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니어스랩 “한국의 자율비행 드론, 전 세계를 누빌 것”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풍력발전기의 점검, 유지, 보수 과정은 EBS의 인기 다큐 방송인 ‘극한직업’에 소개될 정도로 어렵고 위험천만하다. 아파트 20층 높이 터빈에 오른 뒤 공중에서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작업하는 광경은 얼핏 곡예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이제는 점차 옛일이 되고 있다. 드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비행 드론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니어스랩(Nearthlab)'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니어스랩의 '니어스윈드 프로2'로 교각을 점검하는 모습 / 출처=니어스랩
니어스랩의 '니어스윈드 프로2'로 교각을 점검하는 모습 / 출처=니어스랩

니어스랩의 ‘니어스윈드 프로2’는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드론으로 풍력발전기 터빈 점검 과정을 간소화한다. 작동 버튼만 누르면 터빈 주위를 알아서 비행하며 사진을 촬영한다. 현장에서 드론을 작동시킬 담당자는 있어야 하지만, 이전처럼 직접 터빈에 올라가는 수고는 덜 수 있다. 시간도 15분이면 끝날 정도로 짧다.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AI가 대신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니어스랩의 데이터 관리 플랫폼 ‘주머블(Zoomable)’로 보내면 딥러닝 AI가 부식, 균열 등을 찾아내 알려준다. 주머블은 터빈 외에도 각종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점검과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일부 고객사는 드론 없이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만을 시설물 관리에 활용 중이다.

데이터 관리 플랫폼 '주머블(Zoomable)' / 출처=니어스랩
데이터 관리 플랫폼 '주머블(Zoomable)' / 출처=니어스랩

니어스랩은 지난 2015년 최재혁 대표와 정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함께 설립했다. 두 사람은 한국과학영재고등학교부터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학·석사 과정까지를 함께 한 친구 사이다. 졸업 후 최재혁 대표는 두산중공업에서 원자력 발전소 운용 소프트웨어를, 정영석 CTO는 인공위성 제조사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 자세 제어 소프트웨어를 만들다 다시 뭉쳐 니어스랩을 창업했다.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오른쪽)과 정영석 CTO(왼쪽) / 출처=니어스랩
니어스랩 최재혁 대표(오른쪽)과 정영석 CTO(왼쪽) / 출처=니어스랩

아직 드론이 생소하던 시기, 다른 이들이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드론을 바라볼 때 두 사람은 드론을 인공위성과 같은 데이터 수집 도구로 바라봤다. 니어스랩(Nearthlab)이라는 사명에도 ‘지구 가까이서 (Near Earth)’ 관찰할 수 있는 드론의 특성을 담았다.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드론은 지멘스가메사, 비피(bp), 제너럴 일렉트릭(GE),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 기업들과 손잡고 25개 국가의 발전 현장을 누렸다. 매출의 8할이 해외에서 나올 만큼 이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풍력발전기 외에도 태양광 패널, 교량, 댐, 통신탑 등 각종 인프라 점검에도 활용된다.

니어스랩은 경쟁사와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자율비행 기술력을 든다. 황인욱 니어스랩 전략부문이사는 “라이다(LiDAR) 센서를 기반으로 자율비행을 구현한 기업들도 많이 있지만, 니어스랩은 카메라만으로도 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비전 AI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크고 비싸고 무거운 라이다 기반 기술과는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게 니어스랩 측의 설명이다.

황인욱 니어스랩 전략부문이사가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AiDEN)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황인욱 니어스랩 전략부문이사가 니어스랩의 자율비행 드론 에이든(AiDEN)을 소개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최근에는 상용 드론에 앱만 깔면 자율비행 드론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 ‘니어스윈드 모바일’도 선보였다. 현장에 담당 직원이나 드론 조종사를 파견하기 어려운 산간, 해상 등의 풍력 발전 현장에서도 손쉽게 자율비행 드론 솔루션 운용이 가능하다.

니어스랩은 재생에너지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대표적인 분야가 방산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국산화해 자체 제작한 드론이 ‘에이든(AiDEN)’이다. 2kg에 불과한 경량 드론에 기술력을 응집해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에이든은 군경의 정찰, 순찰 등 임무에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자율비행 드론이다 / 출처=IT동아
에이든은 군경의 정찰, 순찰 등 임무에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자율비행 드론이다 / 출처=IT동아

군에서 정찰용으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 순찰용 공공 안전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누적 300억 원 투자를 이끌어내며 일찌감치 주목받은 니어스랩이 최근 방산 분야 유망 기업으로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해 5월에는 대전국방벤처센터의 협약 기업에, 10월에는 방위사업청의 ‘방산혁신기업 100’에 이름을 올렸다.

니어스랩은 지난해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으로 방위산업 강국이자 혁신 스타트업의 산실인 이스라엘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기회도 얻었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스케일업 기회를 제공하는 ‘2023 K-스타트업 센터(KSC)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서울창경은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담당 주관기관을 맡았다. 황인욱 이사는 “서울창경의 지원으로 현지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현지의 드론 및 대드론(Anti-Drone), 드론 스테이션, 방산 AI 분야 업체 등 관련 기업들과 미팅하며 첨단 기술 동향 파악, 비즈니스 개발과 판매처 확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역량을 모두 갖춘 니어스랩은 앞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드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황인욱 이사는 “단순히 국내에서만 인정받는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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