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모바일, 콘텐츠... 바르셀로나를 강타한 5가지 IT 키워드

강형석 redbk@itdonga.com

[바르셀로나=IT동아 강형석 기자] MWC 2018은 단순히 무선 통신 기기를 접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통신 관련 기술과 미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접하는 최신 기술에 대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면, 이번 MWC는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들을 제안한 듯한 인상을 줬다.

실제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에 따른 ‘속도’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자율주행, 스마트 홈(시티), 가상현실, 홀로그램,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모두 엄청난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이다. 이에 대비해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IT 시장 패권을 손에 쥐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MWC 2018에서는 어떤 것들이 주목 받았을까? 유심히 둘러보니 현장에는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MWC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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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빠른게 아니고 ‘5G’게 빠릅니다 – 5G 무선통신

우리나라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급부상하게 된 5G. 최대 속도로 따지면 현재 우리가 쓰는 LTE 대비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빠른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때문에 최근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의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5G는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 이동통신 단체들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세계이동통신표준화단체(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2019년부터 5G 무선통신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전체적인 표준화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통신 및 관련 장비 개발사들이 분주히 5G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MWC 2018에서는 그 눈치싸움이 극대화한 형태를 드러냈다. 오는 6월 개최되는 제 72차 3GPP 기술총회에서는 5G 기술에 대한 1단계 표준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번 행사가 자신들의 5G 기술을 알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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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SK텔레콤과 KT가 참여했으며 이 외에 NTT 도코모, 보다폰, 오렌지, T모바일, AT&T, 텔레포니카, 차이나 모바일 등 굵직한 해외 통신사들도 전시관을 꾸리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장비 제조사들의 눈치도 치열했다. 인텔, 노키아, 화웨이, 에릭슨, 퀄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한 자리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장비가 최적의 5G 통신 환경을 구축하고 나아가 엄청난 데이터 기반의 작업들을 쾌적하게 수행한다고 홍보했다. 대표적인 예가 자율주행, 스마트홈, 스마트 시티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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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폰은 노키아와 함께 진행 중인 달 탐사 임무(Mission to the Moon), 생체정보 분석,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을 강조해 5G를 알렸다. 오렌지와 T모바일, AT&T, 텔레포니카 등도 조금씩 다르지만 5G 기술을 가장 잘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관람객들을 맞는 모습이었다. 과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가 웃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멋있는 폰·접히는 폰·이상한 폰 – 다양한 스마트폰

MWC 2018은 다양한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미 잘 알려진 삼성 갤럭시 S9와 LG V30S 씽큐, 소니 엑스페리아 XZ2 등 국내에서 접했거나 곧 접할 제품 외에도 해외 직구가 아니라면 구경조차 하기 어려울 법한 해외 스마트폰들도 다양하게 공개됐다. 올해는 흥미로운 제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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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이다. 각각 갤럭시 S9와 V30S 씽큐(ThinQ)를 공개했다. 갤럭시 S9는 성능을 높이고 카메라의 기능을 강화했다. V30S 씽큐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뒀다. 기본 틀을 가지고 내실을 다지면서 사용자 편의 기능에 인공지능 명령어들을 녹였다. 두 제품 모두 기존 디자인을 따르지만 차별화된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소니도 엑스페리아 XZ2를 선보였지만 약간의 디자인 변경이 이뤄진 것 외에는 뚜렷한 특징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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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ZTE는 액손 M이라는 스마트폰을 공개했는데, 무려 스마트폰을 접거나 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폴더블 폰이라 부를 법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그런 자유롭게 휘는 폴더블 폰이 아니고 마치 문을 열고 닫는 듯한 느낌을 줘서 ‘경첩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시도 자체는 참신했다.

이런 형태가 처음은 아니다. 일본 내수용으로 NEC가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도코모도 과거 D800iS라는 이름의 듀얼 스크린 폰을 내놓기도 했다. 액손 M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단지 성능이 조금 더 좋아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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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8 시로코라는 스마트폰도 눈에 띄었다. 카메라가 무려 칼 자이스(Carl Zeiss)다. 실제 노키아 스마트폰 전시관에는 칼 자이스 담당자도 상주해 관련 질문에 응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사진은 렌즈와 이미지 센서 외에도 이를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렌즈 하나만 보면 상당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흥미롭게도 스마트폰에서 광학 2배 줌을 지원하는데, 렌즈 1개가 아니라 2개를 달아 구현한 것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화웨이는 메이트10 프로가 돋보였다. 두 개의 카메라 렌즈는 라이카와 협업으로 완성한 것인데 밝은 조리개 값(f/1.6)으로 제법 좋은 사진을 기록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스마트폰 중 하나다.

