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PC 구매 시, 하수는 ‘성능’, 고수는 ‘안정성’ 선호
조립PC의 매력이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가진 PC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PC 관련정보를 잘 알고 있는 ‘고수’에 한정된 사항일 수 있다. 뭣도 모르고 조립 PC를 구매했다간 사용자의 용도에 전혀 맞지 않는 제품이 될 수도 있고, 더 운이 없으면 일명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따라서 조립PC의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PC 하드웨어에 대한 나름의 공부와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조립PC 고수가 되는 길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PC 하드웨어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신참’들의 특징이라면 CPU(중앙처리장치)의 동작속도라던가 메모리의 용량 같은 성능적, 혹은 수치적인 사항에만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거나 판매점에 맡겨버리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PC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원이 ‘빵빵’한 PC라 하더라도 자주 고장이나 오류를 일으킨다면 제대로 쓸 수가 없으며, 이에 따른 수리비와 수리 시간, 그리고 스트레스까지 고려한다면 손해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진짜’ PC고수들은 단순한 수치상의 성능을 높이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구매 후 사용하면서 드러날 전반적인 안정성, 그리고 사후 부품 교체나 업그레이드까지 고려한 호환성을 더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이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부품이라면, 메인보드(머더보드, 주기판),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PC의 안정성과 호환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다. 어설픈 하수가 전자에만 집중하는 반면, 진짜 고수는 후자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에 신경 쓰는 PC고수
어설픈 수준의 지식은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 보다 해로울 수 있다. 이는 매장의 풍경 및 판매업자들의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대단위 조립PC 매장이 즐비한 서울의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는 업자들의 경우,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 혹은 PC 지식이 충실한 진짜 고수들 보다는 오히려 약간의 지식을 가진 하수들이 더 상대하기가 편하다고도 한다. 수치적인 성능에만 신경을 쓰고 나머지 사항들은 적당히 저렴한 부품으로 끼워 팔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판매자 입장에선 복잡한 상담 없이 PC를 팔 수 있어 좋고, 구매자 입장에선 고성능 PC를 싸게 구매할 수 있으니 역시 좋다. 다만, 그 PC의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지만 말이다.
특히 조립PC용 부품은 규격이 같더라도 호환성이나 안정성, 그리고 확장성 면에서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메인보드의 예를 들자면, 같은 3세대 코어 i7(코드명 아이비브릿지)용 CPU가 호환되는 제품의 경우, 고급형 메인보드 브랜드인 에이서스(ASUS, 일명 아수스)의 P8Z77-V 모델의 경우, 가격이 24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보급형 메인보드 브랜드인 애즈락(ASRock)의 H61M-DGS 모델의 경우는 불과 5만 5천원이면 살 수 있다. 사실 두 제품 중 어느 것을 사더라도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은 같은 것을 꽂을 수 있기 때문에 보급형 메인보드를 구매하면 결과적으론 20만원 가까운 비용을 아끼면서 수치적 성능은 동일한 PC를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모델은 안정성이나 확장성, 그리고 사후 업그레이드 가능성 면에서 제법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인보드의 수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소자인 캐패시터(capacitor)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에이서스 P8Z77-V 제품은 기판의 모든 부분에 내구성이 높은 솔리드(solid) 타입 캐패시터를 쓴 반면, 애즈락 H61M-DGS 제품은 CPU 소켓 주변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일반 전해질 캐패시터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후 업그레이드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확장 슬롯의 구성을 살펴보면, 에이서스 P8Z77-V 제품은 최대 32GB까지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4개의 슬롯을 갖췄지만, 애즈락 H61M-DGS 제품은 최대 16GB까지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2개의 슬롯을 갖췄다. 그 외에도 차세대 주변기기를 꽂을 수 있는 USB 3.0 포트, 고속 하드디스크의 장착이 가능한 SATA3(리비전 3.0) 포트 등의 유무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경우로, 파워서플라이 역시 같은 출력 수치가 써 있는 제품이라도 정격 출력 품질 인증의 일종인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사이에는 20~30%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난다. 값싼 파워서플라이는 표기 수치에 비해 실제 출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유사한 제원의 조립 PC를 마련하더라도 이렇게 수십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엔진은 에쿠스, 차체는 마티즈?
물론, 저렴한 보급형 메인보드나 파워서플라이를 쓴다고 하여 무조건 이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최저의 투자로 최대의 성능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태도 역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다만, 기왕 돈을 들여 PC를 장만하려 한다면 균형 잡힌 구성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은 최고급인데, 메인보드나 파워서플라이는 저가형을 쓴다면 고성능 부품 특유의 높은 소비전력이나 발열에 의해 PC의 전반적인 수명 및 안정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아무리 엔진은 ‘에쿠스’ 급이라도 차체가 ‘마티즈’급이라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조립PC, 그 중에도 특히 고성능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면 단순한 수치상의 성능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고려하도록 하자. 이것이 바로 PC 고수가 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