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등록제 실행 후 한달, 얼마나 바뀌었나
지난 2011년 11월 2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한미 FTA 후속 조치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기존 웹하드 및 P2P 업체 등을 대상으로 사업 심사 등록을 완료해야 하는 ‘웹하드 등록제’를 시행했다. 웹하드 등록제는 지난 2008년부터 논의되어 온 것으로, 기존 신고 방식에서 등록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바로 적용되지는 않았고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지난 5월 20일까지 등록을 완료하도록 배려했다.
웹하드 등록제의 시행 이유는 명확하다. 불법 복제 콘텐츠를 근절함으로서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이라고 여겨졌던 웹하드의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웹하드, P2P 업체는 단순 신고만 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특히,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 음악 파일뿐만 아니라, 음란 동영상 등이 불법적으로 퍼져나가 사회문제로 커지는 등 저작권자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보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동영상 콘텐츠 중 약 10%만 감소해도 50% 이상의 긍정적인 수익 구조를 낼 수 있고, 약 8만여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참고기사: 영보위가 말하는 웹하드 등록제의 실효성 - http://it.donga.com/coverage/8983/
하지만, 이 웹하드 등록제의 시행 여부를 두고 관련 업계들은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을 제기해왔다. 오히려 이번 등록제 시행 이후 불법 온라인 유통 시장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등록 조건을 완료하지 못한 업체의 경우 아예 대놓고 불법을 감수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만약 서버를 해외에 둔 업체의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 기껏해야 IP 또는 도메인 차단 정도인데, 그 방법과 절차도 복잡하다.
지난 5월 2일, 영보위가 이러한 실태에 대해서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웹하드 등록제 시행에 포함되는 업체가 249개로 조사되었는데, 당일까지 등록 신청을 완료한 업체는 47개에 불과했다는 것. 특히 등록 심사 기간이 약 2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47개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업체가 법적 분쟁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방통위가 밝힌 웹하드 등록 업체는?
지난 6월 28일, 방통위는 웹하드 등록제 시행 후 약 한달이 지난 지금 등록을 완료한 업체는 77개 사업자, 107개 사이트라고 밝혔다. 사업자보다 사이트의 수가 많은 이유는 한 사업자가 여러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등록 업체에 대해서 등록요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실태 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앙전파관리소, 문화부,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점검반을 구성할 예정이다.
주요 점검 사항으로는 음란물 등 유해 정보 및 불법저작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적용 여부, 해당 게시물 전송자를 식별 또는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 로그기록(전송자 식별정도, 일시, 대가 등)에 대한 보관 여부와 함께 모니터링 인력 확보 현황,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리 현황 등이다. 방통위는 실태점검 등을 통해 이행이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하고, 중대 위반 사항일 경우 등록취소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저작권 단체 등을 중심으로 미등록 업체에 대한 단속도 추진될 예정이다.
실질적 대책은 어디에?
본격적으로 시행한 웹하드 등록제의 한달 성적표는 약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등록제 시행 이전 업계의 예상도 이와 비슷했다. 시행 전 업계 관계자는 “100여 개 정도의 업체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나머지 업체들은 불법을 감수할 것이다”라고 지적했었다. 결국, 문제는 지금부터다. 불법을 감수하는 나머지 업체는 더욱 암암리에 불법 콘텐츠를 제공할 공산이 크다. 물론, 미등록 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제3의2호)’라는 법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구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등록을 완료한 업체의 볼멘 소리도 들려온다. 신고 방식에서 등록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혜택은 거의 없고 규제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고가 누적될 경우 아예 등록이 해제되는 삼진아웃 제도도 있다. 때문에 등록을 완료한 업체가 초기에 제대로 조치하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을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형평성의 문제다. 불법적으로 계속 웹하드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지만,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는 각종 규제에 치일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업체의 차단 규제 조치와 웹하드 등록제의 기본 규제책인 적극적 필터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도 여전하다. 토렌트와 같은 신종 P2P 서비스에 대한 관련 법규나 제재 조치도 미흡하다.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개인과 개인이 일대일로 주고받는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불법 콘텐츠의 근절
웹하드 등록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지에서 자행되어 온 불법 콘텐츠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업계에서는 웹하드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될 경우 약 1조 원 이상의 온라인 콘텐츠 유통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잘 정립시킨 예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현재 국내 방송사가 제공하고 있는 각종 콘텐츠 시장을 보자. 과거에는 이 역시 온갖 웹하드에 불법 콘텐츠 형태로 도배되었지만, 지금은 많이 정화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웹하드 등록제다. 나쁜 것을 뜯어 고치는 일은 어떤 일이든 어렵다. 고치고 보완해야 나가야 한다. 참고로 업계와 정책으로만은 불가능하다. 불법 콘텐츠를 내려받는 사용자도 근절되어야 한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