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단면 4TB 달성한 삼성 990 프로, 문제는 냉각된 시장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NVMe SSD는 메인보드의 내부 통신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의 높은 대역폭을 활용하는 저장 장치로, 기존 데이터 통신 규격인 SATA3 방식의 SSD보다도 십수 배 높은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NVMe는 읽기 및 쓰기 속도가 초당 수천 MB에 달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고 수명도 길어서 지금은 데스크톱과 노트북 모두 NVMe를 기본 탑재한다.

하지만 NVMe의 M.2 규격 칩셋이 너무 작아서 저장 공간의 한계가 명백하다. NVMe는 자료의 처리 순서를 정하는 컨트롤러와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디램, 그리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휘발성 메모리(이하 낸드 플래시)로 구성된다. 제조사들은 메모리를 적층으로 쌓거나, 집적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용량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4TB가 한계다. 최대 20TB까지 저장할 수 있는 HDD에 비하면 용량이 상당히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기존 990 프로 시리즈 NVMe 제품군에 4TB 용량을 추가했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기존 990 프로 시리즈 NVMe 제품군에 4TB 용량을 추가했다 / 출처=삼성전자

그래서 NVMe 중에는 낸드 플래시를 양 옆과 위아래에 차곡차곡 배치해 용량을 늘린 제품도 있다. 이렇게 하면 최신 공정의 단면 장치보다 용량이 두 배, 최대 네 배까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작년 말 출시된 커세어의 8TB NVMe도 기판에 1TB 낸드 여덟 개를 집약한 구성의 제품이다. 메모리를 과도하게 탑재하면 발열 해소가 안돼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공간도 더 차지하기 때문에 노트북 등에서는 장착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삼성전자, 두 개 낸드로 4TB 실현한 990 프로 출시

지난 9월 7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삼성 SSD 990 프로 시리즈의 4TB는 두 개의 낸드 플래시만으로 4TB를 구현한 고용량 NVMe다. 990 프로 4TB는 피시아이익스프레스 4.0 기반의 저장 장치로, 최대 초당 7450MB의 읽기 속도와 6900MB의 쓰기 속도를 제공한다. 작년 10월에 1TB와 2TB 제품이 출시됐는데, 여기서 낸드의 개수를 늘리는 게 아닌 최신 공정으로 낸드 플래시의 집적도를 끌어올렸다. 히트싱크가 없는 모델을 사용하면 슬림형 노트북에도 4TB를 적용할 수 있고, 히트싱크가 있는 모델도 하단까지 발열을 해소할 필요가 없어서 안정적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두 개의 낸드 플래시만으로 4TB 용량을 실현했다 / 출처=삼성전자
두 개의 낸드 플래시만으로 4TB 용량을 실현했다 / 출처=삼성전자

또한 SSD의 수명인 TBW(TeraByte Written)가 2TB는 1200TB였으나, 4TB는 2400TB로 크게 늘었다. 하루에 100GB씩 쓴다고 환산하면 약 6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보증 기간인 5년이면 하루에 1.28TB씩을 써도 된다. 가격은 방열판이 없는 제품이 344.99달러, 방열판 장착 제품이 354.99달러로 각각 46~47만 원대다. 똑같이 단면 4TB인데 699달러인 WD 블랙 SN850X보다 20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

문제는 냉각된 시장··· 돌파구 마련할까?

낸드 플래시 주요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고용량 낸드 플래시를 상품화하면서 앞으로 SSD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 용량이 높아졌다는 말은 그만큼 기술이 발전했다는 의미인데, 동일한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용량의 낸드 플래시를 제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상품성은 높아지고, 생산 단가는 떨어지기 때문에 제품 전반의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2019년에 20만 원대였던 1TB NVMe가 지금은 6만 원대까지 떨어진 이유가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SSD 가격은 몇 달째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새 공정 기반의 SSD를 공개한 만큼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 / 출처=다나와
SSD 가격은 몇 달째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새 공정 기반의 SSD를 공개한 만큼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 / 출처=다나와

하지만 시장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다. 올해 들어 반도체 공급이 초과해 디램과 SSD의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으며, 2023년 8월 기준으로 매주 최저가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나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SATA3 500GB의 경우 한 달 만에 13%가 빠졌으며, NVMe 500GB는 22.99%나 빠진 상황이다. NVMe 1TB 역시 5.85% 빠지면서 평균 12만 20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반적인 SSD 가격 자체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 가격 하락 요인이 더해진 셈이니 용량이 낮은 제품일수록 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삼성 990 프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 조정을 충분히 하고 출시된 제품이다. 동일한 성능의 WD 제품과 비교해 20만 원 가까이 가격을 내렸을 정도지만,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NVMe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조금 더 가격이 하락할지 지켜보거나, 단면 메모리인지 양면 메모리인지 구분하고 구매해야 하는 시점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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