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와 맞먹는 고속 HDD, 웨스턴디지털 벨로시랩터 1TB

김영우 pengo@itdonga.com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하늘은 각종 전투기들의 각축장이었다. 전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각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기술을 더한 고성능 전투기를 투입하곤 했는데, 그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이 바로 세계 최초 제트 전투기인 독일군의 ‘Me262’였다. Me262는 기존 프로펠러 전투기보다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 독일군과 맞서던 연방군의 조종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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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Me262의 전과가 기체의 속도만큼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는 Me262의 투입 시기가 조금 늦었던 탓도 있지만, 제트 엔진이라는 신기술이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고 이를 조종하는 조종사들 역시 제트 전투기에 최적화된 전술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련한 연합군의 조종사들은 프로펠러 전투기를 가지고도 크게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연합군이 보유한 ‘무스탕’이나 ‘스핏파이어’ 같은 기체들은 프로펠러 전투기이긴 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쌓아온 설계 노하우가 절정에 이른 상태였기 때문에 결코 종합적인 전투력 면에서는 Me262에 뒤진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생산비용과 생산속도는 훨씬 우위에 있었다.

2012년 현재, PC용 저장장치 시장의 현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하늘과 유사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자기디스크 기반의 저장장치인 HDD(Hard Disk Drive)와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가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SSD는 제트 전투기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HDD는 큰 용량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여전히 시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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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HDD 중에서도 무스탕이나 스핏파이어 전투기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극대화해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는 제품이 종종 나오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의 고급형 HDD인 벨로시랩터(VelociRaptor)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나온 벨로시렙터 WD1000DHTZ 모델은 시리즈 특유의 빠른 회전 속도(10,000RPM)는 물론, 6Gbps의 데이터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가진 SATA3(SATA 리비전 3.0) 인터페이스, 그리고 1TB의 고용량까지 갖췄다.

2.5인치 크기의HDD. 하지만 노트북용은 아니야?

HDD는 플래터(HDD 내부의 자기디스크) 크기에 따라 분류곤 한다.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2.5인치 규격, 그리고 데스크탑에 주로 쓰이는 3.5인치 규격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벨로시랩터는 2.5인치 규격의 HDD이지만, 노트북용은 아니다. 두께가 일반 2.5인치 HDD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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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체에 ‘아이스팩’이라 불리는 커다란 방열판이 부착한 상태로 팔리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노트북에 사용하기는 어렵다. 설치 형태만으로 보면 데스크탑용 3.5인치 HDD에 훨씬 가깝다.

사실 대용량 HDD는 3.5인치 형태로 설계하는 것이 생산단가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면적 당 기록 밀도를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로시랩터가 이런 형태를 취한 것은 플래터 전체의 크기를 줄여 소비 전력을 낮춤과 동시에 아이스팩의 추가로 열 배출 능력까지 극대화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밸로시랩터는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기업용 시장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SATA3 인터페이스와 10,000RPM 회전속도 갖춘 고성능 HDD

그렇다고 밸로시랩터가 기업용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기업용 HDD는 SCSI나 SAS와 같은 특수한 인터페이스에만 호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벨로시랩터는 일반 PC와도 호환되는 SATA 규격의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WD1000DHTZ 모델은 최대 대역폭 3Gbps의 SATA2(SATA 리비전 2.0)보다 2배 정도 향상된 최대 대역폭 6Gbps의 SATA3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참고로 SATA3는 SATA2와도 호환이 되므로 SATA3를 지원하지 않는 구형 PC에도 장착할 수 있다(다만 이 경우엔 대역폭이 SATA2 수준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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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플래터의 회전 속도다. 일반적인 데스크탑용 HDD가 7,200RPM, 노트북용 HDD는 5,400RPM의 회전속도로 작동한다. 하지만 벨로시랩터 시리즈는 10,000RPM의 빠른 회전 속도를 발휘한다.

