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고성능 CPU, AMD 페넘II X6 1055T - 1부

GHz 수치보다는 코어(Core)의 수를 따지는 시대

5~6년 전만 해도 PC의 등급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바로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 처리 장치)의 클럭(Clock: 동작 속도) 수치였다. “네 PC의 CPU는 3GHz이고 내 것은 2.4GHz이니 네 PC가 더 좋다~”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2005년에 AMD에서 PC 업계 최초의 듀얼코어(Dual Core) CPU인 ‘애슬론64 X2’를 출시한 이후 이러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듀얼코어 CPU란, 이름 그대로 하나의 CPU에 2개의 코어를 내장한 것으로, 기존의 코어 1개짜리 싱글코어(Single Core) CPU 2개를 탑재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이후 CPU 제조사들의 연이은 신제품 출시에 의해, 코어 4개를 갖춘 쿼드코어(Quad Core) CPU, 그리고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사이의 틈새 모델인 코어 3개짜리 트리플코어(Triple Core) CPU도 등장했다. 클럭 수치가 아닌 코어의 수가 PC 등급을 구분하는 지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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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II X6의 내부 구성도. 총 6개의 코어를 갖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이 바로 6코어 CPU다. 6코어는 다른 말로 헥사코어(Hexa Core)라고도 한다. 6코어 CPU의 첫 테이프는 일단 2010년 3월에 출시된 인텔의 ‘코어 i7 980X 익스트림 에디션’이 끊었다. 다만, 이 제품은 성능이 매우 우수하지만, CPU 단품(PC 전체가 아님)의 가격만 100만 원(2010년 6월 기준)이 넘기 때문에, 대중이 아닌 일부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데 1개월 후에 등장한 AMD의 페넘(Phenom)II X6(개발 코드명: 투반)는 6코어 CPU라는 점에서는 코어 i7 980X와 같지만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일단 가격부터 크게 차이가 난다. 주력 모델인 페넘II X6 1055T 모델의 가격은 20만 원대 초반으로 일반 소비자라도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두 제품은 코어가 6개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적다. 가격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사양의 차이도 있는 만큼, 절대적인 성능 면에서는 인텔의 코어 i7 980X가 우수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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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페넘II X6와 인텔 코어 i7 980X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6코어 CPU지만
주요 소비자층 및 가격 등, 지향점이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기 위해 밥을 굶어야 한다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알뜰파 소비자들을 위한 6코어 CPU인 페넘II X6 T1055T의 면모를 살펴보며 그 가치를 가늠해 보도록 하자.

AMD의 얼굴마담, 페넘II X6 시리즈

2010년 6월 현재 판매 중인, AMD의 PC용 CPU는 크게 3가지 제품군으로 나뉜다. 성능보다는 가격을 강조하는 샘프론(Sempron) 시리즈, 그리고 가격과 성능의 균형이 장점인 애슬론(Athlon)II 시리즈, 그리고 고성능을 추구하는 페넘(Phenom)II 시리즈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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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리즈는 또다시 코어의 구성에 따라 X2, X3, 그리고 X4와 X6로 나뉜다. 애슬론II X2, 페넘II X2 등은 듀얼코어, 애슬론II X4, 페넘II X4 등은 쿼드코어 CPU다. 따라서 페넘II X6의 경우, AMD의 최상위급 CPU 중에서도 가장 코어가 많은 제품, 즉 AMD의 ‘얼굴마담’과 같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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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II X6의 패키지는 CPU와 쿨러, 그리고 사용설명서 겸 보증서, 그리고 케이스에 붙이는 로고 스티커로 구성되어 있다. CPU의 모습은 그것이 장착되는 메인보드 소켓(Socket)의 규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페넘II X6의 경우, 요즘 AMD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켓인 ‘AM3’ 규격이다. 소켓 AM3 규격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총 938개의 핀(Pin)을 통해 CPU와 메인보드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는 점인데, 실제로 페넘II CPU의 바닥을 살펴보면 정확히 938개의 핀이 돋아나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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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켓 AM3 규격은 CPU의 핀은 938개이지만 메인보드 상의 핀 수는 940개다. 이는 예전에 나온 940핀 짜리 소켓 AM2+ CPU가 AM3 메인보드와 호환성을 가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AM2+와 AM3 CPU는 같은 모양의 소켓에 꽂아 쓰기 때문에 CPU의 형태도 거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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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AMD CPU들은 모양만 봐서는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참고로 AM2+와 AM3 규격의 CPU와 메인보드는 경우에 따라 호환이 될 때도, 혹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따라서 메인보드에 CPU를 장착하기 전에 메인보드와 CPU의 소켓 규격이 호환되는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다시 설명하겠다.

