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테크 시대가 온다] 6. 마인드상태 인식, 알 수 없는 마음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연재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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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산업과 기술, 그 운명적 만남 - https://it.donga.com/103661/

명상테크, 스스로하는 마인드 케어 - https://it.donga.com/103664/

상담테크, 치유의 동반자 - https://it.donga.com/103715/

슬립테크, 마음의 휴식을 위한 수면 - https://it.donga.com/104082/

마음 상태 인식, 알 수 없는 마음

마인드테크의 기술

마인드테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앞선 명상, 상담, 슬립 테크 등에 대한 글에서는 마음 케어를 위한 활동으로, 명상과 상담, 수면을 돕는 기술과 관련 제품, 서비스를 살펴봤다. 여기서는 이런 마음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알아본다.

마음 상태 인식 기술을 설명하려면,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필자는 '마음이란 감정과 생각, 갈망으로 이루어진 무엇이다'라고 멋지게 쓰고 싶지만, 마음이라는 주제는 수많은 이들, 그러니까 철학자, 심리학자, 종교인 등이 오랜 시간, 그리고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주제가 아닌가. 이 짧은 글에서 마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기에는 지면뿐 아니라 필자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라 바로 주제로 들어간다.

출처=아마존
출처=아마존

마음상태 인식을 돕는 기술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뇌의 신호를 이용하여 개인의 의식 상태를 해독하는 영역과 심박수, 호흡 등을 통해 심리적 상태를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자기공명영상(fMRI), 뇌파검사(EEG)와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등 뇌와 관련된 기술이다. 후자는 신체 신호를 인지하여 인공지능과 머신러닝과 같은 기술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의 생리적 상태를 인지하고 제어하여 스트레스를 관리, 이완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영역 외에 인지심리학이나 행동 실험, 유전학 등과 같은 마음상태 인식 방법도 있다.

이 글의 주제는 마음상태 인식 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다. 사람과 사람 의식의 본질을 연구하는 뇌과학이나 유전학, 그리고 인지 심리학이나 행동 실험 및 치료 등은 필자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제외했다.

마음을 상태를 인식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제임스는 공황장애가 있다. 외출을 꺼리는 이유다. 얼마 전에는 횡단보도 앞에서 공황에 빠졌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횡단보도를 무표정한 얼굴로 물밀듯 건너는 사람들을 보며 갑작스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신호등 기둥을 오른손으로 잡고 온몸을 기댔다. 이마에서 시작된 식은땀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쿵쾅거리며 거칠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무표정한 사람들 속, 몇몇이 흘깃흘깃 눈길을 주며 제임스를 스쳐 지나갔다. 끝도 없는 시간이었다.

얕은 숨을 겨우 쉬며 마음 속으로 숫자를 세며 호흡에 집중했다. 얼마 전 배운 호흡 명상이었다. 제임스는 몇 분간 호흡에 집중한 후에야 겨우 공황에서 빠져나왔다. 제임스의 입에서 얕은 한숨이 나왔다. 신호등이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무표정한 사람들이 눈을 흘깃 거리며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제임스와 같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4%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약 55%이상 증가했다. 미국 인구의 약 2~3%의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메디털옵저버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13만 8736명에서 2021년 20만 540명으로 6만 1804명(44.5%)이 증가했다. 연평균 9.6%에 이르는 증가율이다. 성별 기준으로는 남성보다 여성 증가율이 다소 높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전체 환자의 23.4%(4만 924명)로 가장 많았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성인에게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와 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이 발현되면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 100% 예방할 방법이 없는 이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전문들은 충분한 휴식과 카페인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유한다.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황장애는 마음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심한 두려움이 몰고 오는 불안이 유발하는 장애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마인드 케어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미 장애를 경험한 이들을 위해서는 장애가 발생한 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마음상태 인식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마음상태 인식은 갑자기 일어나는 공황뿐 아니라, 치료 혹은 상담자의 치유 활동, 마케팅 등의 기업 활동과 공공 서비스 영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음상태 인식 활용 사례

마음상태 인식은 정신건강 및 치유, 교육 및 과학,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정신건강 및 치료: 사람의 감정 상태, 분노와 스트레스 변화를 인식하는 기능은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공황장애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게 도울 뿐 아니라, 일상적인 감정 및 스트레스를 관리하여 일상의 삶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도록 만든다.

