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창조경제의 동력, 3D와 홀로그램

이상우 lswoo@itdonga.com

세상의 배꼽을 알고 있는가? 바로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 있는 '옴파로스 돌'이다. 이 작은 돌에는 그리스인들의 혜안이 숨어있다. 그리스인들은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통해 미래를 본 사람만이 앞날을 준비하고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신전에 아로새긴 것이다. 미래를 예측해야 앞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리스인의 식견은 오늘날 기업의 경영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특히 시장 동향이 빠르게 변하는 IT업계 경영자라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더욱 크다.

다행히 IT업계에는 현대판 델포이 신전이 있다. 바로 세계 3대 국제가전박람회인 CES, MWC, IFA다. 올해 첫 출발은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다. 세계 유수의 가전 기업들이 신제품을 전시하는 CES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디스플레이'다. 특히 투명 디스플레이,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 등 어떤 기술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어갈지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기술은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화질'과 '좁은 시야각'이라는 단점을 극복한 3D TV 업체들은 이번 박람회에서 풀HD(1,920x1,080) 수준의 화질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무안경 3D UHD TV를, 일본 샤프는 5인치 무안경 3D 8K LED TV를 공개했다. 많은 중국 업체 역시 무안경 3D TV를 주요 전시 품목으로 내세웠다. 무안경식 3D는 화질 및 성능이 개선됨과 동시에 눈에 피로감을 주던 안경까지 사라져 올해에는 시장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ES 2014
CES 2014

현대판 델포이 신전은 10년 후의 미래도 보여줬다. 미래의 주인공은 영상을 공중에 띄우는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은 화려한 색상, 추상적인 효과의 묘사, 완벽한 3차원 재현 등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꼽힌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돕는 인공지능 시스템 '자비스'처럼 허공에 화면을 띄워놓고 360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리얼 홀로그램에,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더하는 것이 홀로그램의 최종목표다.

현재 리얼 홀로그램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다만, 미래를 향해 먼저 발을 디딘 곳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일본 기업은 유의미한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 국내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파나소식은 '플로팅 인터렉티브 디스플레이(Floating interactive Display)'를 공개했다. 플로팅 방식은 투명막 같은 평면에 광원을 반사해 입체 홀로그램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홀로그램의 초기 단계인 것은 분명하다.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우리나라는 홀로그램 기술 분야에서 뒤늦은 감이 있다. 국내 기업연구소와 대학이 힘을 합쳐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대만, 일본기업과도 다양한 협력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속도라면 1995년 액정디스플레이(LCD) 양산을 시작한 이후 2002년부터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온 디스플레이 강국 자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

평면의 한계를 넘은 3D TV가 나왔을 때, 이를 디스플레이를 넘어선 '디스플레이 세상'이라고 불렀다. 이제는 디스플레이 세상 이후에 있는 또 다른 세상에 투자할 때다. 홀로그램 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며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의 발판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허공에서 영상을 볼 수 있는 홀로그램 기술이 한국에서 먼저 개발되고, 상용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바른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설명환(beccokr@bec.co.kr)
편집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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