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삼성전자 반박에 재반박, ‘스마트TV 치킨게임’ 열리나
지난 10일, KT가 삼성 스마트 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사태에 대해 13일 오전, 삼성전자는 긴급 기자 회견을 갖고 KT의 이러한 행위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스마트 TV는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이 인터넷 기능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의 하나에 불과하며, 특히 HD 방송 수신 시, 삼성전자의 스마트 TV는 KT에서 서비스 중인 IPTV보다 오히려 낮은 트래픽(부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KT의 이번 조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오후 2시, KT 역시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의견을 다시 반박했다. 이 자리에서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KT는, IPTV는 서버에서 여러 명의 사용자에게 동시에 트래픽을 보내는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므로 사용자가 많아져도 다른 사용자의 통신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스마트 TV는 서버에서 시청자 수만큼 같은 트래픽을 여러 번 중복 전송을 해야 하는 ‘유니 캐스트’ 방식을 사용하므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사업은 단순한 제품 제조업이 아니라는 점도 KT는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서비스에는 광고 판매나 앱 스토어 입점료 등의 수익 모델이 이미 작동 중이며, 이는 KT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인프라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삼성전자는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또 다른 스마트TV 제조사인 LG전자의 스마트TV는 놔두고 삼성전자의 스마트TV만 차단한 것에 대한 이유도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망 이용 대가에 대한 협상에 성실히 응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삼성전자는 ‘망중립성’ 문제 논의에 대해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망 중립성 논의에서 스마트 TV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언급된 적이 없으며, 특히 삼성전자가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협의를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전자가 KT 등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할 경우, 다른 수출 국가의 통신 사업자들에게도 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니 수출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KT는 반박했다. OECD 국가 중 70%가 과도한 트래픽 발생 시 사용자의 사용량을 제어하거나 추가 요금을 받고 있으니 스마트TV 제조사가 해외의 통신 사업자에게 망 이용 대가를 추가 지불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트래픽 발생량과 관계 없이 동일한 통신 요금을 내는 무제한 정액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운용 중이므로 사정이 다르다는 것. 따라서 이 경우, 트래픽 발생을 조장하는 스마트TV 제조사들이 대가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에 비해 인터넷 인프라가 빈약한 해외에서는 스마트TV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함께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KT는 스마트TV의 데이터 사용으로 인해 다른 기기의 인터넷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부족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자체적인 실험 결과를 내세우며 반박했다. KT의 자체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TV로 고화질 동영상을 구동하는 순간, 같은 망에 연결된 노트북의 사용 가능 대역폭(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이 20Mbps에서 1Mbps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전반적인 KT의 백본망(중추통신망)에 위급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0일, KT의 삼성 스마트TV 접속 차단 강행으로 인한 파문 이후, KT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 그리고 삼성전자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갈수록 ‘치킨게임(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함께 파국에 이르는 게임)’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삼성 스마트TV와 KT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수십만의 일반 사용자들이다. KT의 이번 반박에 대해 삼성전자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양측 사이의 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나갈 것인지 사용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