'Sensely', 'Woebot', 'Babylon' 등의 글로벌 서비스와 국내 '토닥이'와 같은 정신건강 앱이 대표적이다. Sensely, Woebot, Bbaylon 등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정 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감정 상태를 인지할 수 있는 평가 문항을 제공하며, 의사 및 이용자에게 쉬운 인공지능 자연어처리 챗봇 인터페이스도 특징이다. 토닥이는 강남 세브란스 병원과 에프엔아이가 개발한 모바일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봇이 질문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다만 이들 서비스는 주로 자연어 처리 챗봇과 대화하며 상태를 인지하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 대화가 아니라 심장박동, 호흡 등을 모니터링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없을까? 물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이 그러하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는 라이프로그를 모니터링하고 기록한다. 라이프로그에는 심장박동 등의 생체신호도 포함된다. 이런 기기를 통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Feel Therapeutics 사의 'Feel'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5개의 센서를 사용해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한다. 분석결과는 모니터링 앱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감정을 기록하고 관리하며 올바른 인지 행동을 할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출처=Feel 홈페이지
출처=Feel 홈페이지

'리셋(reSET)'은 대표적인 인지행동 치료 앱이다. 이 앱은 2017년에 알콜,대마, 코카인 등 중독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최초로 FDA 신약 허가를 받았다. 이 앱은 불안장애, 공황장애, 약물중독 등 인지행동 치료와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한 질환을 관리하는 용도로도 주목 받았다. 하지만 리셋을 개발한 페어테라퓨틱스는 올해 누적적자로 인해 파산신청을 했다. 기업가치 2조 원에서 700억 원 대로 곤두박질을 쳤다. (https://medigatenews.com)

명상 : 웨어러블 도구인 '뮤즈', '스파이어스톤'은 뇌파와 호흡을 측정하여 명상 몰입도를 키우는 제품이다. 뮤즈는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InteraXon가 개발했다.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변환된 신호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전송해 명상 상태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최초의 기기다. 뇌전도(EEG, Electroencephalography) 기술을 사용한 장치로, 뇌 활동, 심박수, 호흡 및 신체운동 등의 신호를 처리하여 명상 수행 간에 정신활동을 해석하고 일관된 명상 행위에 도움을 준다.

출처=뮤즈 홈페이지
출처=뮤즈 홈페이지

스파이어스톤은 호흡추적기다. 포브스는 이 제품을 'The Fitbit for your mind(마음 케어용 핏빗)'이라고 표현했다. 이 제품을 몸에 착용하면 하루 종일 호흡 패턴을 측정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알려 준다. 사람의 마음은 호흡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마음 속 분노와 같은 강한 감정이 일어난 것이다. 스파이어스톤이 거친 호흡을 감지하면 부드러운 알림을 보내준다. 알림을 받는 순간 나의 현재 마음을 돌아볼 수 있으며,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2차적인 문제를 예방하도록 돕는다.

출처=아마존
출처=아마존

가상현실 기반 심리치유 : 가상현실 치료는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더 잘 탐색할 수 있도록 몰입형 환경을 제공한다. 이 기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소공포증, 불안 및 물질 사용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상태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현실 세계에서 수행되는 기존 노출 치료보다 유연하고 접근하기 쉽다.

증상 개선 효과도 있다. 이런 치료 장비는 마음상태를 인지하기 위한 센서를 사용해 바이오 신호를 측정한다. 바이오 신호는 치료의 효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그 시점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출처=GPS 클리닉
출처=GPS 클리닉

목소리로 질병을 알아 낸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바이오마커로서의 음성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목소리는 기분을 드러낸다. 목소리의 높낮이, 속도와 리듬, 크기 등은 기분을 예측하는 변수로 활용된다.

목소리를 분석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목소리로 조울증, ADHD, 뇌손상과 같은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 뇌손상이 있는 환자의 억양과 발음에서 질병의 예후를 찾을 수 있다. 가벼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목소리를 분석해서 인바운드 콜센터에 적용하면 어떨까? 분노의 감정이 폭발물처럼 터지기 전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의료 영역에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려면 임상실험이 꼭 필요하며, 미국 FDA와 같은 규제당국의 승인도 필수다. 아직은 연구단계에 있는 이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인간의 질병뿐 아니라 사회 안전, 마케팅 등의 영역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마음상태 인식

안정적인 마음상태 유지는 사회적 관계, 개인의 성취,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복잡한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 과거 부정적인 경험에서 오는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적 두려움, 불안, 공황 등은 예방, 치유와 관리가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제까지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방, 치유와 관리는 어렵다.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괜히 짜증이 나서 여기저기 투덜거리며 타인에게 예민하게 굴면서도 내가 그런 상태에 있는지, 왜 그런지도 모를 수 있다.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사건, 사고, 상황이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런 심리 상태가 누적되면 심리적 불안증, 공황증, 우울증에 이르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그때야 겨우 치유를 위해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는다. 전문가는 각종 심리상담 설문지와 대화를 통해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치유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람이 자신의 마음상태를 인지하고 불안이나 우울, 공황 등의 상태에 2차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상담자가 내담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필자는 이런 기기와 서비스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리라 예상한다.

물론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을 받았던 리셋 개발사는 파산 상태가 됐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막겠는가.

글 / 베러마인드 대표 최예신

대기업 임원 재직 중, 열흘 간의 묵언명상으로 인생 방향을 바꾼 사람. 명상 에세이 <방석위의 열흘> 저자, 세종대학교 빅데이터MBA 겸임교수, 명상심리상담사, 감정코치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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