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대용량 경쟁… 이제 900리터 돌파
삼성전자가 900리터의 가정용 냉장고를 출시하며 용량 경쟁에서 1위를 탈환했다.
2012년 7월 4일, 삼성전자는 서초사옥에서 세계 최대 용량인 900리터를 구현한 가정용 양문형 냉장고 ‘지펠 T9000’을 선보였다. 이로써 지난 해 10월 LG전자가 출시했던 ‘870리터 디오스’는 9개월 만에 왕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사 제품보다 조금씩 용량을 늘린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며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여왔다.
지펠 T9000은 윤부근 사장이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내놓은 첫번째 냉장고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TV를 6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지난 해부터 소비자가전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다. 윤 사장은 “TV사업에서 1위를 해봤기 때문에 1위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며, “올해 안에 냉장고 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윤 사장의 의지를 반영한 지펠 T9000은 용량뿐 아니라 구조에서도 많은 변화를 꾀한 제품이다. 겉모습은 냉장실과 냉동실을 좌우로 구분하는 양문형 냉장고처럼 보이지만, 막상 문을 열면 상하로 냉장실과 냉동실이 구분되는 일반 냉장고의 모양새를 띤다. 따라서 폭이 넓은 음식도 충분히 수납할 수 있다. 양문형 냉장고의 장점인 미려한 외관과 일반 냉장고의 장점인 실용성을 합쳐놓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펠 T9000은 일반 냉장고와 양문형 냉장고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신개념 냉장고”라고 자신했다.
또 냉장실과 2개의 냉동실 각각에 독립적인 냉각기를 탑재했다. 이렇게 하면 냉기의 순환이 제한되기 때문에 음식의 냄새가 서로 섞이거나, 수분이 마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참맛 냉동실’은 영하 23도에서 영상 2도까지 온도 조절이 가능해 상황에 따라 냉장실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온살균청정기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온살균청정기+’로 교체됐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안의 선반과 벽면에 있는 세균까지 살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이온살균청정기를 끌 수 있도록 온/오프 기능을 추가했다.
이날 현장에는 지펠의 광고모델인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참석했다. 이승기는 “패션감각을 중요시하는 연예인으로서 지펠 T9000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라며, “세계 1위에 걸맞은 식견이 담긴 제품”이라는 칭찬으로 광고모델의 본분(?)을 다했다.
지펠 T9000의 출고가는 349만 원~399만 원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밀폐용기 세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냉장고 직접 열어 보니, 넓은 냉장실에 충격
지펠 T9000의 구조는 일반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상하로 구분되는 형태지만, 냉장실과 냉동실의 위치는 바뀌었다. 소비자들이 냉장실을 더 자주 쓴다는 점을 감안해 손이 닿기 쉬운 위쪽에 냉장실을 배치했고, 아래쪽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음식을 수납하는 냉동실을 배치했다.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야채박스를 열 수 있어 편리했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지만 소비자가 얻는 편의는 기대 이상이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넓은 냉장실이다. 폭이 기존 양문형 냉장고(46cm)에 비해 약 2배(83cm) 가량 넓다. 대형 케이크나 수박은 물론이고 초대형 피자도 수납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수박을 일일이 쪼개거나 먹다 남은 피자를 다른 용기에 덜어서 보관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접이식 선반을 채용해 높이가 높은 그릇도 수납할 수 있다.
아래쪽에 위치한 2개의 냉장실 중 ‘참맛 냉동실’의 활용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지펠 T9000의 용량은 냉장실 551리터와 냉동실 349리터로 나뉜다. 하지만 참맛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꾸면 냉장실의 가용 용량은 총 725.5리터로 늘어난다. 사용자의 생활패턴에 맞춰 냉장고를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것. 냉동실에 위치한 서랍형 수납 공간도 유용하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