일반 등급 제품과 차별화되는 고급스러운 쿨러

CPU와 함께 동봉된 쿨러도 눈에 띈다. 일반 AMD CPU의 경우, 알루미늄 방열판에 냉각팬만 달린 평범한 쿨러를 제공하지만, 페넘II X6의 쿨러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일단 CPU와 접촉하는 베이스(Base) 부분이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성이 높은 구리 재질로 되어 있으며, 방열판도 일반 통 알루미늄이 아닌, 얇은 알루미늄판을 여러 개 조합한 형태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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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열 배출 성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대한 넓은 범위의 방열판 부분이 외부 공기와 접촉해야 한다. 페넘II X6의 쿨러처럼 얇은 방열판 여러 개를 사용하면 쿨러 전체의 크기를 불필요하게 키울 필요 없이 방열판의 공기 접촉 범위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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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재질의 베이스와 히트파이프를 갖췄으며, 방열판은 매우 얇은 알루미늄판 여러 개를 조합한 형태다

그리고 CPU 베이스에서 방열판 사이에 구리 재질의 히트파이프(Heat Pipe)를 갖춘 것도 일반 AMD CPU용 쿨러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히트파이프는 쉽게 말해 열이 쉽게 지나갈 수 있는 통로로서, 방열판 및 냉각팬과 조합하면 냉각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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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온도에 따라 팬 회전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4핀 전원 커넥터를 사용한다

냉각팬은 다른 AMD 쿨러와 같은 직경 65mm 규격의 제품이며, 냉각팬을 돌리기 위해 메인보드의 전원부와 연결하는 케이블 커넥터는 4핀 규격의 제품이다. 4핀 규격의 전원 커넥터는 팬 회전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CPU 온도가 높아지면 회전 속도를 올려 냉각성능을 높이며, CPU 온도가 낮아지면 회전 속도를 내려 소음을 줄일 수 있다.

구형 메인보드 사용자도 페넘II X6로 간단히 업그레이드 가능?

페넘II X6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켓 AM3 규격의 CPU다. 따라서 메인보드 역시 소켓 AM3 규격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AM3는 이전 버전인 AM2+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소켓 규격이다. 메인보드 장착 시, 같은 모양의 소켓에 꽂아서 쓰고, 내부 버스(Bus: PC 내부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통로) 또한 ‘하이퍼트랜스포트(HyperTransport) 3.0’이라는 같은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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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켓 AM2+와 소켓 AM3는 겉보기에는 똑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지원하는 메모리에 차이가 있다. AM2+ 규격은 DDR2를, AM3 규격은 DDR3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AMD 시스템은 CPU에서 메모리를 직접 컨트롤하기 때문에 메인보드와 CPU의 메모리 규격이 다르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DDR3 메모리 슬롯만 있는 AM3 메인보드에 DDR2 메모리만 사용 가능한 AM2+ CPU를 꽂으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하지만 페넘II X6는 소켓 AM3 규격의 CPU이면서도 내부적으로 DDR2와 DDR3 메모리 컨트롤러를 함께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DDR2 메모리만 꽂혀 있는 AM2+ 규격의 메인보드에 꽂아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AM2+ 규격의 메인보드는 2008년 즈음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AMD CPU를 탑재한 PC를 구매했다면 메인보드나 메모리의 교체 없이 페넘II X6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AM2+ 메인보드에 페넘II X6 CPU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구형 메인보드에 신형 CPU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켓 규격이 일치하는 것 외에도, 메인보드 내부의 바이오스(Bios)가 신형 CPU에 대한 지원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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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초기 화면에서 delete 키를 누르면 들어갈 수 있는 메인보드의 바이오스 설정메뉴.
운영체계와는 상관없이 메인보드 자체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다

바이오스란, 메인보드의 기본 동작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계와 상관없이 메인보드 자체의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다. 사후지원이 철저한 제조사의 메인보드라면 신형 CPU가 나올 때마다 새롭게 내용이 갱신된 바이오스가 제공되지만, 그렇지 않은 메인보드는 지속적인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현재 소켓 AM2+ 메인보드를 가진 사용자가 페넘II X6로 CPU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메인보드가 페넘II X6를 지원하는 바이오스로 업데이트가 가능한지 메인보드 제조사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메인보드에 직접 CPU를 장착해 보자

