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1억 5,000만 화소 디카 vs 2억 화소 스마트폰

[IT동아 차주경 기자] 고급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 ‘페이즈원(Phase One)’은 6월 28일(현지시각) 중형 디지털 카메라 신제품 ‘XC’를 공개했습니다. 카메라 일체형으로 설계된 '로덴스톡 HR 디가론 S 23mm F5.6(Rodenstock HR Digaron-S 23mm F5.6)'렌즈에 1억 5,000만 화소 중형 규격(53.4 x 40mm)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디지털 백 'IQ4 150MP'를 연결해서 쓰는 ‘렌즈 일체형 중형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이 제품은 건축과 풍경, 산악과 생태 등 상업 사진을 찍는데 씁니다. 기존 중형 디지털 카메라보다 본체 부피가 작고 가벼워 스냅 촬영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가격은 6만 2,490달러, 약 8,125만 원이나 합니다.

페이즈원 XC. 출처 = 페이즈원
페이즈원 XC. 출처 = 페이즈원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의 비교입니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수도 1억 개를 훌쩍 넘습니다. 페이즈원 XC보다 화소수가 많은 2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도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의 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20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이 디지털 카메라보다 화소수는 더 많은데, 가격은 1/40에 불과합니다.

흔히 ‘화소수가 많을수록 카메라의 성능과 사진 화질이 좋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페이즈원 XC와 스마트폰의 가격은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일까요? 두 제품 가운데 어느 제품의 사진 화질이 더 좋을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1억 5,000만 화소 중형 디지털 카메라인 페이즈원 XC의 사진 화질이 2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의 그것을 압도합니다.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앞섭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수와 화질과의 관계를 알려면, 무조건 화소수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우려면 ‘이미지 센서’와 ‘화소’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동작 원리부터 살펴볼까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이미지 센서에 모이면, 이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서 디지털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입니다. 이 때 빛을 모으는 역할을 이미지 센서의 ‘포토 다이오드(픽셀 혹은 화소라고도 합니다)’가,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이미지 센서의 ‘회로’가 각각 맡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용 2억 화소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3. 출처 =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용 2억 화소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3. 출처 = 삼성전자

포토 다이오드의 개수는 곧 화소의 개수인 '화소수'로 봐도 됩니다. 1,200만 화소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포토 다이오드가 1,200만 개, 1억 5,000만 화소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는 포토 다이오드가 1억 5,000만 개 있는 셈입니다. 화소수는 사진의 해상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사진의 해상도를 곱하면 화소수가 나옵니다. 가로 방향 포토 다이오드의 개수와 세로 방향 포토 다이오드의 개수를 곱하는 셈이니까요. 4,000 x 3,000 해상도 사진을 찍은 카메라의 화소수는 4,000 x 3,000 = 12,000,000이므로 1,200만 개가 되는 것입니다.

이 원리는 동영상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풀 HD 해상도는 1,920 x 1,080입니다. 이것을 곱하면 2,073,600입니다. 즉, 풀 HD 해상도 동영상은 화소 207만 3,600개 이상을 가진 이미지 센서로 촬영 가능합니다. 4K 해상도는 3,840 x 2,160 = 8,294,400이니 화소 829만 4,400개 이상을 가진 이미지 센서로 촬영 가능합니다. 화소수가 800만 개보다 적은 이미지 센서로는 4K 동영상을 찍지 못합니다. 8K는 어떨까요? 8K 해상도는 7,680 x 4,320이고, 이것을 곱하면 33,177,600입니다. 화소 3,317만 7,600개 이상을 가진 이미지 센서라야 8K 동영상을 찍습니다.

참고로 포토 다이오드의 개수와 화소수, 사진의 해상도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포토 다이오드의 개수가 화소수나 사진의 해상도보다 많습니다. 포토 다이오드의 일부를 화소 대신 회로로 쓰는 경우, 광학 구조상 포토 다이오드에 빛이 충분히 닿지 않아 전기 신호로 변환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이러면 포토 다이오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화소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제품 이름을 부르기 쉽도록 화소수를 반올림 혹은 반내림해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예로 든 페이즈원 XC의 사진 해상도는 어떻게 될까요? 14,204 x 10,652입니다. 이것을 곱하면 151,301,008입니다. 그래서 이 제품의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는 1억 5,130만 1,008개 이상(제조사는 부르기 쉽도록 반내림해서 1억 5,000만 화소로 표현합니다)입니다. 2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실제로는 포토 다이오드 200,540,160개를 가졌지만, 사진 해상도는 16,320 x 12,288(화소수 199,560,960개)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 센서별 면적 비교. 면적이 크고 화소수가 많을수록 사진의 화질을 선명하게 표현한다. 출처 = 모토롤라
스마트폰 카메라 이미지 센서별 면적 비교. 면적이 크고 화소수가 많을수록 사진의 화질을 선명하게 표현한다. 출처 = 모토롤라

일반적으로,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가 많을수록 사진과 동영상의 해상도가 높고 화질도 선명합니다. 엽서 크기의 사진을 1억 5,000만 개의 점으로 그리는 것보다, 2억 개의 점으로 그리는 것이 더 선명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화소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습니다. ‘화소, 이미지 센서의 면적’입니다.