플래터의 회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스핀들 모터의 성능과 플래터 자체의 내구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만큼 생산비용이 증가한다. 실제로 벨로시랩터는 비슷한 용량의 일반 HDD 가격보다 약 3~4배 정도 비싸다. WD1000DHTZ의 경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약 40만 원대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HDD보다 빠르다곤 하지만 가격이 이렇게 비싸서야 차라리 SSD를 사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SD는 더 비싸다. SSD는 확실히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가격은 같은 용량의 일반 HDD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저장장치의 성능 중 속도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가격 대비 용량의 중요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지금부터 벨로시렙터 1TB가 어느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높은 가격대비 효용성을 제공하는지 테스트해 보도록 하자.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전송률, 접근 시간 테스트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코어 i7-2600K CPU와 삼성전자의 4GB DDR3 메모리, 그리고 SATA3를 지원하는 기가바이트 P67A-UD4 메인보드를 갖춘 PC다. 이를 이용해 테스트해 본 저장장치는 벨로시랩터 1TB와 WD의 일반 HDD인 캐비어 블루 500GB(WD5000AAKS, 7,200RP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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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에 SSD 2대를 더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SSD는 4년 전에 인텔에서 출시한 구형 X25M 80GB와 현재 팔리고 있는 신형 320 시리즈 300GB다. 위 4개의 저장장치는 테스트 PC에 모두 동일한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응용 프로그램 역시 동일한 것을 설치해 완전히 같은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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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장장치의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인 HD-TUNE을 이용해 수치적인 성능을 알아봤다. 이 테스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평균 데이터 전송률, 그리고 접근 시간이다. 데이터 전송률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저장장치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빨라지며, 접근 시간이 짧을수록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작업을 시작할 때 한층 민첩한 반응 속도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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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데이터 전송률의 경우, SSD 제품들이 가장 우수하긴 했지만 벨로시랩터 1TB도 이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 HDD에 비하면 확실한 차이를 나타냈다. 다만 접근 시간의 경우, 반도체를 사용하는 SSD가 HDD에 비해 압도적으로 빨랐다. 이는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파일 복사 속도 테스트

수치적인 성능이 높더라도 실제 사용하며 느끼는 성능은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이에 총 500MB 정도 용량의 고화질 사진 100장을 드라이브 내에서 복사하는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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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신형 SSD가 가장 빠른 속도를 내긴 했지만 벨로시랩터 1TB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구형 SSD와 비교하면 오차범위 수준이었다. 일반 HDD에 비하면 확실히 체감이 올 정도로 속도가 빨랐는데, 10,000RPM으로 회전하는 고속 플래터의 덕을 톡톡히 본 듯 하다.

프로그램(포토샵) 작업 속도 테스트

다음에는 ‘포토샵 CS5’ 프로그램을 이용해 위에서 테스트한 사진 파일 100장을 동시에 여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 측정했다. 응용프로그램의 테스트 시스템 모두 동일한 CPU와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위 작업에서 나타나는 속도 차이는 순수하게 저장장치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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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이번에도 신형 SSD가 가장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지만, 벨로시랩터 1TB도 상당히 빨랐다. 특히 구형 SSD보다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데이터 대역폭이 높은 SATA3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덕분에 대용량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윈도 7 부팅 속도 테스트

다음은 부팅 속도 비교다. 이 역시 저장장치의 속도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작업 중 하나다. PC의 전원을 켜고 윈도7 운영체제의 기동이 완전히 마칠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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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SSD 제품들이 부팅속도에서 강세를 보였다. 벨로시랩터 1TB도 HDD 치고는 상당히 빠른 속도를 냈지만, SSD 제품에 미치지는 못했다.

SSD 등장으로 오히려 구매 가치 높아진 고성능 HDD

WD의 고성능 HDD 제품군인 랩터 시리즈는 2003년에 첫 출시되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만 같은 용량의 일반 HDD보다 몇 배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쉽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SSD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고속 저장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오히려 이 제품의 구매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용량 면에서는 일반 HDD에 가까우면서 속도는 SSD에 가깝고, 가격은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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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SSD의 용량이 더 커지고 가격도 내려간다면 벨로시랩터의 구매 가치는 크게 하락할 것이다. 그리고 저용량 SSD와 고용량 일반 HDD를 하나의 PC에 함께 탑재하는 방법으로도 속도와 용량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 속도와 용량, 그리고 가격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 하나의 드라이브만을 사야 한다면, WD의 벨로시랩터는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웨스턴디지털은 벨로시랩터 하드디스크 출시와 함께 체험단 행사를 진행한다. 7월 25일부터 8월 7일 까지 총 7명을 선발해, 미션 최우수 완료자 1명에게는 벨로시랩터 1TB 및 소니 블루투스 이이폰을, 우수 완료자 1명에게는 벨로시랩터 1TB를, 미션 완료자 5명에게는 벨로시랩터 500GB 제품을 증정한다. 체험단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www.wdkoreaevent.co.kr/velociraptor.html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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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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