다음은 실제로 페넘II 6X를 메인보드에 장착해서 사용해 볼 차례다. 그리고 하는 김에 진짜로 구형 AM2+ 메인보드에 페넘II X6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도 살펴보자. 메인보드의 CPU 지원 여부는 해당 메인보드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2009년 1월에 출시된 AM2+ 규격의 구형 메인보드인 ‘아수스 M3N78-VM’에 페넘II X6 1055T를 꽂기 위해 아수스사의 고객지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리고 사이트 좌측 상단의 ‘고객지원’ 탭 하단에 있는 ‘CPU 지원’이라는 항목을 클릭한 뒤 M3N78-VM를 검색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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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보드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해당 메인보드의 지원 CPU 목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최신 바이오스의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그러자 해당 메인보드에서 지원하는 CPU의 목록이 출력되었다. 그 중에 ‘페넘II X6 1055T’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바이오스를 2010년 4월 30일에 나온 ‘1502’ 버전 이상으로 업데이트하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홈페이지의 자료실에서 해당 바이오스 및 바이오스 업데이트용 프로그램의 다운로드가 가능하니 이를 받아 설치, 업데이트를 실시하자. 만약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CPU를 꽂으면 PC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다음에는 CPU를 꽂을 차례다. 일단 CPU 소켓 한쪽에 달린 고정 레버를 당겨 풀어준 후, CPU를 꽂는 것이 먼저다. 소켓은 정사각형이지만, 핀의 배열을 자세히 보면 4개의 모서리 중에서 한 곳에만 핀의 배열이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소켓 표면과 CPU 바닥에 이 모서리 대한 강조 표시가 있으므로 이에 맞춰 CPU를 소켓에 꽂도록 하자, 만약 모서리에 있는 그 표시를 무시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CPU를 꽂으면 CPU의 핀이 휘거나 부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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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켓의 4개 모서리 중 한 곳에 표시가 되어있다. 이에 맞춰 CPU를 장착하자

CPU가 소켓에 잘 끼워진 것을 확인했으면 다음은 레버를 내려 CPU를 고정한다. 이제는 쿨러를 장착할 차례. CPU 소켓을 둘러싼 쿨러 고정틀 양쪽에 고정 홈이 있으니 이곳에 각각 쿨러 고정판을 끼운 뒤 쿨러의 고정 레버를 내리면 쿨러 장착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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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를 장착한 후, CPU 쿨러용 전원 커넥터를 꽂아주는 것을 잊지 말자

그 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쿨러의 전원 커넥터를 메인보드의 전원 핀에 꽂는 것이다. 메인보드 표면에는 CPU 쿨러용 전원 핀 외에 케이스 쿨러용 전원 핀도 있으니 헛갈리지 않기를 바란다. 일반적인 메인보드라면 기판 표면에 이 전원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시스템 등록정보와 작업 관리자에서 확인한 6코어의 위용

CPU 장착을 끝내고 PC에 전원을 넣어 윈도우를 부팅시켰다. 메인보드가 구형 AM2+ 규격이었지만 전원도 제대로 켜지고 부팅에도 이상이 없었다. CPU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메인보드 교체가 필수라는 기존의 상식은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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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스템 등록정보와 작업관리자(Ctrl + Alt + Delete)를 확인하니 총 6개의 CPU가 시스템에 장착된 것으로 표시된다. 예전에 싱글코어 CPU만 사용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 나름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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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7에는 시스템의 성능을 간략히 측정할 수 있는 ‘윈도우 체험지수’라는 기능이 있다. 기능이나 구조가 워낙 간단해서 100% 완벽한 하드웨어의 성능을 대변해준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윈도우 7의 사용자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므로 참고사항으로서의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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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 항목이 바로 CPU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인데, 페넘II X6 1055T의 경우, 7.4점으로 표시되었다. 최근 나오는 보급형 CPU는 5점대, 중급형 CPU는 6점대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니 페넘II X6 1055T의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합리성과 고성능의 만남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까지 AMD 페넘II X6의 대략적인 구성 및 사용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페넘II X6는 분명 AMD를 대표하는 고성능 CPU이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타사 제품들을 모두 압도할 만큼의 성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20만 원 근처의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표를 달았고, 구형 메인보드 사용자라도 추가적인 지출 없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합리적인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AMD 페넘II X6 시스템을 직접 구동해 보며 AMD에서 내세우고 있는 합리성과 고성능의 만남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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