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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보다 더 오래된 전송장치 - 팩시밀리(facsimile: FAX)

서동민

팩시밀리(facsimile: FAX) (1)

팩시밀리(facsimile)란 그림, 문자, 도표 등의 이미지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여 전화선을 통해 전송하고, 이를 다시 원래의 이미지로 복원하는 장치 또는 이 장치를 이용해 전송한 문서를 말한다. 모양을 본뜬다는 뜻의 라틴어 ‘팩 시밀리(fac simile)’가 어원이다. 흔히들 팩스(FAX)라고 줄여 부르곤 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모사전송(문자나 도면과 같은 흑백이미지를 재현)과 사진전송(사진필름이나 인화지에 컬러이미지를 재현)을 총칭해서 팩스라고 말하지만, 흔히 모사전송만을 팩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오늘날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공공기관 및 기업에서는 팩스를 구비하고 있다. 디지털파일로 변환하기 어려운 종이문서 원본이나 자필서명이 들어간 문서를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도 전화선만 있다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고, 기계를 다루는 법이 서툰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팩스를 구비해야만 하고, 팩스가 잘 도착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종이걸림이나 잉크부족으로 인해 팩스가 제대로 출력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만일 수신자의 팩스 전원이 꺼진 상태라면 팩스 내용을 잃어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 원치않는 스팸 팩스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어 종이와 잉크를 낭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팩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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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가 최근에 발명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팩스의 시초는 전화보다 무려 30년이나 빠른 1843년에 발명된 영국의 전기학자 알렉산더 베인(Alexander Bain)의 화학식 전신기다. 이 전신기의 송신기 추는 이미지의 어두운 부분을 읽은 후 모스부호처럼 긴 줄과 짧은 줄로 전송했고, 수신기 추는 이 부호를 화학처리한 종이 위에 기록했다. 이미지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진자 진동폭은 모두 1밀리미터 미만이었기 때문에, 양쪽의 이미지는 마치 복사한 것처럼 동일했다. 이 원리는 훗날 팩스의 기본 원리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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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의 원리를 토대로 하여, 1865년 조반니 카셀리(Giovanni Caselli)가 최초의 팩스인 ‘팬텔레그래프(Pantelegragh)’를 만들었다. 카셀리는 프랑스 파리와 리옹에 각각 팩스를 설치하고 매년 수천 건의 팩스를 주고받았다. 카셀리의 고객들은 아주 얇은 주석판에 비전도성 잉크로 메시지를 썼고, 카셀리의 팩스는 이 주석판을 바늘로 읽은 후 상대방 도시로 보냈다. 수신된 메시지는 원본과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었다.

현재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전자식 팩시밀리의 기본 원리가 확립된 것은 1906년에 독일의 아서 코른(Arthur Korn)이 금속 드럼과 광전관(진공관의 일종)을 이용, 이미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전송, 인쇄하는 기계를 발명한 이후다. 이 기계는 1910년부터 런던과 파리, 베를린을 잇는 전화선에 연결되어 실제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기능을 보완한 팩스가 속속 등장했지만 하나같이 사용료가 비싸고 사용법은 복잡했으며 팩스 자체의 덩치도 너무 컸다. 게다가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다양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팩스는 약 반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팩스가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은 1964년, 제록스(Xerox)사가 저가형 팩스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 팩스로 편지지 크기의 문서 한 장을 전송하려면 약 6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작동법이 매우 쉬웠고 어떤 전화선에도 연결할 수 있었다. 이 팩스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유명세를 탔다. 국내에는 1990년대 한국통신이 팩스전용망을 구축하면서 대중화의 길이 열렸다.

현재 사용하는 팩스는 실제 이미지를 전자 신호로 변환하는 스캐너(scanner)와 전화선을 통해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는 모뎀(modem), 그리고 전자 신호를 다시 실제 이미지로 변환해 용지에 인쇄하는 기록장치(recoder)로 구성되어 있다. 통신 속도와 기록 속도는 기술 개발에 의해 점차 향상되고 있으나 기본적인 구조는 1964년에 등장한 제록스의 팩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팩시밀리(facsimile: FAX) (4)

현재 팩스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스캐너가 내장된 이미지 센서(CCD, CMOS 등)가 원본 이미지를 1주사선 단위로 쪼개어 읽는다. 이 한 줄은 A4용지 기준 1,728화소이며,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비트맵 형식의 이미지가 된다. 발신자의 팩스는 이 이미지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고 모뎀으로 전송하는데, 한 줄 전체가 모두 하얀색일 경우 1,728화소의 비트맵 원본 이미지를 그보다 작은 수십 화소의 이미지로 대체해 시간을 절약한다. 공백이 많은 문서가 그렇지 않은 문서보다 전송속도가 빠른 것은 이 때문이다.

전기 신호가 전화선을 따라 수신자의 팩스에 도착하면, 수신자의 팩스는 이 신호를 복호화해 원래 이미지로 재조립한다. 그리고 기록장치를 통해 종이에 이미지를 출력하게 된다. 기록장치의 구조는 프린터와 유사하며,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전자 복사 방식을 채용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전화선 대신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인터넷팩스도 등장했다. 인터넷팩스를 사용하면 팩스 전용 전화선을 따로 구축할 필요도 없고, 회선 사용료도 매우 저렴하다. 무엇보다 별도로 팩스를 구비할 필요 없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파일은 이메일처럼 전송하며, 종이문서를 보낼 때는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파일로 변환 후 전송하면 된다.

팩스 사용법

팩스 보내기

1. 팩스에 전원 케이블과 전화선이 연결되어있는지 확인한다.
2. 보낼 문서를 공급 트레이에 놓는다.
3. 키패드를 사용하여 수신자의 팩스 번호를 입력한다. 이 때 번호가 틀리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한다. 번호가 틀릴 경우 해당 문서는 엉뚱한 곳으로 전송되기 때문이다.
4. 전송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보통 몇 분 정도 걸린다.
5. 팩스에 달려있는 액정화면에서 전송이 무사히 완료됐는지 확인한다. 팩스에 따라 액정화면 대신 출력물을 통해 전송 결과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6. 자신이 다른 번호를 입력했는지 스스로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에, 팩스를 보낸 후에는 수신자에게 수신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팩스 받기

1. 일반적으로 팩스는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서가 유출되거나 분실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발신자가 팩스를 언제 보낼지 파악하고 해당 시간에 팩스 옆에 대기한다.
2. 팩스에 전원 케이블과 전화선이 연결되어있는지 확인한다. 또 잉크가 부족하지 않은지, 종이는 충분한지도 점검한다.
3. 팩스와 전화기가 합쳐진 올인원 제품일 경우, 전화벨이 울릴 것이다. 절대로 받지 않는다.
4. 비프음이 울리고 문서를 받기 시작한다.
5. 발신자에게 문서를 무사히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팩스의 미래

팩스의 활용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메일이 보편화됐고, 관공서나 일반 기업들도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DRM이 발달하면서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도 공식 인정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팩스 시장에서도 나타나는데, 팩스 기능만 있는 단일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프린터, 복사기 등의 기능과 겸하는 복합기가 대다수다.

팩시밀리(facsimile: FAX) (5)

물론 아직까지 팩스가 유용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전화선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팩스는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음성전화 시장이 PSTN방식의 유선전화에서 VoIP(인터넷전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처럼, 팩스 시장에서도 기존 팩스에서 인터넷팩스로 점차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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