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에 모바일 인터넷을 보급하려는 오페라
웹 브라우저 '오페라 브라우저'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IT기업 오페라 소프트웨어(Opera Software)가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줄여주는 애플리케이션 '오페라 맥스(Opera max)'의 베타테스트를 24일 개시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스마트폰에 오페라 맥스를 설치한 후 웹브라우저로 특정 홈페이지의 URL을 입력하면, 노르웨이에 위치한 오페라 클라우드 서버에서 해당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이미지, 음성, 동영상 등 패킷 데이터 용량을 압축한다. 그 다음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압축된 이미지, 음성, 동영상을 전달한다. 이미지, 음성, 동영상의 품질은 낮아지지만,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최대 1.5배까지 절감할 수 있다. 1GB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사용자가 오페라 맥스를 설치하면 1.5GB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패킷 데이터 압축은 앱에도 적용된다. 유튜브, 트위터 바인, 인스타그램, 플립보드처럼 이미지와 동영상을 많이 품고있는 앱을 사용해도 데이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오페라 맥스는 피처폰(일반 휴대폰)과 초기 스마트폰에서 각광받은 웹 브라우저 '오페라 미니'의 직계 후손이다. 오페라 미니는 패킷 데이터를 압축해 2G나 3G 통신을 사용하는 저사양 제품으로도 인터넷을 쾌적하게 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러한 패킷 데이터 압축 기술은 PC용 웹브라우저 오페라 브라우저에 '오프로드'라는 이름으로도 적용돼 있다. 오페라 미니와 오페라 브라우저는 웹 브라우저이기 때문에 인터넷에만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오페라 맥스는 스마트폰을 통제하는 앱이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 전반을 관리한다.
오페라 맥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데이터 요금이 비싼 선진국이나 데이터 통신의 품질이 떨어지는 제3세계 국가에 보급돼,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여주고 데이터 통신 속도를 한층 빠르게 해주는 것이다. 데이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데이터 통신 속도가 빠른 국내의 사용자에겐 오페라 맥스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3세계 국가의 사용자에겐 가뭄 속 단비나 다름없는 앱이다.
오페라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국내 사용자에게 오페라 맥스는 또 다른 효용을 제공한다. VPN(가상 사설망)을 거쳐 노르웨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데이터가 전달되기 때문에 PC에서 프록시 서버를 설정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한 홈페이지에도 접속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까다로운 설정을 건드리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일단 국내 사용자는 웹 페이지가 뜨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클라우드 서버가 머나먼 노르웨이에 있기 때문. 근처에 거주하는 유럽 사용자에겐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국내 사용자에겐 민감한 문제다. 클라우드 서버 상태에 따라 이미지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동영상이 실행되지 않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서버 문제인 만큼 오페라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SSL(웹페이지 암호화 국제 표준, https)이 적용된 홈페이지는 압축하지 못한다. 다만 SSL의 목적이 해커의 데이터 탈취를 막으려는데 있음을 상기하면 단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페라 맥스는 오페라 맥스 홈페이지(http://www.opera.com/ko/mobile/max)에 베타테스터 신청을 한 후 구글 플레이스토어(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opera.max)에서 앱을 내려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북미와 유럽 사용자를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아시아 사용자(대한민국 포함)를 대상으로 한 베타테스트는 곧 시행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용 앱만 제공할 계획이며, 앱이 시스템에 간섭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iOS용 앱은 출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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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