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차단기에 칼 빼든 유튜브…EU 개인정보법 위반 논란도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유튜브가 광고 차단기 사용에 제동을 거는 정책을 전면 시행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달 중순부터 광고 차단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광고 차단기를 사용 중인 이용자에게 “광고 차단기는 유튜브 이용 약관을 위반한다”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광고를 허용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것을 권하는 화면을 표시한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광고 차단기는 인터넷에 표시되는 광고를 가려주는 앱 혹은 웹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말한다. 유튜브가 광고 차단기에 칼을 빼들고 나선 건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실제 유튜브의 광고 매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광고 수익 감소세가 이어지자 지난 6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광고 차단 조치를 시험했었다. 당시에는 광고 차단기 사용이 감지되면 영상 3개 재생 이후 재생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더불어 올해 7월에는 미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요금도 인상했다.

유튜브는 대변인을 통해 광고 차단기 이용이 유튜브 약관을 위반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광고 수익이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광고 차단기 이용으로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 콘텐츠 창작자들의 수익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뿐만 아니라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광고 차단기로 인한 수익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고를 노출하는 대신 무료로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광고 수익을 잃게 되면 사업을 유지할 동력이 없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광고 차단기를 법적으로 제지할 근거가 없어 대부분 유튜브처럼 자체 이용약관을 근거로 이용을 막거나, 이용 자제를 호소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광고 차단기 이용자에게 뜨는 화면 / 출처=유튜브
광고 차단기 이용자에게 뜨는 화면 / 출처=유튜브

유튜브의 광고 차단기 단속은 일단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광고 차단기인 애드가드는 일 6000건 정도였던 삭제 건수가 지난달 9일부터 말일까지 평균 1만 1000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때는 하루에만 5만 2000건을 넘기기도 했다. 고스터리도 지난달 들어 일일 평균 삭제 건수가 3배에서 5배가량 치솟았으며, 90% 이상이 유튜브의 조치를 삭제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유튜브의 광고 차단기 정책을 우회할 수 있는 광고 차단기들은 오히려 설치 건수와 이용자가 느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유튜브 광고를 빨리 감기 형식으로 넘겨주는 확장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애드가드 또한 무료 버전의 삭제 건수는 늘었지만, 유튜브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료 서비스 또한 구독자는 되레 늘었다.

유튜브의 이같은 조치가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 운동가인 알렉산더 한프(Alexander Hanff)는 지난달 아일랜드 데이터 보호 위원회에 유튜브가 EU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한프는 유럽 데이터 보호 위원회(European Data Protection Board)의 고문이기도 하다.

한프는 유튜브가 광고 차단기 사용 여부를 감지하기 위해 기기의 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EU 개인정보보호법의 데이터 보호 관련 별도 지침(ePrivacy Directive)에 따르면 단말기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명시적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디지털 권리 활동가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패트릭 브레이어(Patrick Breyer) 또한 EU 집행위원회에 유튜브의 이번 조치가 적법한지 검토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