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의 버튼으로 게임을 지배하는 게이밍 마우스 - 레이저 나가(Naga)

이기성 wlrl@itdonga.com

게이머를 위해 진화한 마우스

마우스는 우리가 컴퓨터를 하는 내내 가장 손길이 오래 머무는 주변기기다.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는 마우스가 차별화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필두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마우스 본연의 성능 향상은 물론 특화된 장점을 내세워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에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게이밍 마우스'다. 이미 다양한 게이밍 마우스가 등장해 나름의 영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 업체인 ‘레이저’가 신제품 '나가(Naga)'를 선보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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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단축키로 MMORPG를 보다 편하게

레이저 나가는 MMORPG를 비롯해 복잡한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을 위한 마우스다. 나가(Naga)란, '뱀'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모델명과 독특한 디자인 컨셉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또한 감도를 결정짓는 5,600dpi의 레이저센서를 갖추고 있으며, 반응 및 가속도와 연관이 있는 트래킹 스피드 역시 초당 200인치(한 번의 마우스 움직임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거리)에 달한다. 또한 1,000Hz 울트라폴링(응답률) 기술을 적용해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레이저 나가는 무엇보다 17개에 달하는 버튼 구성이 가장 큰 매력으로 기본 버튼 외에 키보드에 있는 숫자 패드를 마우스 한 켠에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키패드(3x4 배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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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나 각종 게임을 즐기다 보면 키보드의 다양한 키를 조합하는 전략적인 컨트롤이 필요하다. 빠르고 절묘한 컨트롤(단축키, 매크로 등)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상황에서 나가는 다양한 버튼의 조합으로 보다 손쉽게 승리를 이끌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준다.

마우스 조작 시 가장 자유로운 엄지손가락(오른손) 부분에 배치된 버튼은 조작 편리성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띄며, 버튼에 은은한 블루 LED를 적용해 시인성을 높인 부분도 마음에 든다. 초기 상태에서 17개의 버튼은 숫자 키(123)와 숫자 패드(Num 123)의 기능을 수행하며, 전용 드라이버 설치 후 마음대로 버튼의 기능을 설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게이밍 마우스가 갖춰야할 필수 요소를 빠짐없이 챙긴 모습이다.

게다가 레이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애드온(Addon: 추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워해머 온라인, 두 가지 게임에서 자신이 원하는 명령어(매크로, 단축키)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타 게임에 대한 지원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점차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레이저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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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실제로 체험해 본 17개 버튼의 실용성은?

그렇다면 평소에 즐겨하던 MMORPG에서 나가의 실용성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서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았다. 우선 WOW를 플레이하며 애드온 소프트웨어를 실행하여 매크로 값을 조합하니 하나의 버튼으로 상황에 맞춰 다양한 스킬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며 급박하게 진행되는 게임 상황에서, 엄지손가락에 위치한 버튼의 크기가 너무 작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느낌. ‘굳이 이걸 마우스에 지정해놓고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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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별도의 애드온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지 않는 리니지2의 경우, 게임상에 필요한 단축키를 마우스 설정을 바꿔 나름대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리니지2는 WOW와 달리 컨트롤 상황에서 키보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우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기서 나가는 17개의 버튼을 이용해 스킬을 구사하는 것보다 물약이나 보조 버프(능력 증가)를 이용하는데 편리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애드온 소프트웨어가 제공되지 않는 게임의 경우 모든 버튼을 전부 이용한다기보다, 욕심을 버리고 누르기 쉬운 버튼만 몇개 설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든다.

그리고 MMORPG에 특화됐다는 제조사의 설명과 달리, FPS 게임에서 각종 무기를 버튼에 설정하고 플레이를 할 경우 보다 수월하게 무기를 변경해 급박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또한 고해상도 레이저센서(5,600dpi)와 울트라폴링(1,000Hz) 기술이 MMORPG보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강조된 FPS 게임에서 오히려 제 역할을 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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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버튼이 추가된 까닭에 크기가 너무 커져서 잡기가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마우스와 크기에서 큰 차이는 없었으며, 오히려 인체공학적 디자인(다만, 오른손잡이에 한함) 덕분에 손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단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12개의 버튼이 추가된 엄지손가락 부분(좌측)에 일반적으로 자리했던 웹브라우저 앞/뒤 이동 버튼이 마우스의 왼쪽 클릭 버튼 쪽으로 옮겨갔다는 점. 따라서 사용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어느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또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설정한 기능키가 마우스 드라이버와 프로그램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어, 다른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때 버튼이 제멋대로 눌러져 매우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가의 왼쪽 버튼에 위치한 웹브라우저 앞/뒤 이동 버튼이 누르기 애매해서 기능을 서로 맞바꿨는데, 드라이버를 삭제하고 다른 마우스를 연결하니 맞바뀐 기능키가 그대로 적용돼 이를 되돌리기 위해 다시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또, 잠깐 언급했지만 많은 수의 버튼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좁은 공간에 버튼을 구성하다 보니 크기가 작아져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함인지 키패드에 부착하는 우레탄 패드(스티커)가 구성품에 포함되어 있으나, 이를 사용해도 별로 탐탁지 않았다.

레이저의 명성에 어울리는 게이밍 마우스

지금까지 디자인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레이저 나가를 살펴봤다. 이제 마우스 본연의 성능 부가 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레이저측은 5,600dpi를 지원하는 레이저센서가 유리는 물론 화강암, 카펫, 목재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바닥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인식률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별도의 마우스 패드 없이 여러가지 조건(천, 유리, 아크릴, 알루미늄 등)에서 마우스를 움직여보니, 인식률이 떨어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로 보아 인식률에 대한 설명이 허황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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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로파일 기능을 통해 게임 및 프로그램 별로 각각 기능키를 다르게 설정하여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실행을 감지해 자동으로 저장된 프로파일을 불러오는 기능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장점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중에 하나다.

이밖에 직물을 꼬아서 엮은 형태의 엉킴 방지 케이블을 채택해 사용자의 불편함을 줄인 점과 USB 단자를 금도금으로 처리해 안정성과 인식률을 높인 점은 익히 알려진 레이저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

이처럼 레이저 ‘나가’는 차별화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이밍 전용 마우스다. 여지껏 뛰어난 센서와 기술이 적용된 게이밍 마우스는 많았지만, 이토록 많은 버튼을 채택한 게이밍 마우스는 없었다.

물론 독특한 디자인과 버튼 구성에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프로파일 설정을 통해 게임과 프로그램마다 효과적인 컨트롤을 도와줄 이런 마우스도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글 / 이기성(wlrl@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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