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갔던 RIM-노키아, 벼랑 끝에서도 무리수 던지더니…
휴대전화 시장에서 왕년의 ‘톱스타’로 군림했던 RIM(Research In Motion, 이하 림)과 노키아(Nokia)의 추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미 금융전문매체 24/7 월스트리트(24/7 Wall St)는 최근 ‘2013년 사라질 10대 브랜드’에 림을 포함시켰다. 한 때 스마트폰 시장을 독차지할 만큼 호황을 누렸지만,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소비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해 급속도로 도태되고 있다는 것. 림의 주가는 4년 전 144달러에서 현재 11달러로 폭락했다. 24/7 월스트리트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림은 자력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키아 역시 조만간 사라질 브랜드로 꼽혔다. 다행히(?) 10대 브랜드 안에 들지는 않았는데, 이는 지난 해에 벌써 ‘2012년 사라질 1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전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노키아는 경영난을 못 이겨 전체 인력 중 20% 가량을 감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무디스가 평가한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떨어졌다. 24/7 월스트리트는 “노키아는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브랜드 중 하나”라며 “이 역시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림과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싹쓸이했다. 두 회사의 판매량은 전체 시장의 55%, 수익은 90%를 넘어선다. 노키아와 림이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앞의 두 회사에 비해 너무 현저하게 낮은 성적이라 “바짝 추격하고 있다”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그나마 이 자리도 조만간 다른 기업에 내줘야 할 판이다. 그야말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반응도 신통찮아
물론 림과 노키아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림은 차세대 운영체제 ‘블랙베리10’으로 승부수를 던졌으며 노키아는 자사의 운영체제 ‘심비안’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윈도폰’을 탑재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림은 블랙베리10 탑재 신제품에서 물리적인 키보드를 가상 키보드로 대체했다가 호된 질타를 받았다. 블랙베리의 가장 큰 특징을 스스로 포기하는 악수를 뒀다는 평이다. 물론 가상 키보드가 대세긴 하지만, 물리적 키보드의 장점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블랙베리의 팬이 존재하는 이유도 이 물리적인 키보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림은 “블랙베리10은 기존의 물리적인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과 가상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 2종류로 출시된다”며 “이 중 가상 키보드 탑재 제품이 먼저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리적인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 출시가 너무 늦다는 점이 또 하나의 불안요소다.
노키아는 ‘윈도폰7’을 탑재한 ‘루미아’ 시리즈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발목을 잡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폰7 단말기에 곧 출시할 ‘윈도폰8’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신 윈도폰8의 일부 기능을 포함한 ‘윈도폰7.8’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윈도폰8이 나올 때까지 루미아의 판매량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이라도 내놓게 된다면 노키아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노키아 자체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탑재한 제품 역시 외면 받고 있다. 신제품인 ‘808 퓨어뷰’의 경우, 4,1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스마트폰 카메라로서는 지나친 기능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1,000만 화소를 넘으면 (PC에서 확대하지 않는 이상) 눈으로 그 차이를 식별할 수 없다고 알려졌다.
수시로 터지는 매각설… 누가 인수할까
최근에는 림과 노키아 모두 매각설에 휘말렸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수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림과 노키아의 주가가 잠시 급등하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던 소문들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 탓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기업으로 자주 꼽힌다. 윈도폰 파트너인 노키아를 인수해 스마트폰을 자체 제작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폰을 자체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설을 부인했다.
림의 인수 후보로는 아마존닷컴과 페이스북이 거론됐다. 이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림은 휴대전화 부문을 분할 후 매각하거나 회사 지분을 대량으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