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구에겐 스마트폰보다 나은 아이담테크 BOOM-R8
최대한 작은 크기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담는 것이 요즘 IT기기의 추세다. 부품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제작 기술이 향상된 덕분이다. 다만, 제품의 기능과 더불어 사용자의 활용 능력까지 향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중 장년층의 경우는 요즘 나오는 작고 복잡한 IT기기를 활용하는데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을 쥔 어르신이 '이건 왜 라디오가 안 나와?'라고 묻는다면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 라디오 앱을 깔고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들으세요. 데이터 요금 주의하시고요'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소비자들을 위한 단순한 기능의 제품도 꾸준히 나와 줄 필요가 있다. 다만, 기능이 단순하더라도 편의성이나 구동 성능은 충실해야 한다. 아이담테크의 BOOM-R8(이하 붐R8) 같은 제품이 좋은 예다.
단순한 기능이 오히려 매력적?
붐R8은 여러모로 최신의 IT기기 추세를 역행하는 제품이다. 사실 IT제품이라기보단 생활가전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은 FM라디오 청취 기능이며, 마이크로SD카드(별매)를 꽂으면 MP3 음악 감상 기능 및 디지털 녹음기로 쓸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는 외부의 음향 기기와 케이블로 연결해 스피커로 쓸 수 있는 정도가 기능의 전부다.
라디오나 MP3 플레이어, 녹음기, 그리고 소형 스피커를 요즘 세상에 첨단 제품이라 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분명 이런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기가 작고 디자인이 예쁜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런 기본 기능들을 쉽게 쓸 수 있느냐다.
아날로그 감각 품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붐R8의 외부 구성을 보면 조작 인터페이스가 매우 직관적임을 알 수 있다. 우측에 있는 메인 스위치로 전원 및 모드 전환(MP3 / FM)을 하며, 전면에 있는 버튼은 재생 관련 및 메뉴 모드, 그리고 숫자 버튼이 전부다. 특히 숫자 버튼은 저장된 라디오 주파수 채널로 곧장 이동하거나 주파수를 직접 입력하는 용도, 혹은 MP3 트랙 번호를 선택하는 용도로 쓰이므로 딱히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1번에 93.9MHz 주파수를 저장한 상태라면 그냥 버튼 1을 누르면 된다. 그도 아니라면 9, 3, 9를 차례로 입력해 해당 방송을 들을 수도 있다. MP3 모드에서 1번 파일을 들으려면 이 때도 역시 버튼 1을 누르면 된다. 버튼의 크기가 제법 큼직하고 고무재질이라 누르기도 편하다.
제품 상단에 아날로그 방식의 볼륨 다이얼을 갖춘 것도 붐R8의 특징이다. 스마트폰이나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에서 흔히 쓰는 디지털 방식 볼륨 버튼에 비해 확실히 직관적이면서 빠르게 음량 조절이 가능하다. 이런 제품의 주 소비자층인 중 장년층이 특히 환영할만한 요소다.
