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 모바일 등장, '뒷북'이 되지 않으려면
PC에서 벌어진 웹 브라우저간의 치열한 전쟁이 스마트폰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구글은 자사의 PC용 웹 브라우저 ‘크롬’의 모바일 버전 ‘Chrome Beta for Android(이하 크롬 모바일)’를 안드로이드 마켓에 8일 출시했다. 크롬 모바일은 PC용 크롬의 북마크, 열어놓은 탭, 각종 설정 등을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쓸 수 있는 모바일 웹 브라우저다. 단, 안드로이드 4.0 버전(아이스크림샌드위치)이 탑재된 단말기에만 설치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 중에는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탑재된 ‘안드로이드 브라우저’가 크롬 모바일인줄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와 크롬 모바일은 별개의 웹 브라우저다. 단지 같은 ‘웹킷’ 엔진을 기반으로 할 뿐이다. 구글 내부에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팀과 크롬 웹 브라우저 개발팀이 별도로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양 웹 브라우저는 두 개발팀이 내놓은 별개의 작품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크롬 모바일의 특징
크롬 모바일의 가장 큰 특징은 ‘PC용 크롬의 기능 대다수를 유지하면서,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 어울리게 바꿨다’는 점이다. 크롬 모바일을 실행하면 사용자가 가장 많이 방문한 웹 페이지의 썸네일 이미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PC용 크롬과 같다.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홈페이지(보통 구글 모바일 사이트)가 열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러 웹 페이지를 실행한 후 각각의 페이지를 편리하게 전환할 수 있는 탭 기능도 상단에 등장했다. 다만 탭 기능 자체는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에도 있는 기능이다.
또한 크롬 모바일은 PC용 크롬으로부터 북마크, 열어놓은 탭, 각종 설정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원래 이 기능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쓰기 위해서는 ’크롬 투 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했다.
실제로 사용해 본 사용자들의 긍적적인 반응과는 달리, 크롬 모바일은 기존 브라우저에 비해 성능 면에서 딱히 우수한 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 매체 '엔가젯'의 벤치 결과에 따르면 해당 브라우저가 얼마나 웹 표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ACID Test(높을수록 우수)는 100점, 자바스크립트 처리능력이 우수한지 여부를 가려주는 SunSpider(낮을수록 우수)는 2,504점 내외다. 반면 경쟁 모바일 브라우저인 오페라 모바일은 ACID Test 100점, SunSpider 2,422점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는 ACID Test 95점, SunSpider 1,909점을 받았으며, 파이어폭스 모바일은 ACID Test 100점, SunSpider 1,622점을 받았다.
단, 이러한 결과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며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각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제로 사용자가 느끼는 체감상 성능도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상위 1%를 위한 웹 브라우저
크롬 모바일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전체 점유율 1% 내외에 불과한 안드로이드 4.0 버전 전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외에 플러그인을 지원하지 않아 아직은 플래시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으며, 메모리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는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참고로 플래시 재생기 개발사인 어도비는 크롬 모바일용 플래시 재생기를 개발할 계획은 없다고 자사 블로그에 밝혔다.
구글은 이에 대해, 이후 안드로이드 4.0이 적용된 모바일 기기가 다양해 지면 현재의 부족한 점을 점차 개선할 것이라 밝혔지만, 다른 브라우저보다 늦게 출시된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리라 본다.
왜 이제서야 출시했을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사의 모바일 웹 브라우저에 비해 크롬 모바일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 PC용 크롬 브라우저의 재빠른 업데이트 속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제 와서 뒤늦게 구글이 크롬 모바일을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조금씩 줄어드는 모바일 웹 브라우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크롬 모바일'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추측된다.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즉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하면서 내장 브라우저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를 별도로 설치해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오페라소프트의 '오페라 모바일'이다. 이외에 '파이어폭스','돌핀 브라우저' 등 이미 사용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모바일 브라우저가 적지 않다. 이에 구글은 내장 안드로이드 브라우저의 성장 한계를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크롬 모바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다른 브라우저가 이미 선점한 시장에 늦게 진입한 만큼 크롬 모바일을 사용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요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크롬은 PC용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난공불략이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철옹성을 조금이나마 허물어트린 저력있는 웹 브라우저다. 이 참에 구글이 크롬 모바일을 안드로이드 4.0 뿐만 아니라 이전 버전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수정한다면,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