앞서 화소는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화소의 면적이 넓을수록 더 빛을 많이, 잘 모읍니다. 그렇다면 화소의 면적을 넓히고 개수도 늘리면 사진의 화질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화소는 이미지 센서의 부품 중 하나입니다. 즉,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따라 화소의 면적과 수가 제한됩니다.

이미지 센서의 면적에 비해 화소수가 너무 많으면, 화소가 빛을 잘 모으지 못하고 바로 옆에 있는 화소와 빛 간섭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진 화질이 나빠집니다. 이미지 센서의 면적에 비해 화소수가 너무 적으면? 빛은 잘 모으겠지만, 사진을 구성하는 화소의 개수가 적으니 해상도가 낮아집니다. 마찬가지로 사진 화질이 나빠집니다. 물리 한계도 있습니다. 손톱만한 통(이미지 센서) 안에 바늘(화소)을 50개 정도는 넣을 수 있겠지만, 500개를 넣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면적이 적은 이미지 센서에는 고화소를 넣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지 센서의 면적을 크게 하면 화소수도 높이고 화질도 좋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다만, 이미지 센서의 면적이 크면 빛을 모으는 렌즈의 크기도 커야 합니다. 광학계 전체의 부피가 커집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의 면적과 렌즈의 크기는 작습니다. 스마트폰의 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요. 이미지 센서의 면적과 렌즈 크기를 크게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스마트폰 자체의 부피도 커집니다. 스마트폰 뒷면 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 일명 '카툭튀'가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반면, 디지털 카메라는 스마트폰보다 부피가 큰 덕분에 이미지 센서의 면적을 더 크게 설계하는 것도, 더 큰 렌즈를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마트폰 뒷면에 툭 튀어나온 카메라, 일명 '카툭튀'는 카메라의 성능이 좋을수록 두드러진다. 이미지 센서의 면적과 렌즈의 크기가 큰 까닭이다. 출처 = 구글
스마트폰 뒷면에 툭 튀어나온 카메라, 일명 '카툭튀'는 카메라의 성능이 좋을수록 두드러진다. 이미지 센서의 면적과 렌즈의 크기가 큰 까닭이다. 출처 = 구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페이즈원 XC는 1억 5,000만 화소 중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이 이미지 센서의 가로세로 크기는 각각 53.4mm, 40mm입니다. 손바닥 반절 정도 크기입니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크기가 크니 빛을 충분히 받고 잘 모읍니다. 화소수도 많아서 사진을 정밀하게 표현합니다.

반면, 2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로 10mm에 세로 8mm입니다. 손톱보다 조금 큰 크기입니다. 화소수는 많지만,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크기가 작아 빛을 모으기 힘듭니다. 페이즈원 XC는 아주 넓은 고급 도화지에 물감을 잘 빨아들이는 고급 붓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좁은 도화지에 그냥 붓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이것이 두 제품의 화질 대결의 성패를 결정한 것입니다.

사실 이 대결은 애초에 불공평한 것이었습니다. 중형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은 모든 면에서 다른 제품이니까요. 게다가, 사진의 화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이미지 센서와 화소 외에도 다양합니다. 이미지 센서의 회로 구성과 포토 다이오드의 동작 효율, 사진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이미지 처리 엔진의 성능, 렌즈의 구성과 특수 렌즈의 유무 등도 사진의 화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교가 무의미한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과 사진 화질은 구형 디지털 카메라보다 우수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다룬 이미지 센서와 화소의 개념은 모든 광학 기기의 기본입니다. 이것을 알면 스마트폰 카메라들끼리 성능과 화질을 비교할 때 유용할 것입니다.

똑같은 2,0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 하더라도,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면적 혹은 성능에 따라 사진의 화질 차이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면적 혹은 성능에 따라 1,200만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진 화질이 1억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의 그것보다 우월한 경우도 있습니다. 화소수만 믿지 마세요. 이미지 센서와 화소의 면적도 함께 살펴보세요.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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