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의 달라진 글로벌 위상, K-대체푸드가 열풍 이어 받는다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제임스 비어드상은 ‘요리계의 오스카’로 불릴 만큼 미국 요리계의 최고 영예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 6월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인 셰프가 ‘뉴욕주 최우수 요리사’ 부문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올해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도 채식 요리책 부문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쓴 한식 채식 요리책이 수상하기도 했다. 인기 TV쇼 '아이언셰프'를 넷플릭스에서 리부트한 ‘아이언셰프: 레전드에 도전하라’에서도 한국계 셰프 에스더 최가 최후 1인으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최근 몇년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식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콘텐츠를 필두로 한 한국 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 한국계 스타 셰프들이 미디어에서 활약하며 한식에 대한 거리감을 좁힌 결과가 결실을 맺는 형국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꼭 한식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식 핫도그, 토스트, 치킨처럼 본류가 한국이 아닌 음식이라도 ‘한국식’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관심이 남달라진다. 한국 음식 문화 전반, 이른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마치 흥행 보증 수표처럼 인식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우리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113억 6000만 달러(14조 원)를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식품 업계도 이런 K-푸드 열풍을 올라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체식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해외는 대체식품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크고, 대체식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인지도 면에서도 상황이 나은 데다, K-푸드 열풍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성 대체식품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해 2025년까지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앞세워 목표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 출처=CJ제일제당

‘베러미트’라는 브랜드로 대체육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600만 달러(약 76억 원)를 출자해 미국에 대체육 전문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한 바 있다. 미국 법인을 교두보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풀무원도 지난 2020년 미국 법인을 통해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드’를 선보이며 대체육 본고장을 공략 중이다. 올해 3월에는 고추장 소스를 활용한 대체육 스테이크와 한국식 고추 양념을 더한 두부, 식물성 불고기 볶음밥 등 K-푸드 특색을 살린 제품들로 좋은 반응을 얻어 현지 대형 리테일 유통채널에 입성했다.

풀무원USA가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자연식품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들에게 풀무원의 식물성 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풀무원
풀무원USA가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자연식품박람회'에서 현지 바이어들에게 풀무원의 식물성 식품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풀무원

풀무원 측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미국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대체육 등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식물성 지향 식품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체식품 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다. 대체식품 스타트업 HN노바텍은 지난달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로 만든 대체육 향미 소재인 ‘ACOM-S’와 이를 활용한 식물성 건강 간식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과 바이어들 눈길을 끌었다.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서 해외 바이어가 HN노바텍의 대체육 향미 소재인 'ACOM-S'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HN노바텍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서 해외 바이어가 HN노바텍의 대체육 향미 소재인 'ACOM-S' 설명을 듣고 있다. 제공=HN노바텍

HN노바텍은 특히 미역을 육포처럼 만든 ‘곽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해조류를 먹지 않던 문화권에서도 K-콘텐츠와 K-푸드 열풍으로 김 등의 해조류를 건강 간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덕분이다.

HN노바텍 관계자는 “최근 독일시장에서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으며, 김스낵, 떡볶이 등 한국 간식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시장에 간편 간식으로 곽포를 출시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역을 육포와 같은 간식 형태로 만든 대체식품인 '곽포'. 제공=HN노바텍
미역을 육포와 같은 간식 형태로 만든 대체식품인 '곽포'. 제공=HN노바텍

소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ACOM-S’는 미역, 다시마에서 고기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해 만든 향미 소재로, 기존 대체육의 풍미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소재다. 이번 독일 전시에서도 6개 기업이 협업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국제 식품전시회(JFEX)에서도 ACOM-S 구매 및 협업 문의가 이어졌다고 HN노바텍 측은 밝혔다. 모 글로벌 식품전문기업도 현재 HN노바텍과 ACOM-S 납품 건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태국 소재 글로벌 식품기업도 ACOM-S 소재에 관심을 갖고 상호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HN노바텍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HN노바텍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HN노바텍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제공=HN노바텍

HN노바텍 김양희 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대체식품 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혁신 소재와 제품을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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