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계륵’ OLED TV, 나오긴 했는데…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서는 경쟁자들이라도 간혹 손을 잡고 협력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국내 가전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가 그러하다. 참고로 이들 두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TV 시장이다. 특히 가격이 높은 고성능 제품을 투입하는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 두 업체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데, 이는 곧 QLED TV 진영과 OLED TV 진영의 패러다임 싸움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SC90’ 83인치 TV  / 출처=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SC90’ 83인치 TV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프리미엄급 TV 시장의 주력은 QLED 패널 기반의 제품이다. 이는 액정 패널에 백라이트(후방조명)을 조합하고 여기에 퀀텀닷(양자점)을 더해 컬러 표현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기존의 LCD와 유사하다. 본래 QD-LCD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했지만, 삼성전자에서 'QLED'라는 브랜드명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이 명칭이 일반화되었다.

반면, LG전자 프리미엄급 TV는 OLED 패널 기반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OLED는 자체 발광이 가능한 유기발광다이오드를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LCD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응답속도나 시야각, 명암비 등 상당수의 화질 관련 사양에서 LCD보다 유리한 특성을 가진다.

다만, 삼성전자의 QLED는 LCD를 최대한 발전시킨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LCD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했으며, 생산성이나 비용 면에서도 OLED 대비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OLED TV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번인(Burn-in) 현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역시 QLED TV의 장점으로 꼽힌다. 번인은 동일한 이미지를 장시간 표시했을 때 해당 장면이 화면에 영구적으로 새겨지듯 남는 현상을 뜻한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의 번인 우려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며, 반대로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가 기존 LCD TV의 개량형에 불과하다는 점과 자사 OLED TV의 화질적 우위를 앞세워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다만, QLED TV와 OLED TV 경쟁구도가 본격화된 지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글로벌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 OLED 진영이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제조사들도 OLED TV를 자사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제품을 제조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서 삼성전자는 미니 LED기술을 더해 기존 QLED의 화질을 한층 개선한 ‘네오 QLED(Neo QLED)’ 제품군을 202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외면했던 OLED TV 역시 자사 제품군에 추가했다. 다만, 문제는 삼성전자에 TV용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대형 TV용 OLED 패널을 원활하게 수급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23년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양산하는 TV용 OLED 패널(QD-OLED)은 77인치가 최대 크기다. 하지만 TV의 대형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적군’인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대형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곧 현실이 되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8월 출시한 83인치형 TV인 ‘SC90’은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WOLED)을 탑재한 제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분명 자사의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OLED TV의 홍보에 아주 큰 정성을 쏟고 있지는 않다. 각종 보도자료나 광고 역시 여전히 네오 QLED가 자사의 대표급 프리미엄급 TV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OLED TV에 대한 언급은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 SC90 홍보 카탈로그에는 ‘삼성의 기술로 완성했다’는 문구가 실렸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SC90 홍보 카탈로그에는 ‘삼성의 기술로 완성했다’는 문구가 실렸다 / 출처=삼성전자

OLED TV 제품을 소개한 카탈로그에서도 ‘삼성이 직접 만든’이 아닌 ‘삼성의 기술로 완성한 OLED 디스플레이’라는 다소 애매한 문구를 앞세우고 있는 등, 홍보면에서도 다소 어중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달 1일 독일의 메세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IFA 2023’에서 삼성전자는 OLED TV를 포함한 자사의 다양한 TV 제품군을 전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막 당일, 갑자기 83인치형 삼성 OLED TV는 전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제품 이상으로 전시가 취소되었다고 삼성전자측은 해명했지만, 삼성 OLED 패널을 탑재한 77인치형, 65인치형 제품 등은 멀쩡히 전시를 이어갔다. 그리고 삼성전자 TV 부스의 주역은 여전히 네오 QLED 제품군이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IFA 2023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네오 QLED 제품군을 앞세웠다 / 출처=삼성전자
최근 독일에서 열린 IFA 2023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네오 QLED 제품군을 앞세웠다 / 출처=삼성전자

진짜로 제품 이상 때문인지, 아니면 LG의 패널을 탑재한 자사의 OLED TV가 주목받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떤 이유이건 현재 삼성전자 입장에서 OLED TV는 아주 사랑스럽진 않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계륵’ 같은 물건임이 분명하다.

다만 삼성전자의 이런 애매한 태도가 앞으로는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시장이 원한다면 삼성전자 역시 O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1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6.7%에서 올해 46.1%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향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 패널의 생산라인이 안정화되고 수율(투입 수 대비 완성된 양품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LG패널이 아닌 삼성 패널을 탑재한 83인치 이상의 삼성전자 OLED TV 역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조만간 ‘프리미엄 TV는 역시 OLED’라고 광고하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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