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를 위한 렌즈교환 미러리스 카메라, 후지필름 X-Pro1 출시
지난 1월, 필름카메라 시대의 맹주였던 ‘코닥(Kodak)’이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신청을 냈다. 필름카메라 시대가 가고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오면서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또 하나의 업체가 있으니 바로 후지필름이다. 이 회사 역시 필름카메라에 주력하고 있었으나,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후지필름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란 전문가용 카메라인 DSLR의 성능과 일반인용 카메라인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특징으로, 하이브리드(hybrid: 혼합) 카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2년 2월 14일, 후지필름 일렉트로닉스 이미징 코리아(이하 후지필름 코리아)가 행사를 열고 출시한 X-Pro1은 DSLR급의 화질과 렌즈 교환 기능을 갖추면서 제품 크기는 컴팩트 카메라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하이브리드 멀티 뷰 파인더 및 X-Trans CMOS 센서 등 후지필름의 독자 기술을 다수 추가한 플래그십(업체를 대표하는 모델) 제품이다. 이날 행사에는 X-Pro1 외에도 26배 줌 렌즈를 고정 탑재한 X-S1도 함께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렌즈 교환 기능 추가로 X100, X10의 아쉬움을 덜다
후지필름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작년 초 ‘X100’을 출시하면서 부터다. 다만, X100은 촬영 품질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렌즈 교환이 되지 않아 미러리스보다는 하이엔드(high-end) 카메라(고기능,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작년 말에 나온 X100의 보급형 모델인 X10 역시 마찬가지라 아쉬움을 더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X-Pro1은 기존에 호평을 받은 높은 화질에 렌즈 교환 기능도 갖춰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X-Pro1은 후지필름의 독자적인 마운트(mount: 렌즈를 결합하는 부분) 규격인 ‘X마운트’가 적용된 첫 제품이며, X-Pro1 본체와 3종의 ‘XF 렌즈’가 함께 출시된다. 특이한 점은 이 3종의 렌즈가 모두 중 기능이 없는 단초점 렌즈라는 것.
후지필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X-Pro1의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데 단초점 렌즈가 최적이라고 판단되어 이러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초점거리 18mm, 35mm, 60mm의 3종이 출시 중이다. 그리고, 이 제품들의 조리개값은 각각 F2.0, F1.4, 그리고 F2.4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향후 줌 렌즈도 출시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참고로 후지필름은 별매의 어댑터를 사용하면 라이카의 ‘M 렌즈’도 호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아레 현상 걱정 없는 신형 이미지 센서
X-Pro1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X-Trans’ CMOS 이미지 센서를 갖춘 점이다. 이미지 센서는 필름 카메라에 쓰이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디지털카메라의 화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X-Trans CMOS 센서는 색상을 감지하는 컬러 화소를 불규칙하게 배열해 줄무늬나 규칙적인 영상을 촬영할 때도 디지털카메라 특유의 모아레(물결 무늬) 현상이 없으며, 고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X100에 처음 적용되어 호평 받은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도 한층 진화하여 X-Pro1에 적용되었다.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란, DSLR 카메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광학식 뷰파인더와 콤팩트 카메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자식 뷰파인더를 동시에 갖추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양쪽을 변환하며 쓸 수 있는 특수한 뷰파인더다. X-Pro1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멀티 뷰 파인더’는 렌즈를 교체할 때마다 뷰파인더의 배율과 촬영 범위가 자동으로 전환되는 기능을 갖췄다. 이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를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맞게 진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취향에 부합하는 다양한 다이얼과 버튼
이 외에도 X-Pro1은 X100과 X10과 마찬가지로 셔터 속도나 조리개, ISO 등의 수동 기능을 신속하게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 및 버튼을 다수 채용했으며, 제품 형태도 과거 고급형 필름카메라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디자인을 채용해, 전문가층의 취향에 부합하는 카메라를 지향하고 있다.
X-Pro-1의 상품 기획을 총괄한 일본 후지필름 본사의 ‘우에노 타케시’ 부장은 이날 X-Pro1의 디자인을 언급하며, 이런 디자인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기 보단, 전문가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날 행사에서는 일반인 소비자를 겨냥한 사용 편의성 위주의 카메라인 ‘X-S1’도 함께 소개되었다. X-S1은 렌즈 교환 기능은 없지만, 최대 26배 줌이 가능한 '후지논 렌즈'를 기본 탑재했으며, EXR-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높은 ISO 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후지필름은 X-Pro1를 출시하며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이미 경쟁사들이 몇 년 전부터 이 시장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터라, 후지필름이 이 사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다.
후지필름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날 행사장에서 이들은 X-Pro1를 타사와 동일한 미러리스 카메라가 아닌, ‘프리미엄 카메라’라고 불러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확실히 X-Pro1는 범용성 및 사용 편의성을 중시하는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전문적인 기능과 고화질, 그리고 복고풍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보다는 사진작가나 기자와 같은 전문가층이 주된 타겟이라는 의미다.
현재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소니,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이 주도하면서, 캐논, 니콘과 같은 기존 DSLR 시장의 강자들이 서서히 파고드는 추세다. 이런 만만치 않은 시장 구도 속에서 후지필름이 고유의 영역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지 업계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