EN, BS 등 국제표준에 따라 설계, 제작, 시험된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유럽 수준의 안전율을 달성했다. 이 모든 과정은 안전인증기관 및 교통안전공단에서 검토하여 국제표준에 의한 안전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관광객이 급증할 6월부터 8월까지는 매주 월요일에 정기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안전 운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정기 안전점검에는 차량 정비/점검을 비롯해 운행관계자의 휴식 확대 등도 포함된다.

스카이큐브06
스카이큐브06

4월 개통 후 현재까지 누적 승객 수는 얼마나 되며, 올해까지 어느 정도 늘어나리라 예상하나
개통 후 4월 말까지 무료 시승 행사를 진행했고, 5월 말 현재까지 3만 명 이상이 스카이큐브를 이용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가을을 지나면 올해까지 약 25만 명이 탑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카이큐브는 현재 순천만 관광용으로만 적용됐다. 대중교통수단으로도 활용할 가치가 높은데, 대중교통용 노선을 구축할 계획은 있는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계 교통수단이나 신도시, 업무집중지구, 금융단지, 공항/항구 등의 내부 순환시스템으로 적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순천만 노선을 관리,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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