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선물, IT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라
오는 5월 21일은 성년의 날이다. 마냥 철부지 아이같던 1992년생 남동생, 여동생, 연인이 이제 공식적으로 어른이 된다. 뭔가 의미 있는 물건을 선물하고 싶은데 장미, 향수, 키스는 너무 식상하다. 그보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만한 실용적인 선물이 낫겠다.
뭘 갖고 싶은지 슬쩍 떠보니 최신 노트북, 태블릿PC 등 고가 IT기기가 술술 나온다. 하긴, 요새 인기 선물 목록 1위는 IT 및 전자제품이긴 하다. 하지만 인석아, 그건 나도 돈이 없어서 못샀던 거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을 사줬다간 월급 통장이 거덜날 기세다. 적절한 가격대이면서 주는 사람은 물론 특히 받는 사람, 즉 '그'가 만족할 수 있는 저렴하고 쓸만한 선물을 고르는 것, 그것이 바로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기술이다.
이 녀석, 수염 거뭇거뭇한 남자가 됐구나
남성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수염 아닐까. 수염이 왕성하게 나기 시작한다는 것은 남성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된다는 증거다. 설령 발육이 늦어서 솜털만 보송보송하다고 해도, 전기면도기를 받고 싫어할 남동생은 없다.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어엿한 남자로 인정받는 느낌일 테니까 말이다.
필립스 ‘아쿠아 터치(Aqua Touch) AT890’은 건식면도와 습식면도 모두 가능한 전기면도기다. 바쁜 날에는 건식면도를, 여유 있는 날에는 쉐이빙 폼을 이용한 습식면도를 하면 된다. 특히 완전 방수 기능을 제공해 샤워와 동시에 면도를 할 수 있다. 세척을 할 때도 흐르는 물에 헹구기만 하면 된다. 또한 피부 마찰을 최소화해 피부 자극이 적은데,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깔끔한 면도를 원하는, 하지만 면도법은 다소 서투른 20대 초반 남성에게 적합하다. 가격은 2012년 5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 10만원대다.
주의! 수염을 기르는 남동생이라면 낭패다. 멋진 턱수염은 남자의 로망이긴 하니까. 대신 까끌까끌한 수염을 고집한다면 여자친구와의 로맨틱한 키스는 물 건너 간다는 점을 확실히 주지시키자.
대학가면 저절로 예뻐진다고? 안생겨요
5월쯤이면 슬슬 여동생들의 환상이 깨질 시기다. “대학 가면 저절로 젖살이 빠져서 예뻐진다”, “남자친구를 마음껏 사귈 수 있다”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거짓말이 탄로나는 순간이다. 공과대학과 같은 특수한 환경(?)을 제외한다면, 평범한 여동생들에게 로맨스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험생 시절 공부하느라 축적됐던 군살부터 제거하도록 독려하자.
나이키의 ‘나이키플러스 퓨얼밴드(NIKE+ FuelBand)’는 손목 밴드 모양의 칼로리 측정기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운동시간, 소모 칼로리, 스텝, 나이키퓨얼(움직임이 많을수록 많아지는 일종의 디지털 연료)을 LED 화면에 표시해준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미리 설정한 하루 목표 운동량에 가까워질수록 LED 화면의 색상이 차차 변화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북미에서는 지난 2월 출시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는 게 단점. 인터넷에서 25만원대에 수입품을 구할 수 있다.
주의! 아무 설명 없이 이 제품을 선물했다간 ‘너 너무 뚱뚱하니 운동이라도 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음이 여린 여동생의 경우 상처를 받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해줄 것.
컴퓨터 많이 쓰는 남친, 손목 통증 예방
이제 성년이 되는 남자친구를 둔 여성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마음 같아서는 남자친구에게 최신 태블릿PC를 안겨주고 싶지만, 피차 부모님께 용돈받아 쓰는 처지에 그럴 돈이 있을 리가 없다. 10만원 이하의 실용적인 선물이라면 부담이 덜할 터. 컴퓨터 사용이 부쩍 많아지는 20대 초반을 위한 인체공학 키보드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내추럴 어고노믹 키보드 4000’은 인체공학 키보드의 대표주자다. 양 손이 자연스러운 자세와 각도를 유지할 수 있어 손목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왼손 자판과 오른손 자판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비스듬히 기울어졌으며, 자판 가운데가 불룩 솟아올라 손을 자연스럽게 얹을 수 있다. 손목이 닿는 부분이 푹신한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인기 요소다. 2012년 5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5만원대다.
주의! 성년의 날이 되기 전에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3’가 출시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이 키보드를 선물했다가는 게임삼매경으로 인해 당분간 얼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따, 딱히 네가 걱정돼서 사주는 건 아냐!
수원 토막살인 사건 이후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 무서운 시대가 됐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항상 따라다니며 지켜줄 수는 없는 노릇. 호신용품이라도 쥐어주면 조금 안심이 되지 않을까. 이 때 무심한 듯 “지나가다 네가 생각나서 샀어”라는 말이 포인트다. 무심한 듯 자신을 걱정해주는 남자의 배려에 여자친구는 감동할 것이다.
호신용품에는 전기충격기, 호신용경보기, 스프레이 등이 있다. 이 중 전기충격기는 가격도 비싸고 경찰서에 별도의 무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다. 또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호신용경보기는 자동차 경보음과 크게 차이가 없어 그 효용성이 의문스럽다. 따라서 (IT기기는 아니지만) 매운 성분을 순간적으로 분사하는 호신용 스프레이가 제일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스프레이 ‘타이거 골드’의 경우 2012년 5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5만원대다.
주의! 성질이 괴팍한 여자친구에게는 위험한 선물이다. 자칫 말싸움이라도 일어났을 때 당신이 사준 스프레이를 당신 얼굴에 뿌리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