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와이파이로 연결했는데…,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작년 1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와이파이(Wi-Fi, 무선랜) 혼/간섭으로 인한 데이터 전송속도 감소 또는 접속 불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와이파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보급화되면서 와이파이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고, 실제로 와이파이 AP(Access Point, 흔히 말하는 무선랜 공유기를 생각하면 된다) 설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에 많은 와이파이 AP가 설치되면, 서로 전파 간섭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가 없다.
전파간섭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최근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사용하며, 신호가 좋은 와이파이에 연결한 이후에도 웹페이지가 느리게 뜨거나, 인터넷 등에 접속되지 않는 현상을 한두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이 모든 경우가 전파간섭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점점 전파간섭 현상으로 겪고 있는 불편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 원활한 와이파이 환경을 위해 이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할 때다. 더 이상 ‘왜 이렇게 느리지?’라며, 전원을 껐다 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와이파이 전파간섭이란
와이파이 전파 간섭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와이파이 표준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현재 와이파이는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미국전기전자학회)가 규정한 IEEE 802.11 규격을 따르고 있다. 노트북, 스마트폰, 무선랜 공유기 등을 구매할 때 볼 수 있는 802.11g, 802.11n 등이 이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규격은 크게 802.11 a/b/g/n 4종으로 나뉜다. 참고로 n 규격이 (대중화된 기술 중) 최신 기술이고, 전송속도가 가장 빠르다. 각 와이파이 표준 규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기사를 참고하도록 하자.
- 참고기사: 선 없는 인터넷을 즐기기 위한 기술, 와이파이 - http://it.donga.com/openstudy/4781/
와이파이 표준 규격에 따라, 현재 전 세계는 동일한 주파수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 각 규격에 따라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2.4GHz와 5GHz를 사용한다. 이 주파수 대역은 산업, 과학, 의료(Industrial, Science and Medical, 이하 ISM)용 대역이라 하여, ISM용 무선장비 및 전자레인지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근거리이동통신기기와 같은 저전력 무선기기에 이용된다.
때문에 와이파이는 ISM용 무선장비, 전자레인지, 블루투스 등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기들과 전파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은 다른 같은 주파수 대역의 와이파이 AP가 워낙 밀집된 지역이 많아 전파간섭 현상이 심하다. 한 예로 아파트 같은 경우 위, 아래, 옆집에서 와이파이 AP를 사용하고 있다면 전파간섭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요즘 주거지나 아파트 단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검색해보면, 동시에 수십 개가 뜨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전파간섭 현상이 심하다는 증거다.
와이파이 전파간섭 대처방법
와이파이 전파간섭 현상에 대해서 방통위가 발표한 ‘와이파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자. 방통위는 공공기관, 기업, 가정 등에 와이파이 AP를 설치할 때 와이파이용 채널(1~13) 중 전파간섭이 적은 채널 1, 5, 9, 13중 1개를 선택하고, 각 채널 간 대역폭은 22MHz 이하로 설정해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와이파이 AP 제조사에 공유기를 전파간섭이 적은 채널 중에서 선택해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가 채널번호를 임의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이동통신 사업자 등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공유기 채널 번호를 전파 간섭이 적은 채널 중에서 선정해 운영하고, 공유기의 네트워크 아이디를 누구나 쉽게 인식하도록 설정할 것을 권장했다. 이에 SKT,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현장에서 ‘2.4GHz 와이파이 혼신 최소화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채널 1, 5, 9, 13이란?
앞서 전 세계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와이파이 주파수는 2.4GHz와 5GHz라고 설명했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주파수 내에서는 GHz 단위가 아닌 MHz 단위로 끊어서 각 채널을 나누어 놓고 사용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2.4GHz 주파수 대역에 총 13개의 채널이 있다. 참고로 각 채널 별 주파수는 아래와 같다.
채널1: 2.412GHz 채널2: 2.417GHz 채널3: 2.422GHz 채널4: 2.427GHz
채널5: 2.432GHz 채널6: 2.437GHz 채널7: 2.442GHz 채널8: 2.447GHz
채널9: 2.452GHz 채널10: 2.457GHz 채널11: 2.462GHz 채널12: 2.467GHz
채널13: 2.472GHz
눈치챘겠지만, 각 채널 간 주파수 대역 간격은 5MHz이다. 무선랜 공유기의 대역폭을 22MHz 이하로 설정하고, 채널 1, 5, 9, 13을 선택해 이용하면 서로 주파수 대역이 겹치는 영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보도록 하자.
위 그림처럼 가까운 곳에서 인접채널로 설정된 와이파이에서는 전파간섭 현상으로 인터넷이 느려지거나 아예 접속되지 않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현상을 미리 방지해야 할 때다. 참고로 ‘와이파이 가이드라인(http://wifi.or.kr/temp/)’은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BELKIN, ZIO, D-LINK, IPTIME, BUFFALO, LG 등의 무선랜 공유기 설정 변경 방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 가정에서 무선랜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느린 것 같다고 생각되면 설정에서 채널을 바꿔보길 권장한다. 실제로 채널을 바꾼 이후 전송속도가 빨라진 것을 체감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와이파이지만, 이제는 서로 지켜야 할 것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다고 경찰 출동하지 않고, 쇠고랑 차지도 않는다. 다만, 귀찮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