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사진에 영화, 음악까지…인공지능 예술계 강타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이 세계 예술 업계를 강타했다.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과 사진이 세계 유수의 공모전에서 수위를 차지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예술 창작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인공지능을 가르칠 때 쓴 그림과 사진의 저작권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어 인공지능이 만든 영화 대본,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배우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영화에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이어진다. 기술 업계는 인공지능이 예술 업계에 긍정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면서, 무조건 인공지능을 배척하기보다는 상생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인공지능 생성 그림과 사진 / 출처=제이슨 M. 앨런 트위터(왼쪽), 보리스 엘닥센(오른쪽)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인공지능 생성 그림과 사진 / 출처=제이슨 M. 앨런 트위터(왼쪽), 보리스 엘닥센(오른쪽)

2022년 미국에서 열린 한 그림 공모전에서 게임 디자이너가 인공지능으로 만든 그림이 1등에 오르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2023년에는 세계 규모의 사진 공모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부문 1위 수상자가 ‘사실 이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히며 수상 자격을 반납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 상을 받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오로지 사람만 가능하다고 여기던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은 사례가 나와서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더 좋아지면서 파고는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림, 사진에 이어 영화, 음악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올해 63년만에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미국 작가 수만 명이 가입한 ‘미국작가조합’이 처우 개선, 인공지능의 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을 영화 산업계에 요구하며 벌인 것이다. 일부 배우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생성 인공지능이 방송과 영화의 대본을 대신 쓸 경우, 배우들의 연기를 대신할 경우 심각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LA 파라마운트 픽쳐스 앞에서 열린 미국 작가노조의 피켓 시위 모습 / 출처=셔터스톡
미국 LA 파라마운트 픽쳐스 앞에서 열린 미국 작가노조의 피켓 시위 모습 / 출처=셔터스톡

약 5개월 간의 파업 끝에 미국작가조합은 영화 산업계와 합의하며 파업을 마쳤다. 합의안에는 생성 인공지능을 가르칠 때 기존 작가들의 대본을 사용할 것, 여기에 따른 보상을 제공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이 기존 작가의 대본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 작가가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각색할 경우 작가에게 저작권을 주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배우들의 파업은 이어진다. 아직 인공지능 배우의 인정과 활용 범위가 논의되지 않은 탓이다.

인공지능이 예술 업계에 긍정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최근 영국 밴드 비틀즈(Beatles)는 신곡 ‘Now and Then’을 공개했다.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은 이 곡을 1977년 작곡해서 초안을 데모 테이프에 녹음했다. 하지만, 미처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비틀즈의 멤버들은 데모 테이프를 분석해서 이 곡을 완성하려 했으나, 음향 기술의 한계로 존 레논의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를 분리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비틀즈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만든 신곡 Now and Then 곡 사진 / 출처=비틀즈 유튜브 채널
비틀즈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만든 신곡 Now and Then 곡 사진 / 출처=비틀즈 유튜브 채널

비틀즈를 도운 것은 2022년 영화 제작자 피터 잭슨이 만든 인공지능 오디오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 알고리듬으로 데모 테이프에서 존 레존의 목소리만 추출, 선명하게 변환했다. 이를 토대로 나머지 비틀즈 멤버들이 곡을 완성해 온오프라인 채널에 공개했다.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는 이번 신곡을 인위의 것을 일절 넣지 않고 원 상태 그대로 복원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예술 업계에 꾸준히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기술 업계는 인공지능의 좋은 기능을 강화, 예술과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만큼, 배척하기보다는 적극 도입 후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함께다. 고빈드 발라크리쉬난(Govind Balakrishnan) 어도비 익스프레스 및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은 “인공지능 혁신은 창작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지원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디자인, 영상과 오디오 등 여러 부문에서 활약할 인공지능을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예술 관련 기업은 인공지능을 적극 도입, 부작용을 줄이고 상승 효과를 내려는 연구에 들어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인공지능을 콘텐츠 제작과 관리 기술에 활용하려고 투자 중이다.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만든 사진을 구분하는 기술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했다. 사진 판매 기업 셔터스톡은 소비자들이 원한다며 인공지능 사진 생성 도구를 정식 도입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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