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클라이언트가 ‘PC판’을 바꾼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가 전 세계 컴퓨터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모바일 기기에 밀려 주춤하던 PC 시장에도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에 올해부터 ‘모바일 혁명’과 같은 혁신적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PC 시장에도 나타날 전망이다. 기업 내 PC 업무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예측되고 있는 ‘씬클라이언트(thin-client)’ 솔루션이 그 중 하나다.
현재의 업무 환경에서는 모든 업무 처리 및 저장 작업이 전적으로 사용자(클라이언트)의 PC에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보안에 대단히 취약하다. 특히 보안 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우리나라 조직에서는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동료 또는 부서 간 협업 시 데이터 공유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회사 측면에서도 사용자 수에 따라 데스크탑(또는 노트북) 일체를 구매해야 하고, 이를 유지/보수할 인력도 갖춰야 하니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이와는 달리 씬클라이언트 환경에서는 업무의 모든 데이터 처리 및 저장 작업이 네트워크를 통해 중앙 서버에서 진행된다. 각 사용자의 시스템은 업무 처리 결과만을 보여주는 외장형 단말기(터미널)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말기의 형태가 작고 얇을 수밖에 없다. 일반 PC처럼 고성능의 부품을 장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씬(thin, 얇은)-클라이언트(client, 단말기)라 불린다.
이러한 씬클라이언트는 사실 최근에 출시된 신기술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외 기업에서 채택해 활용되고 있었지만 그 경제적 효과에 비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달 HP(휴렛팩커드)가 개최한 ‘GPC(Global Partner Conference)2012’를 통해 다시 한번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씬클라이언트 만의 독보적 장점
일반 PC 업무 환경을 씬클라이언트 체제로 전환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먼저 환경적 변화를 뽑을 수 있다. 덩치 큰 데스크탑 대신 얇고 가벼운 모니터 통합형 씬클라이언트로 대체할 수 있으니 1) 공간 활용도가 높다. 특히 산업기기 제어용 기존의 데스크탑을 씬클라이언트로 교체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협소한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변동에 따른 2) 시스템 배치가 유연하다. 빈번한 직원 입사•퇴사•이동 등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고, 시스템 문제 발생 시에도 씬클라이언트 기기만 교체하면 되니 간편하다. 이전처럼 윈도우 등의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을 설치, 설정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업무용 소프트웨어 관리도 한결 용이하다.
이와 함께 3) 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도 대폭 줄어든다. 업무용 PC에서 발생하는 장애 중 대부분이 운영체제나 관련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에러다. 씬클라이언트 환경에서는 중앙 서버의 소프트웨어 자원을 공유 사용하는 형태라 이러한 장애가 상대적으로 적다. 행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앙 서버 쪽에서만 처리하면 모든 클라이언트에 적용되니 복구 시간도 짧다.
4) 보안성도 기존 PC 환경보다 강화된다.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가 사용자 PC에 존재하는 한 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기란 불가능하다. 씬클라이언트 환경에서는 그러한 데이터가 모두 중앙 서버에 저장되므로 서버 측 보안만 강화하면 되니 보안담당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사용자 PC로부터 유입되는 바이러스나 웜 등도 차단되니 보안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씬클라이언트 환경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5)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도 확장할 수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이른바 ‘스마트워크(Smart Work)’의 트렌드도 지향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기업 내 6) 전체 IT 소요비용(TCO)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용자 한 명당 소비되는 데스크탑/소프트웨어 일체 구매 비용은 물론 전력소비 비용까지 낮출 수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대단히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이 된다.
씬클라이언트, 어디까지 왔나
이미 외국에서는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를 형성하여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상태다. HP의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3년 이내에 데스크탑 컴퓨터 연간 판매량의 15% 이상을 씬클라이언트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IT 근간시설이 잘 갖춰진 아시아 지역에서는 25%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미 수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한국 내 업무 형태와 기반시설, 씬클라이언트 전환 가능성 등을 분석하고, 올해부터 보다 공격적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HP는 또한 최근 씬클라이언트의 성능적 미흡함을 개선하고자 GPC2012 행사를 통해 고성능 씬클라이언트 제품인 t610, t510 시리즈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 제품은 듀얼코어 CPU(중앙처리장치)와 2GB 메모리를 내장하는 등 업무용 시스템으로서 결코 부족함 없는 사양과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최대 6대의 모니터(멀티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어 일반 PC 못지않은 업무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전 세계 씬클라이언트 시장을 이끌고 있는 HP는 지난 한 해 동안 100만 대의 씬클라이언트를 공급했으며, 국내 기업 중에는 최근 한진중공업, 웅진 콜센터 등이 HP 씬클라이언트 솔루션을 채택했다. 이 밖에도 국내 대형 통신사와 전자/전기업체 등과도 씬클라이언트 환경으로의 전환을 위해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라 밝혔다.
HP와 함께 씬클라이언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와이즈 역시 씬클라이언트를 토대로 한 ‘가상 데스크탑(VDI)’ 솔루션 사업을 국내 시장에 집중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부터 국내에 씬클라이언트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와이즈는 올해 초 해외 세일즈 인력을 국내에 긴급 투입하며 한국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씬클라이언트 도입을 위한 체크리스트
물론 이러한 씬클라이언트 환경이 모든 조직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조직의 규모와 업무 형태 및 프로세스, 도입 비용 등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우선 대기업이나 관공서, 중고등/대학교, 대형병동, 금융기업 등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리라 판단된다. HP나 와이즈 등의 씬클라이언트 제조사가 이들 조직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조건에 2개 이상 해당된다면 씬클라이언트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을 권장한다.
- 전체 PC사용 수가 100대 이상인 사업장
- 향후 2년 이내 대규모 PC 교체(업그레이드)가 필요한 환경
- 전산기기의 전력소비 비용이 전체 IT비용의 20% 이상인 조직
- IT전문인력을 대거 증원해야 하는 조직
- PC보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조직
- 직원 입퇴사가 잦은 특수 조직 (콜센터 등)
- 기계제어용 초박형PC가 다수 필요한 생산 현장
- ‘스마트워크’ 체제 적용을 고려 중인 조직
- PC기반의 중대형 교육시설(또는 회의시설)을 구축하려는 단체
- PC 장애 시 5분 이내에 재사용 가능해야 하는 환경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