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을 휴지통으로 치워라, 히타치 4TB 하드디스크

강일용 zero@itdonga.com

모 하드디스크(HDD)사의 전 CEO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요, 우리가 세상을 바꿀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쓸모없는 소프트웨어를 더 구매하고, 야동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을 만들 뿐입니다” (Let's face it, we're not changing the world. We're building a product that helps people buy more crap and watch porn)

이 발언에 많은 이들이 하드디스크의 본질을 이처럼 정확하게 꿰뚫은 말도 없을 것 같다며 동의한다. 수 많은 소프트웨어, 동영상을 저장하고자 더 많은 저장공간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저장장치 하드디스크의 참된 미덕이다. 실제로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마침내 4TB라는 막대한 용량을 갖춘 하드디스크도 등장하기에 이른다. 중견 하드디스크 제조사 히타치의 ‘HDS7240’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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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S7240은 4TB의 용량, 7,200RPM의 속도, 64MB의 버퍼 메모리를 갖췄다. (스펙표에 따르면) 용량을 제외하고 현재 시중에 시판중인 하드디스크들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셈. RPM이란 1분 동안 하드디스크 내의 기록장치(플래터)가 얼마나 회전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RPM이 높으면 높을수록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버퍼 메모리란 프로세서의 처리속도와 하드디스크가 데이터를 읽는 속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 탑재한 메모리다(참고로 프로세서 처리속도가 데이터를 읽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버퍼 메모리가 많을수록 병목현상은 줄어든다.

4TB 하드디스크를 설치했는데 용량은 왜 1.63TB?

자 이제 HDS7240을 직접 사용해볼 차례다. 먼저 PC 본체를 열고 HDS7240을 연결했다. 그리고 PC의 전원을 켰더니 당황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HDS7240의 용량이 1.63TB에 불과했다. 아니, 나머지 2TB는 대체 어디로 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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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HDS7240이 32비트 운영체제 또는 구형 바이오스를 탑재한 PC에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2.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이기 때문이다. 2.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는 EFI 바이오스와 64비트 운영체제를 탑재한 PC에서만 제대로 인식된다. 참고로 EFI 바이오스란 과거 텍스트 위주의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픽 위주의 인터페이스로 변경된 신형 바이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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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32비트 운영체제 및 구형 바이오스 사용자들이 2.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제조사가 2.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인식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히타치도 마찬가지다. 히타치의 홈페이지(http://www.paragon-software.com/hitachi/index.html)에 접속해 ‘Hitachi GPT Disk Manager(이하 디스크 매니저)’라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윈도 XP, 윈도 비스타(32비트), 윈도7(32비트) 운영체제에서도 HDS7240의 모든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디스크 관리 메뉴에 진입해 HDS7240를 GPT 디스크로 설정해야하는 점을 주의). 다만 부팅용(윈도가 설치된 메인 디스크)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데이터 저장용(보조 디스크)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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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용으로 사용한 PC는 윈도7 32비트 운영체제와 구형 바이오스를 탑재했다. 이를 해결코자 디스크 매니저를 설치하니, 4TB의 용량을 이상없이 모두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32비트 운영체제 또는 구형 바이오스 사용자도 HDS7240를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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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의 형식 MBR & GPT

구형 바이오스는 MBR이라는 디스크 형식을 사용한다. MBR은 그 구조적 한계 때문에 2TB까지만 인식한다. 반면 EFI 바이오스는 GPT라는 디스크 형식을 사용한다. GPT는 2TB 이상의 용량도 제대로 인식한다. 단, GPT는 64비트 운영체제부터 제대로 지원한다. 따라서 구형 바이오스 또는 32비트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2.2TB 이상의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인식시키기 위해 제조사가 제공하는 전용 하드디스크 인식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설치해야 한다.

4TB, 어디에 쓸 수 있나?

4TB, 참으로 높은 수치다. 2시간 30분짜리 풀HD 해상도 동영상의 용량이 보통 10GB 정도니, 이러한 동영상을 400개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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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용하던 하드디스크는 용량이 500GB에 달했음에도 언제나 저장공간이 모자랐다. 동영상 하나 더 저장하려고 해도 언제나 “파일이 너무 커서 대상 드라이브에 복사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보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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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HDS7240은 달랐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다. 500GB에 달하는 파일을 추가했음에도 HDS7240의 저장공간은 여전히 남아돌았다. 더 이상 파일을 지우지 않아도 되니 바탕화면의 휴지통을 휴지통으로 치워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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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팅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PC에 SSD를 설치하고, 여기에 저장공간을 확보하고자 HDS7240을 더했다. SSD 때문에 윈도를 고작 20초만에 부팅할 수 있었고 포토샵도 눈깜짝할 새에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HDS7240 때문에 용량은 매우 넉넉했다. 둘의 조합이 매우 좋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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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도 남부럽지 않아

SSD와 성능을 비교하는 것은 체급이 달라 불공정하지만, 체급이 같은 타사의 하드디스크와는 비교해도 된다. HDS7240과 1TB 용량, 7200RPM의 속도, 64MB의 버퍼 메모리를 갖춘 타사의 하드디스크 A, B를 비교했다. 그 결과, HDS7240은 용량뿐만 아니라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디스크 벤치마크 프로그램 ‘HD 튠’으로 평균 데이터 전송률(MB/s)과 접근 시간(access time)을 확인했다. 데이터 전송률이 높을수록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빨라지며, 접근 시간이 짧을수록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작업을 시작할 때 한층 민첩하게 반응한다.

먼저 데이터 전송률의 경우, HDS7240은 평균 132.5MB/s로 나타났다. 타사의 하드디스크 A는 88.1 MB/s, B는 114.8MB/s로 나타났다(A는 상당기간 사용한 제품이고 B는 새제품이다. 하드디스크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성능이 저하된다). 타사 하드디스크보다 상당히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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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시간의 경우 HDS7240은 15.5ms로 나타났다. 타사 하드디스크 A는 18.1ms, B는 13.2ms로 나타났다. 상당기간 사용한 제품보다는 빨랐지만 새 제품보다는 약간 느렸다. 그러나 이정도의 사소한(?) 차이를 사용자가 체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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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7.6GB의 파일을 복사해봤다. 그결과 HDS7240은 68초, A는 195초, B는 75초만에 파일 복사를 완료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용량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부족하고, 콘텐츠를 일일이 지우는 것도 이골이 난다. 보다 큰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원하는 이들에게 현재(2012년 8월 기준) 단일 용량으로 최대인 4TB 하드디스크가 어울린다. 물론 가격이 약 38만 원(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라 약간 비싼 감이 없잖아 있다. 그러나 1TB 하드디스크를 4개 구입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PC 내부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저장공간 부족에 아쉬움을 느끼거나 새로 PC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HDS7240에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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