홀로그램과 페이스프린팅 – 눈길 사로잡은 콘텐츠

5G 이동통신은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 미디어 콘텐츠 경쟁도 치열했다. SK텔레콤은 홀로박스라는 홀로그램 장비와 콘텐츠를 공개했으며, 옥수수 소셜 가상현실(VR) 서비스도 함께 체험하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VR 실시간 콘텐츠로 마치 자신이 공개홀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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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VR 게임, 스페셜포스 VR을 소개했다. VR 콘텐츠는 모든 방향에 대한 자료를 처리해야 하므로 5G 환경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외에 체감형 VR 기기를 배치해 직접 즐겨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KT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험 서비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를 부각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해외 통신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 모양새다. NTT 도코모는 매우 적극적으로 5G를 알렸다.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로봇 외에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얼굴을 읽어 들이고 이를 고속 전송해 별도로 가상 얼굴을 만들어주는 페이스프린팅을 시연했다. 5G를 포뮬러원(F1)에 도입하고 있다는 점과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 고속 통신을 활용한 효율성 확보 등을 강조하며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누가 먼저 스카이넷 되려나 – 인공지능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파생 서비스들이 주류를 이뤘다. 과거에는 가능성을 언급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상품화가 이뤄지면서 우리 생활 속으로 점차 파고드는 중이다.

MWC 2018은 이것이 무선통신으로 확대된 형태로 나타났다. 무선 통신사들은 초고속 무선통신(5G)을 가지고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반적인 사업 방향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공지능을 통한 편의성 확대에 주력했다. 그 중심에는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스비(Bixby)라는 자체 음성인식 인공지능 플랫폼을 쓰고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용하고 있었다. 어디서든 흰색 연구원 복장을 착용한 구글 어시스턴트 도우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과 구글 어시스턴트를 잘 버무린 브랜드는 LG다. 새로 선보인 스마트폰 V30S 씽큐(ThinQ)는 자체 적용 중인 Q보이스 외에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용해 활용성을 넓혔다. 특히 카메라 기능에 해당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굳이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음성으로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LG는 촬영 관련 기능을 기존 23개에서 32개로 확대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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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스마트폰에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말한 다음 앱을 실행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접목한 부분이 큰 차이점이다. LG는 해당 기능을 V30에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자율주행차는 CES에 이어 MWC에서도 대활약했다. BMW는 5세대에 근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시연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도 스마트 비전 EQ 포투(Smart Vision EQ for Two) 콘셉트 차량을 공개했다. NTT 도코모는 소니와 함께 차세대 카트 차량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연관은 없어 보이지만 MWC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이나 다름 없었다.

내 몸부터 도시까지 연결한다 – 사물인터넷

5G와 함께 강조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물인터넷(IoT)이다. 이것이 있어야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티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사용자가 가정 내 배치된 기기들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장비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 외에 웨어러블 기기로 사람의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거나 기업 업무를 가정 내에서 보는 등 다양한 행동을 현실로 만든다.

웨어러블 기기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진 탓에 관련 기기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지만 스마트폰 및 가전에 접목된 사물인터넷 환경은 많은 기업들이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특히 노키아가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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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작은 도시를 꾸민 듯한 노키아 전시관은 일반 가정부터 의료,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제안했다. 가정 내에서는 사람이 가스레인지를 제어하거나 실내등을 켜고 끄는 등의 작업을 스마트폰을 보며 해결한다. 침대는 수면을 취하는 동안 신체 정보를 수집해 의료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전달된 자료는 의사가 확인하고 최적의 진단을 내린다.

생산 환경에서는 사람이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로봇 조종으로 대신 한다거나, 관리자가 스마트폰으로 건물 내 설비와 에너지 효율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모두 고속 네트워크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고속 이동통신이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티의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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