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거의 모든 IT의 역사' - 사람 중심의 IT가 세상을 바꾼다
IT산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는 기술력을 꼽을 것이고 또 다른 이들은 자본을 꼽을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IT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에도 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이 필요하며, 그것을 뒷받침해 줄 금전적인 원조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어떤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IT에 기여했는지, 그들에게 주어진 주변 환경 등이 어떻게 유지되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적다. 그저 결과만 기대하고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정지훈(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IT융합 연구소장)씨는 위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사람 중심의 IT가 자리잡아야 비로소 IT산업이 옳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책을 통해 IT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와 함께 했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이 책에서는 아이패드를 예로 들어 ‘모든 문제는 기술이 아닌 인간에 달려 있다’는 명제를 제공한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일부 IT업계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대다수의 전문가와 블로거들은 반감을 표했다. 성능 면에서나(노트북 등과 비교해서) 휴대성 면에서나(아이폰과 비교해서) 그다지 뛰어난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아이패드를 모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 우선주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주도에 의한 인프라 산업과 독점적인 대기업의 생산능력이 주를 이루다 보니 IT에 종사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능력이나 감정, 그리고 그들 각각이 가지는 역사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IT에 이바지한 주요 인물들의 정보가 제공된다. 이들의 삶은 일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듯, 그들의 역사는 IT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IT 천재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하는 모습, 심지어는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이 개인의 역사들을 한데 모으면 지금까지 IT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의 주제와 더불어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시대별로 어떠한 일이 있었고 어떠한 인물과 기업이 등장했었는지를 빠짐없이 들려 준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최근의 경향인 ‘스마트 혁명’에 대해서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소개하기 위해 스마트 혁명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 조금식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인 ‘아이팟’이 시장에서 호평 받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에서 얻은 노하우를 스마트폰에 작용한 아이폰 개발을 지시한다. 잡스는 특히 쓰기 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터치 방식을 갖춘 스마트폰을 원했다. 당시에 애플 내부에는 전화 관련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싱귤러 와이어리스’ 와 손을 잡게 된다. 2007년 1월 9일, 마침내 아이폰이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판매 당일 미국 전역의 애플 스토어에서는 아이폰을 받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폰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심리가 컸던 탓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를 시작한 후 약 1년 동안 610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책은 위의 방식과 같이 IT의 역사를 소개한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IT관련 지식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는 조금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중간에 주요 인물들의 정보를 수록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한 인물과 기업들 중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뚜렷히 볼 줄 아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대로, 내부 조직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편 저자는 IT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지금, 더 이상 회사만이 IT를 주도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개인이 IT를 주도하고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사람 중심의 IT이고 소위 ‘유용한’ IT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객관적인 역사서임과 동시에 사람 중심의 IT를 강조하고 있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단순히 돈벌기 식의 IT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철학을 창조할 수 있는 IT기업이 되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IT종사자들은 그간 IT의 흐름을,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지식과 견해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거의 모든 IT의 역사’가 아닐까.
저자:정지훈, 출판사:메디치, 가격:16,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