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4:3 화면을 좋아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TV나 PC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제품의 두께다. 예전에 사용하던 CRT(브라운관) 방식의 TV나 PC 모니터는 화면 크기가 커질수록 앞뒤 길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화면 크기가 30인치(대각선 길이 기준) 정도에 이르면 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지고, 또 무거워졌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LCD, PDP 방식의 이른바 평판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TV와 PC 모니터의 두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제품의 부피 외에도 이 때를 즈음해 달라진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화면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 비율, 이른바 화면비(Aspect Ratio)가 그것이다. CRT 시대의 디스플레이 기기는 4 : 3(가로 : 세로) 비율의 화면비를 가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LCD 시대로 오면서 이보다 좌우로 넓어지고 상하로 좁아진 16 : 9, 혹은 16 : 10 화면비의 ‘와이드(wide)’ 디스플레이 기기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TV나 PC 모니터 외에도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기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와이드 화면 제품 많지만 4 : 3 화면의 장점도 만만치 않아
와이드 화면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나 사진을 감상하는데 편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눈은 상하 보다는 좌우로 넓은 화면을 볼 때 한 층 높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C나 동영상 플레이어로 영화를 감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16 : 9를 기본 화면비로 채택하게 되면서 와이드 화면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4 : 3 화면 역시 장점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장점은 문서를 읽거나 편집할 때, 혹은 인터넷 페이지를 읽을 때 나타난다. 절대 다수의 문서나 인터넷 페이지는 좌우가 아닌 상하로 전개되므로 와이드 화면에 비해 4 : 3 화면에서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표시할 수 있으며, 스크롤 역시 4 : 3 화면에서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더욱이,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의 크기는 화면 좌우 길이가 아닌 상하 길이에 비례하므로 4 : 3 화면은 같은 인치수의 와이드 화면에 비해 한층 큰 글씨를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또한 만화 작가나 프로게이머와 같은 전문적인 직종의 종사자들도 작업의 특성 때문에 4 : 3 화면을 선호하기도 한다. 인기 웹툰 ‘놓지마 정신줄’을 연재중인 신태훈 작가는 “상하로 길게 표시되는 웹툰의 특성 때문에 와이드 보다는 4 : 3 화면이 좀 더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기 편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게임 전문 채널인 ‘온게임넷’의 오성균 해설위원은 “프로 게이머들은 시선이 양쪽으로 분산되는 와이드 화면 보다는 면적당 표시 정보량이 많은 4 : 3 화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FPS(1인칭 슈팅)게임 프로게이머들의 4 : 3 화면 선호도는 매우 높다” 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시장에 4 : 3 화면 제품 속속 등장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인지 최근 4 : 3 화면의 기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4 : 3 화면을 갖춘 기기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장 전반이 와이드 화면 제품 일색이다 보니, 오히려 4 : 3 화면 제품이 참신성을 가지게 된 것.
최근 출시되었거나 출시 예정인 4 :3 화면 제품 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 시리즈와 LG전자의 5인치급 대화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뷰(VU)’다. 특히 애플의 아이패드 시리즈는 이미 전자책 시장에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 태블릿PC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조만간 출시될 예정인 LG전자의 옵티머스 뷰는 현재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와 정면 승부를 벌일 제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옵티머스 뷰와 갤럭시 노트는 화면 인치수가 비슷하고 4G LTE 방식의 고속 인터넷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갤럭시 노트가 16 : 10 비율의 와이드 화면인데 비해, 옵티머스 뷰는 4 : 3 비율의 화면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워 차별화에 나선 점이 주목 받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