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만만한' 시소닉 파워서플라이, ECO-600

김영우 pengo@itdonga.com

사람의 신체 장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들라면 흔히들 두뇌와 심장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두뇌와 심장 중 어느 부분이 더 중요할까?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굳이 우열을 가릴 것 없이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PC의 구성품 중 두뇌와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CPU(중앙처리장치)와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PC를 구매할 때 CPU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파워서플라이는 아무것이나 다는 경우가 제법 많다. 물론 좋은 CPU를 선택하면 그 PC는 고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파워서플라이가 부실하다면 아무리 고성능 PC라도 종종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나곤 한다. 두뇌가 아무리 뛰어나도 심장이 약하다면 사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다만, 어떤 파워서플라이가 안정적인지 판별하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다. '성능'은 사양표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안정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워서플라이를 고를 때 가장 의지하게 되는 것이 바로 ‘브랜드’다. 그래서 같은 출력의 파워서플라이라도 제작 노하우가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고급 브랜드의 제품은 한층 더 비싸게 팔린다.

그 중에서도 시소닉(Seasonic)은 PC매니아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고급 파워서플라이 브랜드다. 특히 수명과 소음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 게 문제다. 600W(와트) 출력 제품의 경우, 저가형 브랜드 제품은 5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지만, 시소닉 제품은 10만원을 넘는 것이 보통이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하지만 시소닉 제품이라고 전부 터무니 없이 비싼 것만 아니다. 시소닉의 보급형에 해당하는 'ECO' 시리즈의 경우 600W 제품을 7만원 중반 정도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저가형 브랜드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고, 상위 제품에 비해 고급스러움은 덜하지만 시소닉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매력이다.

수수한 외형에 담긴 정격 600W 고출력

이번에 살펴볼 시소닉 ECO-600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600W의 출력을 발휘하는 파워서플라이다. 일부 저가형 파워서플라이의 상당수가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최대출력을 제품명에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소닉 ECO-600의 경우는 순간 최대 출력이 아닌 실제로 낼 수 있는 정격 출력이 600W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펜티엄이나 코어 i3 정도의 CPU를 탑재한 일반적인 사양의 PC가 실제로 소모하는 전력은 300W 정도이며, 코어 i5급 정도의 고급 사양 PC는 400W 정도를 소모한다. 정격 600W 정도면 상당한 고출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어 i7급 이상(30~40만원 상당)의 CPU에 지포스 GTX 680(60만원 상당)같은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에 어울린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고출력 제품이긴 하지만 외견은 수수하다. 번쩍이는 LED 내장 냉각팬을 단 것도 아니고 고급스런 도료로 표면을 칠한 것도 아닌데다 요즘 고급형 파워서플라이에 곧잘 들어가는 모듈러(분리형) 케이블을 단 것도 아니다. 외견만 봐선 영락없는 저가형 파워서플라이다. 상위 제품과 차별화를 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그래도 살짝 본전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의 트랜드를 반영한 케이블 구성

케이블의 구성은 요즘 파워서플라이의 특성이 드러난다. SATA 방식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나 SSD(반도체기반 고속저장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SATA 커넥터는 6개나 있는 반면, IDE 방식의 구형 HDD에 주로 쓰는 4핀 커넥터는 3개뿐이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특이한 점이라면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용으로 쓰던 FDD 커넥터도 1개 있다는 점인데, 요즘 나오는 내장형 카드리더 중에 FDD 커넥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그 외에 그래픽카드에 꽂는 PCI-E 커넥터가 2개 있는데 2개 모두 6핀과 8핀 겸용으로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일반적인 그래픽카드는 6핀 커넥터 1개만 쓰지만, 지포스 GTX 690이나 라데온 HD7970같은 최상위급 그래픽카드는 8핀 커넥터 2개를 꽂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때 유용할 것이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충실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내부

제품 내부를 살펴보면 기본기가 확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워서플라이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캐패시터(콘덴서)는 일본 루비콘사의 제품이며, 전력 효율을 높이고 노이즈를 줄이는 액티브PFC 회로도 빠짐없이 붙어있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합선을 방지하는 접지, 순간적인 과전압 발생시에 전원을 차단하는 퓨즈도 당연히 있다. 열을 식히는 냉각팬은 120mm의 대형 규격인데, 저소음으로 잘 알려진 ADDA의 제품이다. 시소닉 ECO-600이 보급형이라고는 하지만, 내부 구조만 봐선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전압유지 능력과 소음 면에서 만족할 만

그렇다면 실제로 써본 느낌은 어떨까? 코어 i5 CPU에 라데온 HD 7790 그래픽카드로 구성된 PC에 시소닉 ECO-600을 장착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PC에 일부러 과부하를 가한 후 각종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안정성을 가늠하는 벤치마킹 프로그램인 'OCCT'를 이용 10여분 정도 테스트를 해봤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테스트 결과, 시스템의 안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2V 전압이 과부하 상태에서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을 확인했다. 낡은 파워서플라이나 품질이 낮은 파워서플라이에서는 12V 전압의 그래프가 출렁거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는 곧 오작동이나 고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시소닉 ECO-600의 기본기가 수준급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소음도 상당히 조용하다. 기본적으로 48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사무실에서 한창 작동중인 시소닉 ECO-600의 소음을 측정해보니 불과 49데시벨 남짓으로 측정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무소음 수준이다.

시소닉 ECO-600
시소닉 ECO-600

세상은 넓고 좋은 파워서플라이도 많지만

사실 파워서플라이의 안정성은 최소한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써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에 불과한 리뷰에서 이를 파악하기는 무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품의 내부구조 및 몇 가지 간단한 테스트의 결과만 보더라도 시소닉 ECO-600의 기본적인 품질이 좋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소닉 ECO-600의 '가격대 성능비'가 아주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소닉 제품치고는 저렴하다곤 하지만 여전히 파워서플라이 시장에는 이보다 저렴한 제품이 대단히 많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어쩌면 이 제품보다 나은 제품이 존재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몇 만원 정도를 더 쓰는 것보다 그런 제품을 찾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더 아깝다고 생각된다면 시소닉 ECO-600은 확실히 괜찮은 선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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