스위치만 올리면 곧장 녹음시작
녹음 기능은 우측면의 녹음 스위치를 이용한다. 녹음(REC)에 스위치를 맞추면 녹음이 시작되고 저장(SAVE)에 스위치를 맞추면 녹음이 종료된다. 그 외의 녹음에 관련된 기능이나 버튼은 없으며 어떤 모드(MP3 / FM) 에서도 스위치만 올리면 곧장 녹음이 시작되므로 착각이나 오조작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
녹음은 제품 상단의 내장 마이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외견상 마이크 입력부가 2개 있어서 스테레오 녹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모노 음질로만 녹음이 된다.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려면 메뉴 버튼을 눌러 'FM녹음'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실제로 녹음을 해보면 음악 녹음과 같은 전문적인 작업에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간단한 녹취록을 작성하기에는 무리 없는 수준의 감도와 음질을 갖췄다. 녹음한 데이터는 192kbps 음질의 WAV 파일 형식으로 저장되며 MP3 모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스피커 기능 및 충전용 배터리 갖춰
스피커 기능은 제품 상단의 외부입력(AUX) 포트를 이용한다.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오디오 케이블을 이 포트에 꽂고 외부의 음향기기(PC, 스마트폰, CD플레이어 등)와 연결하면 해당 음향기기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붐R8로 들을 수 있다. 스피커가 없는 기기, 혹은 스피커가 있더라도 음량이 너무 작은 기기라면 붐R8의 스피커 기능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MP3 모드 상태에서 오디오 케이블을 꽂으면 곧장 스피커 모드로 자동 전환되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붐R8은 일반적인 건전지가 아닌 휴대폰에서 주로 쓰는 리튬이온 방식의 충전 배터리로 구동된다. 배터리는 탈착이 가능하며 용량은 600mAh다.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중간 음량으로 20시간 정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품 좌측면에 있는 마이크로 USB포트를 통해 충전을 하는데, 충전기 없이 케이블만 제공한다.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USB 충전기, 혹은 PC의 USB포트에 꽂으면 충전할 수 있으나, 스마트폰이나 PC를 쓰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다소 곤란할 수도 있겠다.
소리 성향은 딱 '어르신' 취향
제품의 대략적인 개요를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들어볼 차례다.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MP3를 재생해 내장 스피커로 들어 봤는데, 소리가 의외로 들을 만하다. 물론 2채널 스테레오가 아닌 1채널 모노 방식 스피커인데다가 고급 오디오처럼 웅장한 저음이나 칼 같은 고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리 자체가 의외로 절도와 박자감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음량이 상당히 크다.
조금 더 섬세한 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상단의 스테레오 음성 출력 포트에 헤드폰을 꽂아 이용할 수도 있고, 메뉴 모드로 들어가서 락 / 팝 / 재즈 등의 EQ 모드를 바꿔가며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제품의 주 사용자층이 그런 기능을 이용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어쨌거나 중 장년층이 좋아할만한 성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확실하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장점 많지만 아쉬운 점도
FM라디오도 들어보니 감도가 아주 우수하다. 야외에서는 안테나를 뽑지 않아도 신호가 잘 잡히며 안테나를 끝까지 뽑으면 창문이 없는 빌딩이나 백화점 내와 같이 밀폐된 곳에서도 제법 또렷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상당히 성능 좋은 튜너와 앰프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전반적인 만듦새가 괜찮은 붐R8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면 상단에 달린 정보 표시용 LCD의 품질이 다소 미흡하다. 정지화면을 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문자가 스크롤될 때, 혹은 메뉴 이동을 할 때는 잔상이 너무 심해서 정보를 읽기가 힘들다. 그리고 버튼을 연속적으로 누를 때 반응 속도가 느린 편이라 조금이라도 빠르게 입력하면 오타가 자주 발생한다. 한 번 버튼을 누른 후 1초 정도 후에 다음 버튼을 눌러야 제대로 작동하므로 참고하자.
21세기 기술로 만들어진 20세기 제품?
아이담테크의 붐R8은 확실히 요즘 시대의 주류가 될만한 제품은 아니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비롯한 전반적인 콘셉트는 20세기 후반에나 어울릴 수준이다. 하지만 제품 내부에 투입된 기술,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분명 21세기의 것이다. 21세기의 기술로 만들어진 20세기의 제품이라니, 기분이 조금 묘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제품이야말로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일 수도 있겠다.
붐R8은 본 리뷰에서 이용한 블랙 제품 외에 레드 및 화이트 색상의 제품도 나와있다. 제품 가격은 4만 9,000 원인데, 요즘 시중에 저가형 라디오나 MP3, 녹음기 등이 워낙 많이 팔리고 있다 보니 다소 비싼 느낌도 있다. 제품의 주 소비자가 될 중 장년층에게 어떻게 제품의 장점을 잘 알리느냐가 판매의 관건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