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3D영상기술의 힘을 보여준 공룡 ‘점박이’
최근 극장가에 최대 이슈는 역시 ‘한국영화의 약진’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4'와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제치고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코미디 영화 '댄싱퀸'이 1위를 차지하더니, 연이어 개봉한 실화극 '부러진 화살'과 '범죄와의 전쟁'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어 당분간 한국영화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같은 한국영화의 약진 속에서 더욱 반갑고 기특한 영화가 한 편 있다.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진 그래픽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26일 개봉한 ‘점박이’는 2월 6일까지 전국 320개 관에서 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산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만 관객 동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점박이’는 이미 33개국에 판매됐고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60개국 이상에 수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례적인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점박이는 3D입체영상으로 제작됐다. 왜일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3D영화들의 높은 제작비와 기술력에 비교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왜 3D입체 영상으로 만들었을까. 영화를 연출한 한상호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D라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영상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한 감독의 설명대로 3D입체영상은 미래의 영상 산업을 책임질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특히 어린이 관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에듀테인먼트 영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분야에서 3D입체영상은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공룡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상상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사실감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이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의 몰입도는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서는 3D입체영상만큼 좋은 것이 없다. 3D입체영상은 차세대 영상 대안이자 최근 영화 트렌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점박이’의 성공은 한 가지 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100% 순수 국내기술만으로 높은 수준의 3D입체영상을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국내 3D입체영상 기술은 최근 몇 년 새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지만, 아직 헐리우드 제작 기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8년 EBS다큐멘터리로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의 성공 이후에 극영화로 제작을 시작했던 한상호 감독은 2009년 개봉한 3D영화 '아바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바타 개봉 이전부터 준비했던 ‘점박이’를 아바타를 접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적 인프라와 관련 장비조차 전무한 상황에서도 국내 전문 스탭 500여 명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100% 순수 국내 기술로 이런 영화를 완성해냈다. 어찌 됐든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대한민국 3D콘텐츠 제작 기술은 헐리우드 유명 제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헐리우드 3D제작사가 대대적인 비용/기술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관련 업계 환경을 감안하면 오히려 헐리우드보다 더 높은 기술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점박이’의 흥행을 보며 한국 3D콘텐츠의 완성도와 3D입체영상 구현 기술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와 같은 가능성과 잠재력은 정부와 관련 협회, 업계의 전방위적 지원과 관심 속에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2, 제3의 ‘점박이’가 탄생해 대한민국 3D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글 / 케이디씨 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 설명환