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니 인물이 더 사네” 도시바 태블릿PC AT200
“이것저것 욕심은 많은데 정작 자신만의 색깔이 없네요. 지루하고 졸려요.”
“분명히 실력은 갖췄습니다만, 기존 선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는 의문입니다.”
요새 태블릿PC 시장을 살펴보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평가를 그대로 가져와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휴대폰 제조사, PC 제조사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태블릿PC를 내놓고 있는데, 생김새와 하드웨어 사양 또는 성능이 모두 오십보백보다. 그러다 보니 ‘태블릿PC가 인기니 어떻게든 팔리겠지’라는 생각으로 내놓은 무난한 제품들은 금세 기억에서 잊혀지고 만다. A사와 S사 제품에 비해 분명히 우위에 설 차별점은 커녕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는 제품은 바로 도태될 정도로 태블릿PC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도시바가 내놓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AT100’도 예외는 아니었다. 듀얼코어 CPU, 메모리, 배터리 등 기본 사양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무언가 강력한 ‘한 방’이 없었다. 마이크로 SD카드, USB 포트, HDMI 등을 모두 지원하는 확장성은 좋았으나 그의 반대급부로 몸에 지나치게 살이 붙었다. S사의 경쟁제품에 비해 곱절이나 두툼한 두께 때문에 각종 외신들의 집중포화를 맞았고(눈에 띄게 두껍고 무거운 것도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겠지만), 판매량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도시바가 절치부심한 것일까. 이번에 출시된 후속작 ‘AT200’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두께부터 파격적으로 줄어들었다. AT100(15.8mm)의 절반도 채 안되는 7.7mm로, 2012년 3월 초 현재 현존하는 10인치 태블릿PC 중에서는 가장 얇다. 비교 대상이 되던 S사 제품보다도 얇아졌으니, 도시바가 확실히 칼을 제대로 갈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버린 도시바 입장에서는 일대 혁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최대 장점이던 확장성은 온전히 계승했다. 외장 마이크로 SD카드, 마이크로 USB, HDMI를 모두 지원한다. 물론 이들이 태블릿PC에 꼭 있어야 하는 기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 이 또한 AT200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문과 숫자로 평범하게 조합한 제품 이름이 좀 걸린다. 이는 오디션 참가자로 치면 선곡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XXX탭’, ‘XXX패드’ 등의 이름에 익숙한 태블릿PC 소비자들에게는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너무 어려운 제품 이름이다. 어쩌면 브랜드를 빌려 올 만한 스마트폰 라인업이 없는 PC 제조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했어요
도시바 AT200의 외관은 기존 태블릿PC보다는 자사의 울트라북 제품에 가깝다. 화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앞면이야 별다를 것이 없지만, 금속성의 은회색 뒷면은 분명 울트라북의 그것이다. ‘이것이 바로 PC 제조사가 만든 태블릿PC’라는 무언의 항변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그네슘 합금을 채택해 디자인, 내구성, 휴대성 등을 모두 잡으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브러쉬 무늬가 뒷면 전체에 새겨져 촉감도 좋다. 다만 마찰이 잦은 뒷면이다 보니 미세한 생채기는 완전히 피할 수 없는데, 보호 케이스를 씌워서 완전히 가리기는 아깝게 느껴질 디자인이다.
측면을 보면 7.7mm의 얇은 두께를 실감할 수 있다. 얇기는 정말 얇다. 어떻게 이렇게 두께를 줄일 수 있었을까? 더욱이 일체의 눈속임이 없이 두께가 일정한 ‘정직한 디자인’에서 도시바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측면 가운데를 따라서 검은색 라인이 새겨져 있는데, 볼륨 버튼 및 전원 버튼도 검은색으로 통일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보기에는 좋지만 처음 AT200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버튼을 찾지 못해 애를 먹을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버튼이 작고 길쭉한 형태라 누르기는 다소 불편하다. 디자인을 위해 편의성을 희생한 셈이다.
무게는 510g으로, 동급 10인치 태블릿PC와 비슷하거나 가볍다. 전작의 무게가 780g이었으니, 그야말로 눈물의 다이어트 성공기다. 도시바는 울트라북 ‘포테제 Z830’을 발표할 당시 “두께보다 무게가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모바일 제품의 핵심은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어도 부담이 없는 무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AT200의 휴대성은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확장성과 배터리, 장점은 그대로 살려
AT200은 와이파이(무선 랜)와 블루투스는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대로 마이크로 SD카드, 마이크로 USB, HDMI를 모두 지원한다. 태블릿PC 중에서 이정도로 필수 단자를 모두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이 기능들은 일반적인 태블릿PC의 용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용자들은 휴대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 즉 이동하거나 침대에 드러누웠을 때 사용하려고 태블릿PC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일지라도 태블릿PC에 담긴 동영상을 대형 TV로 확장해 감상하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실제로 AT200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으로 확장성을 꼽고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 역시 호평을 받는 부분이다. 도시바의 주장에 따르면, AT200의 사용시간은 최대 8시간에 달한다. 리뷰 기간이 짧아서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전작 AT100의 사용 시간도 상당히 길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AT200의 배터리 역시 비슷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바가 또 하나 강조하는 부분은 오디오 품질이다. ‘다이나믹 이퀄라이저’를 적용해 왜곡이 없는 소리를 전달하고, 화상전화 사용 시 주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뷰어의 막귀는 그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내지 못했다(아마 대부분의 사용자가 그러할 것이다). 실제로 오디오 품질이 좋은 것인지, 도시바가 좋다고 하니 좋게 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부분은 사용자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물론 기본기도 탄탄하다
AT200은 10.1인치 크기, 해상도 1280x800의 IPS 디스플레이에 생활 흠집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했다. 또 1.2GHz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 OMAP 듀얼코어 프로세서, 1GB DDR2 메모리, 저장공간 최대 64GB,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크게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 사양이다.
운영체계는 구글 안드로이드 3.2버전인 ‘허니콤’이며, 허니콤의 기본 사용자 환경(인터페이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악명이 자자한 허니콤 탓에 화면전환 시 약간의 끊김 현상이 있다. 하지만 2012년 3월 중에 안드로이드 4.01버전인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것이라 하니 사용에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에는 와이파이 전용 모델만 출시됐다. 아쉽게도 3G 및 LTE 모델은 없다. 도시바가 한국 태블릿PC 시장에 이제 막 진입하는 단계에 놓여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조금 더 과감한 결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생방송 진출권을 획득할 것인가
일부 외신들은 AT200이야말로 S사의 태블릿PC에 대적할만한 라이벌이라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단순히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 본다. 갖출 것은 다 갖췄고, 밀리는 부분도 없으며, 일부분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 시장 반응까지 좋을 것이라고 점치기는 조심스럽다.
실제 시장에서는 제품의 성능 이외에도 브랜드 인지도, 사용자 선호도, A/S 등 외부적인 조건이 많이 작용한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 인기투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앞서지만 인기투표에서 밀려서 떨어지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이에 AT200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팬들을 끌어모으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