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네 어쩌네 해도... "여전히 아이폰 사려고 줄 선다"
오전 7시 반, 텅텅 빈 명동 거리에서 유독 애플 리셀러샵 '프리스비' 매장 앞에만 사람들이 북적댔다. 10월 25일, 오늘이 바로 아이폰5s/5c 국내 출시일이기 때문. 프리스비는 아이폰 출시를 맞아 평소 개점 시각인 오전 11시보다 3시간이나 이른 8시에 매장 문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아이폰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밤새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이날 모여든 인원은 대략 100여 명. 이전 애플 신제품 출시 때와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무시 못 할 숫자다. 사실 줄까지 서서 신제품을 사는 문화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지 않다. '편리한 인터넷 쇼핑이 있는데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자연히 추위에 떨며 아이폰5s/5c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이에 IT동아가 프리스비 명동점 아이폰 구매자 '1등', '2등'과 대화를 나눠봤다.
1등으로 줄 선 이는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이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혹은 신변 보호를 위해선지 그는 허리를 무릎 담요로, 얼굴은 스카프로 꽁꽁 싸맸다. 바닥에 놓인 쇼핑백 안 돗자리는 그의 '굳센 의지'를 대변하는 듯했다.
어젯밤 10시부터 줄을 섰다는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예상했겠지만) 그가 선택한 제품은 '아이폰5s 골드 16GB'. 무약정 언락폰으로 구매해 SK텔레콤의 LTE62 요금제에 가입할 예정이란다. 현재 쓰고 있는 제품은 아이폰5다. 그는 아이폰5s의 지문 인식 기능이 가장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이폰5s를 구매한 후 이제 무얼 할 것이냐 물으니, '회사에 가야 해요'라고 답했다. 출근 시간을 맞춰야 했기 때문일까. 그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아이폰5s를 구매한 후 바람처럼 사라졌다.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많이 꺼리는 듯했다.
아쉬운 마음에 '2등'을 찾았다. 그는 학생으로 보이는 19세 청년이었다. 손에 아이폰5s를 든 얼굴에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자꾸 번졌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그는 아이폰5s 실버 색상을 구매했다. "왜 인기가 많은 골드를 택하지 않았냐"고 묻자, "오래 쓸 것이라 질리지 않을 실버로 택했다"고 답했다. 그는 어젯밤 11시부터 줄을 섰단다. 1시간 차이로 2등이 됐으니 억울할 법도 하지만, 1등으로 쏠리지 못한 관심이 모두 그에게 향해 오히려 더 1등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아이폰5s를 샀다는 그. 이전에 쓰던 휴대폰은 아이폰4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애플 팬보이(fanboy)였다. 휴대폰뿐 아니라 PC 등도 모두 애플 제품을 쓴단다. 그는 아이폰5s를 3G 무제한 요금제로 사용할 예정이다.
재미있게도 1등과 2등 모두 밤새 줄을 선 이유가 '인터넷 예약 구매에 실패해서'였다. 인터넷으로 아이폰5s/5c를 예약 판매해도 결국 줄을 설 사람은 서게 되나 보다.
그가 받은 프리스비의 선물은 뭘까? 바로 차량용 거치대다. "차가 없는데…"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꽤 실망스러워 보였다. "밤새 기다린 것치고 보상이 조금 작지 않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투명 아이폰 케이스를 프리스비에서 구매해 매장을 떠났다.
결국은 '충성심'
그 누구보다 일찍 매장 앞에 도착해 줄을 선 사람들. 인터뷰한 그 둘의 공통점은 '현재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었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아직 애플 제품의 충성도를 따라 갈 경쟁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조사 결과, 현재 아이폰 구매자의 42%는 원래 아이폰을 사용하던 사람으로, 조사한 제조사 중 애플의 충성도가 가장 높았다(미국 CIRP, 2012년 7월~2013년 6월 기준). 확실한 지지층을 이미 확보해 두고 경기에 들어서는 것. 그것이 애플 자신감의 원천 중 하나가 아닐까.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